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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야.” 라고 <미생>의 오 차장이 말했다.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다는 말이다. 삶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돈이기도 하고, 건강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고, 나 자신이기도 하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그 중 가장 힘든 것을 꼽자면 나는 단연 ‘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냐에 따라 삶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국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어셈블리>를 보면 올바른 사회적 관계 맺기가 무엇일까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나름대로 답을 찾아가기도 하고, 더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국회’라는 어쩌면 가장 시끄러우면서도 은밀한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우리는 어떻게 ‘관계 맺기’를 해야 하는 것일까.

 

복직 운동을 하던 노동자 진상필(정재영 분)이 어떤 리더의 정치적인 관계 맺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되고, 그 노동자는 나름대로 자신의 방식대로 관계를 맺어가며 팀을 꾸려가지만 결국에는 당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리더에게 무릎을 꿇기도 한다. 계파의 일원이 된 이후에는 더욱 굴욕적인 저자세를 취하며 관계를 맺는다. 그런 태도를 비난하는 자신의 참모에게는 이 모든 것이 한 번 더 국회의원이 되어 제대로 일하고 싶음이라는 진심을 털어놓는다.  

<어셈블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들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위의 문단에서는 주인공의 관계 맺기 태도만을 정리했지만, 다른 인물들은 모두 다른 의도로, 태도로 관계를 맺는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함이고, 자신의 국회의원 당선을 위함이기도 하고, 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본질은 하나로 통한다.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이기심이다. 그리고 이 이기심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

 

우리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또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아야한다고 많이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 허울뿐인 이야기일 때가 더 많다. 결국 자신이 달성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달려가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백도현(장현성 분)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태도, 그리고 사람마다, 상황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표정과 말투, 의지는 자신의 목적만을 달성하기위해 온 힘을 다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닮았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가진 이기심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인간이 가진 본성이고, 그것을 버려야만 하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어셈블리>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 어떤 삶의 목적을 설정할 것인지, 어떻게 목적 달성을 할 것인지, 비둘기가 될 것인지, 매가 될 것인지, 아니면 비둘기의 탈을 쓴 매가 될 것인지. ‘국회’라는 관계의 용광로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공론장을 열어 두었다. 선택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6회 말미에서 진상필은 공천을 받고 싶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의 권력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좋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는 이타적 다짐인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바라기는 후자였으면 한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나와 당신도 이타적인 다짐을 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출처 : KBS2

 

- by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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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ingenv 2015.08.06 17:24 신고

    이 드라마, 지나가다 우연히 몇 분 정도 보았는데 충분하더군요. 봐야할 드라마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