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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어셈블리> 정치가 인간을 세상에서 구원할 수 있는가?

본격 정치 드라마, <어셈블리>가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지옥 같은 세상이라고 우리가 표현하곤 하는데, 과연 신이 아닌 인간이 누군가를 구원할 때 그 수단이 정치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셈블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차근히 그려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드라마가 끝이 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제작진은 3회에서 새로운 갈등을 엮어내고 또 만들어내면서 진상필(정재영 분)이 진짜 진상을 피는 과정을 그렸다.(당분간은 진상필이 계속 진상을 필 것 같다) 얼결에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된 진상필은 3회 초반부터 혼란에 빠진다. 자신이 가장 잘 따르던 형님, 배달수(손병호 분)이 사실상 자신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정치 생활에 능숙하지 않은 그는 극단적인 선택, 잠수를 타버린다.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한 국민당은 역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기를 맞는다. 사무총장 백도현(장현성 분)은 누구도 상상 못 한 전략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진상필을 최다득표자로 당선 시켰는데 그의 한 수가 악수가 되어 난처해진다.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그는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결국 그는 자신이 아끼는 후배, 그리고 불과 얼마 전에 내쳤던 후배 최인경(송윤아 분)에게 다시 손을 내민다. 백도현은 상당히 정치적이고 능구렁이 같은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표정을 맘껏 바꾸곤 한다. 똑똑하지만 나름대로 순수함을 지키고 있는 인경은 결국 다시 도현을 돕기로 한다. 인경은 자신의 자리가 되었을지도 모를 진상필의 자리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만다.

 

한편, 배달수의 아들 김규환(옥택연 분)은 똑같이 배달수의 죽음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만다. 배달수가 임종 직전까지 진상필을 찾는 걸 보면서 규환은 상필에 대한 분노를 품게 된다. 경찰공무원 시험도 포기하면서 그는 상필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달수의 죽음은 상필과 규환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방향은 달랐다. 상필은 더 좋은 세상을 향해, 그리고 규환은 상필을 겨냥하는 쪽으로.    

이렇게 인물간의 갈등을 켜켜이 쌓아가면서 4회를 앞에 두고 제작진은 규환과 상필, 그리고 인경을 모두 만나게 한다. 1, 2회에서 스쳐지나가듯 만난 세 사람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놓고 그들 나름대로의 당위성을 부여해 한 팀을 꾸려버렸다. 아주 정치적인 선택이다. 세 사람의 목적은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일을 해내게끔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계속 갈등하고 부딪히고 서로를 더 깊게 알아갈 것이다. 비밀이 생기고 또 파헤쳐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정치라는 것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인가에 대한 결론을 나름대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의 매 순간 흘러가는 대사들이 참 놓치기 아쉬운 것들이었다.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뼈아프게 짚은 것도 있었고, 사람이라면 느끼게 되는 감정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도 있었다. 이런 잘 만들어진 드라마의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제작진이 더욱 정치적이고 능구렁이 같은 선택을 해 시청자들을 드라마 앞으로 끌어당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출처 : KB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