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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겉모습은 우리의 전부일까, 드라마판 <뷰티 인사이드>의 탄생

황정음과 박서준 콤비가 돌아왔다. MBC 새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 관한 이야기다. 작정하고 웃음과 로맨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로 제작진은 다시 한 번 <킬미힐미>의 남매를 내세웠다. 이번엔 주연 커플이다.

첫 회의 시청률은 4퍼센트대로 저조했지만, 확실히 드라마는 처음부터 재밌었다. 황정음의 푼수와 코믹 연기는 완전히 무르익었다. 상대인 박서준은 최근 영화 <뷰티인사이드>에서 이진욱 못잖은 존재감을 드러냈듯이 여심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특별히 최시원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무한도전에서 자전거를 타며 미친 듯이 먹방을 선보인 최시원의 캐릭터가 그대로 넘어온 것 같았다. 원래 자기 옷을 입었다는 듯, 맘껏 끼를 보이는 그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드라마가 처음부터 좋은 느낌을 주기는 쉽지 않다. 항상 처음에는 설렘도 따르지만 경계심도 따르기 마련이다. <그녀는 예뻤다>는 그 경계심을 허물기에 충분했다. 이후에 이어질 이야기가 재밌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줬고, 20대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부분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치밀한 사전 계획 없이는 나타날 수 없는 것이다.

 

첫 회에서 발견한 여러 재미있는 점들을 언급하기 전에 드라마 내용을 잠깐 요약하자면 이렇다. 김혜진(황정음 분)은 초등학교 때 여신으로 인정받던 아이였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그녀는 역변했고, 심지어는 그것 때문에 모든 상황에서 무시 받는 여자가 됐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단짝이었던 ‘뚱땡이’가 있었으니, 그는 지성준(박서준 분)이다. 모두에게 놀림 받던 성준은 혜진의 집에 산다는 것 하나로 친구가 되고, 둘은 편견 없이 서로를 ‘사랑’하는 친구가 된다. 성준은 아버지의 이사로 인해 해외로 떠나지만 둘은 나중을 기약하며 헤어지고, 사건은 그가 한국에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성준은 혜진에게 연락을 한다. 한국에 가니 만나자고. 하지만 혜진은 예전 성준이 보던 혜진이 아니다. 처음에 그녀는 신이 나서 성준을 만나러 가지만, 변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예쁜 여성을 혜진으로 오해하는 그를 보며 덜컥 겁이 난다. 그래서 그녀는 또 한 명의 단짝이자 모든 걸 다 가진 여자, 민하리(고준희 역)에게 자신의 역할을 하루만 대신해달라고 한다. 자신은 유학을 떠날거니 오늘이 마지막인 걸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하리는 충실히 그녀의 시나리오대로 연기를 한다. 하지만 성준이 하리를 보고 첫 눈에 반한 남자처럼 행동한 것에 혜진은 마음이 아플 뿐이다. 마치 겉모습이 변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뷰티인사이드>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성준을 보내고, 노력 끝에 혜진은 정직원 전환 인턴 자리를 얻는다. 그리고 코믹스럽지만 개연성 있는 전개를 지나 ‘모스트 매거진’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이어서 부편집장 자리에 외국 본사에서 넘어온 성준이 들어온다. 그렇게 둘의 인연은 꼬이기 시작된다. 이것을 드라마는 ‘숨은 그림 찾기’라고 표현했다.

여기서부터 드라마의 주목할 점. 드라마는 내용을 전개하는 데만 급급하지 않고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또 즐겁게 할 만한 요소를 충분히 뿌려 놓았다. 그중에 하나가 혜진과 성준을 어렸을 때 이어준 그림 퍼즐, 르누아르의 그림인 『시골의 무도회』다. 두 사람은 그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혜진과 성준 모두 무도회에서 따뜻하게 춤을 추는 주인공을 주목하지 않고, 구석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한 여자, ‘빼꼼이 누나’에 주목한다. 제작진은 이 여자의 의미를 주인공이 발견하게 하면서 앞으로의 전개를 암시한다. 혜진이 어쩌면 ‘빼꼼이 누나’일지도 모른다는 설정. 그리고 성준이 약속의 선물로 주고 간 것이 ‘빼꼼이 누나’가 그려진 퍼즐의 한 조각이었다는 것. 이렇게 드라마는 미술 작품을 이용해 주인공의 인연에 끈을 이어두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그녀는 예뻤다>는 유난히 귀를 즐겁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많은 드라마들이 OST를 쓰고 좋은 음악을 사용하지만, 이 드라마는 굉장히 보편적이지만,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싶어지는 노래들을 배경음악으로 종종 사용했다. 지금 당장 기억나는 것만 해도, 파티 장면에서 흐른 혁오의 ‘위잉위잉’, 혜진의 입사를 축하하며 홈파티를 할 때 흘러나온 Maroon5의 ‘Sugar',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앓던 성준의 귀에 혜진이 조용히 이어폰으로 꽂아주었던 그 때, 배경으로 흐르던 음악, Carpenters의 ’Close to you'까지. 아마 음악도 중요하게 챙기는 시청자라면 분명히 이 노래 뭐지? 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드라마는 사운드를 끊임없이 이어가면서 우리의 귀까지 즐겁게 만들었다.

 

이렇게 <그녀는 예뻤다>는 안정적인 연기자들과 공감이 될 수 있는 현실 기반 대본, 그리고 재기 발랄한 드라마적 효과까지 곁들여진 드라마다. 적어도 1회에서 느껴지는 부분은 그랬다. 하지만 이것이 오버로 흐르지 않고, 또 자기만족에 흐르지 않도록 제작진은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등장인물 간에 아련함을 심어줄 갈등 요소를 잘 마련하고, 또 남녀 시청자를 각각 끌어들일만한 매력을 계속 좇는다면 꼴찌에서 시작한 시청률이 동시간대 1등을 노려볼만한 힘을 가진 것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by 건

 

사진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