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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어느 시대에도 머무르지 못한 어설픈 멜로

결국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겠다. 10회까지 드라마를 따라가면서 생각한 것이다. 하지원, 이진욱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데리고 야심차게 출발한 리메이크작 <너를 사랑한 시간>은 결국 방향을 잃어버린 배가 되었다. 드라마를 보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지금 나 역시도 방향을 잃어버렸다.

무엇이 문제일까. 분석해보자.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대로 남자주인공 이진욱은 한없이 멋있고, 또 멋있고, 멋있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있을까, 꿈의 남자사람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들에겐 이런 남자친구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세밀함, 쿨함, 우직함, 친절함, 모든 걸 갖췄다. 예를 들면 10화의 한 장면에서 이진욱이 연기한 최원은 산티아고 여행을 다녀오면서 누나의 선물을 챙겨온다. 그 선물은 누나가 자주 쓰는 특정 브랜드의 스킨이었다. 그러면서 최원은 누나에게 한 마디 건넨다. “저번에 보니까 거의 다 쓴 것 같은데, 이거 맞지?” 보통 센스가 아니다. 사실 소름이 돋았다. 친누나의 스킨 종류까지 한 눈에 알아채는 센스를 가진 남자가 몇이나 될까. 드라마니까 있을 수 있겠지 하겠지만 빈틈이 전혀 없는 그의 모습이 아주 반갑지만은 않다. 때로는 반대의 이미지가 본래의 모습을 더욱 살려주기 마련이다. 지금 이진욱이 연기하는 최원은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쳤다.

이 반듯하다 못해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남자를 받아주는 여자주인공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멋진 남자를 옆에 두고 자신을 버린 깨진 독 같은 남자를 다시 만난다. 그렇다고 그 남자가 엄청 세심하거나 매력적이지도 않다. 고작 한 살 연하인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열 살 연하인가 싶을 정도로 유치하게 제 멋대로다. 아무리 예술적이고 자신의 기분에 충실한 캐릭터라고 하지만 이건 그 성향을 비하하는 거라고 오해가 들 정도로 참 별로였다. 또 안타깝게도 차서후를 맡은 윤균상의 연기는 이진욱의 그것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드라마 초반부에서부터 <로맨스가 필요해2>의 느낌이 물씬 느껴졌는데, 그 때보다 오히려 더 퇴보한 느낌이다. 여자주인공도 맞지 않는 옷을 입었고, 남자주인공을 견제해야할 서브 역할도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다. 여기서 더 언급하면 사람에 대한 비판을 할 것 같아서 그만두도록 하겠다. 결국 이번 드라마도 ‘로필2’를 넘어서지 못할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서 원작 내용이 궁금해서 검색을 했다. 대만 드라마 <아기능불화애니>, ‘너를 사랑하지 않을거야’ 라는 의미라고 했다. 이 드라마의 큰 줄기를 이루는 대사다. 대만에서 인기를 끈 것은 당연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될 만큼 인기였다고 했다. 2011년작이기에 그렇게 옛날 작품도 아니다. 시대를 거스르는 작품도 아닌데 지금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느껴진 어설픈 시대감은 뭘까. 2000년대 초반 복고도 아닌 것이, 오늘의 시대상을 아주 잘 반영한 것도 아닌 어설픈 리메이크가 되어버렸다. 차라리 모든 걸 바꾸지 않고 그대로 리메이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원작 속 대사가 상당히 좋았다고 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아직 6회나 남은 드라마인만큼 부디, 제발 부디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한다.

 

by 건

 

사진 출처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