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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정치 상황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드라마가 등장했다. ‘국회’라는 단어로 풀어서 쓸 수 있는 <어셈블리>라는 드라마다. 이 글의 제목이 다소 강하다고 생각이 드는가? 하지만 <어셈블리>를 한 회라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것이고,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고 한 번쯤 드라마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제작 발표회를 통해 보도 자료가 나간 시점부터 나는 이 드라마에 대한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두 가지 때문이었는데, 하나는 드라마를 집필하는 작가였고, 또 다른 하나는 처음으로 드라마에 뛰어든 배우였다. 극본을 담당하는 이는 잘 알려진 대로 KBS <정도전>을 집필했던 정현민 작가다. 전작을 통해 이미 자신의 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냈고, 사람들은 그가 긴 호흡으로 풀어낸 드라마에 꾸준히 열광했다. 심지어 그는 젊은층과 중장년층 모두에게 호응을 받았다.

 

이 정도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데, 한 가지 더 집중해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정현민 작가가 10년 동안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는 사실이다. <어셈블리>가 다루는 배경은 국회고, 주요 등장인물에는 국회의원 보좌관이 실제로 있다. 그래서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 ‘작가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이번 드라마를 집필하겠구나.‘

 

<정도전>과 <어셈블리>는 본질을 따지고 봤을 때 같은 드라마라고 봐도 무방하다. 역사 드라마와 현대 정치 드라마가 어째서 같냐고? 드라마의 장면들을 상상해보자. 누구하나 칼을 실제로 마구 휘두르지 않는다. 대화가 이어지고 또 대화가 이어진다. 인물들은 고뇌하고 계속 의미가 담긴 만남을 이어간다. 두 드라마 모두 지극히 정치적인 상황을 그리고, 인물간의 두뇌 싸움을 드러낸다. <정도전>을 통해 이미 자신의 역량을 드러낸 작가가 자신의 전공 분야에 관해 쓴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어떤 작가도 쉽게 알아낼 수 없는 국회의 세세한 이야기들을 드라마에 녹여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작가의 도전에 호응하듯, 주연의 자리도 우리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배우가 맡았다.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재영’이다. 그의 첫 드라마 주연작이 바로 <어셈블리>다. 드라마에 출연했다고 착각할 정도로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그인데, 필모그래피(네이버 참고)를 보니 정말 드라마 경력은 전무했다. 그만큼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출연 결정을 할 정도의 대본이라면 우리가 기대할만하지 않겠는가.

 

첫 주 방송에서 우리는 그의 능력을 어김없이 발견했다. 기존 영화에서도 우리네 평범한 삶과 밀접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이기에, 해고자 대표로 농성을 벌이는 역할에서 벼락 스타로 국회의원이 되기까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드라마 화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까지 받게 한 것은 그의 연기적 역량과 제작진의 조화였다.

 

드라마 외적인 부분만으로도 이렇게 기대감을 주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드라마의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반응은 ‘역시 기대대로’ 였다. 많은 장면들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대사들이 이어졌고, 일반 대중인 내가 상상하지 못한, 하지만 그럴 법한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는 걸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드라마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2회 만에 주인공 진상필(정재영 분)이 꼭두각시 역할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2시간 만에 압축한 느낌이 들었다. 드라마적으로 생각했을 때 조금 비꼰다면 드라마를 진상필이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훨씬 긴 시간을 투자해 신파 요소도 넣고, 연애 요소도 넣어가며 늘어지게 만들 수 있었을텐데 제작진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필요한 상황들만 집어넣으며 국회의원 당선 결과까지 2회 만에 모두 드러내버렸다.

 

하지만 3회 예고를 보니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상필이 국회에 나타나지 않는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는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분명 그의 심경을 복잡하게 할 만한 사건들이 이미 펼쳐졌고, 또 펼쳐질 것이다. 이렇게 <어셈블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정말 살아있다. 살아있는 인물들이 모이면 자신만의 세계관이 뚜렷해 시청자는 상황이 어디로 튈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거기에서 드라마의 근원적인 재미가 나온다. 예측할 수 없어 다음 장면이 너무 궁금해지는 그런 재미 말이다.

모처럼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드라마가 나왔다. 현대 정치 세태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드라마가 공영방송에서 방송된다는 것도 재밌는 사실이기도 하면서 우려되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일단 제작진을 믿고 드라마의 상황을 계속 따라갈 작정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떠한가? 드라마를 보고 안 보고의 결정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난 드라마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어셈블리> 2회에서 나왔던 장면 중에 국민당 사무총장 백도현(장현성 분)이 진상필의 출마 결정을 종용하기 위해 했던 말이 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위원장님께선 인생과 정치의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답이 없다는 겁니다. 오직, 선택만이 있을 뿐이죠.
그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게 인생이고, 정치입니다.
선택하세요.“

 

사진출처 :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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