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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더 '모스트'스러워 지려면...‘기회의 신’의 앞머리를 잡아야 한다.

결방 사태를 지나 드디어 반환점을 돈 <그녀는 예뻤다>는 재밌는 드라마의 힘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최저 수준의 시청률에서 시작해 9회의 시청률은 약 16%, 당일 방송 중의 2위, 또는 3위에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푹 빠져들게 하는 내용도 매력적이었지만, 사실 본의 아닌(?) 결방이 더욱 약이 된 듯 했다. 마침 9회는 황정음이 극적인 변신을 하는 날이었고 그 모습을 시청자들은 손꼽아 기다렸으니 말이다.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이미 8회까지 애착관계를 형성한 시청자는 당연히 이 드라마를 챙겨봐야만 했다. 그리고 결방이라는 노이즈 마케팅도 시청률 상승에 한몫 했다. 결과적으로 지금 <그녀는 예뻤다>는 시청률, 화제성 잡기에서 장외홈런을 날리고 있다.

9회는 김혜진(황정음 분)이 변화된 모습으로 다시 잡지 편집팀 앞에 나타나고, 지성준(박서준 분)도 그녀를 동료로 인정하고, 인물 각자가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확인하는 내용을 담았다. 위기에만 빠지던 김혜진이 승승장구하고, 또 20주년 행사에서 항상 사고만 치던 편집장 김라라(황석정 분)가 감동적이면서도 속 시원한 ‘사이다’ 같은 스피치를 하는 광경까지 볼 수 있었던 반전이 있었던 회차였다.

무엇보다 지성준이 혜진에게 완전히 마음을 연 것이 포인트였다. 그 의미는 앞으로 4각 로맨스가 본격화될 것을 의미했다. 동시에 김신혁(최시원 분)과 민하리(고준희 분)의 관계도 조금씩 성장하면서 꼬이는 그들의 관계가 앞으로의 드라마가 더욱 흥미로워질 것을 예고했다.

 

사실 이들의 애정 관계에 집중하기에는 드라마가 아직 참 ‘많이’ 남았다. 16부작인 드라마라면 앞으로 인물들이 헤쳐 나가야 할 일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갈등을 더 많이 겪어야 한다. 제작진은 이 속성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혜진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모처럼 선배들에게 인정받고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 게다가 파주까지 출장을 나가 취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데, 그 전에 깔린 복선으로 인해 그녀는 고장 난 차를 타버린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식은, 파주 가는 자유로에서 한 차가 전복 사고를 당했다는 것. 성준과 신혁은 혜진에게 달려간다. 아니, 날아간다. 그리고 한 사람은 다행히도(물론 당연히도) 멀쩡한 혜진과 포옹을 하고, 한 사람은 그 모습을 바라본다. 이렇게 세 사람은 점차 엇갈린다.

로맨스가 본격화되는 것은 시청자들이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실제로 KBS2의 <프로듀사>에서 김수현이 아이유와 공효진 중에 누굴 만날 것인지, 공효진은 김수현과 차태현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진지한 토론을 하지 않았는가. 이번에도 로맨스의 구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혜진은 과연 성준과 신혁 중에 누구와 이어질지, 성준은 과연 진짜 혜진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인지, 하리는 계속 성준과 만남을 이어갈지, 이런 여러 가지 꼬인 요소들이 드라마를 더욱 점입가경으로 만들 것이다.

 

다만 아쉬운 건 예뻐진 혜진의 코믹 요소는 이전보다 덜해졌다. 그리고 그걸 재밌게 살리던 신혁이 이제 혼자서 까불어야만 한다. 초반에 드라마가 입소문을 타게 만들었던 힘을 조금 잃은 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드라마는 더욱 이야기가 신파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위트와 재미를 유지하면서 이들의 애정 관계에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진짜 ‘모스트’스러운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9회에서 나타난 20주년 행사에서 이들이 화려함만을 추구하지 않고 화려함의 이면을 다루고, 또 이것을 제작하는 모스트 편집팀에게 박수를 보냈던 것 같은 신선한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9회에서 성준은 기사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잡지 않는 혜진에게 ‘기회의 신’ 이야기를 해준다. ‘기회의 신’의 그림을 보여주며 이 신은 뒷머리가 없는 대신 앞머리만 길어서 다가오면 쉽게 잡을 수 있지만, 놓치면 다시는 움켜쥘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성준은 혜진이 다가온 기회를 확실히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드라마를 놓고 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 그들은 기회의 신의 앞머리를 거의 다 잡았다. 

 

시청자들은 ‘그녀’로 대표되는 이 드라마에 푹 빠졌다. 그렇기에 제작진은 맘껏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펼칠 수 있다. 동시에 이들이 자만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안정된 구도만을 취하면서 시청자들이 보내준 사랑을 당연히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드라마다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모처럼 흘러들어온 기회의 신의 앞머리를 붙잡고 당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일 10시 드라마에 보기 힘들었던 시청률 20%의 벽을 넘는 ‘모스트’스러운 그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 by 건

 

사진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