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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질과 양이 충분했음을 보여준 미생 스페셜 2부, 동시에 든 아쉬움

어제에 이어 미생의 두 번째 특집 '미생 스페셜 2부:YES! 더할 나위 없었다!' 가 방영됐다. 방송은 감독판 다큐처럼 구체적인 제작의 뒷이야기를 보여줬다. 어제의 인터뷰가 시청자들이 갖고 있던 미생의 추억을 되살리는 감성적 터칭이었다면, 오늘은 장면과 제작의 비밀을 밝히는 분석적 다큐였다.

드라마 제작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없이 반가운 내용의 이야기였다. 촬영 기법과 기획의 과정, CG와 내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디테일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연출 김원석 감독의 이야기답게 특집의 내용도 세심했다. 김원석 감독의 인간극장 한 편을 보는 듯 했다. 제작과정을 낱낱이 공개한 만큼 스페셜 2부에서 나타난 미생만의 디테일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김원석 감독과 스태프들의 완벽을 위한 협연이 있었다. 1시간동안 드러난 그의 노력을 간단히 언급만 해도 몇 줄을 늘어놔야 할 것이다. 그는 세트장 책상 위에 놓일 포스트잇, 직원들의 낙서까지 챙겼다. 음악 작업에 함께 동행하여 끝을 보고야 말았으며, CG 작업은 담당자들이 평소보다 4배 힘든 작업이었다고 털어놓게 만들었다.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기 위해 2년이라는 기획 과정을 거쳤고, 제작기간 동안엔 본인이 미생보다 더 미생처럼 삶을 바쳤다.

스태프들과 배우들 역시 그의 디테일에 동참했다. 장그래 역의 임시완은 새벽에 진행되던 내레이션도 매 회 참여해 영화 수준의 드라마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으며, 스태프들은 모두 김원석 감독의 완벽함에 혀를 내둘렀지만 그의 요구에 묵묵히 응했다. 정윤정 작가 역시 서브 작가들을 모두 종합상사에 출근시키며 엄청난 자료조사를 하게끔 만들었고 그걸 대본에 그대로 반영했다. 그 결과 제작진은 배우와의 첫 대본 리딩에서 자신있게 공을 들인 대본이었다고 말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모든 제작진들이 한 마음으로 양과 질을 드라마에 투입했고, 그 노력을 시청자는 알아봤다. 오차장 역의 이성민도 드라마를 마치며 스태프들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저희가 칭찬받을 것이라 아니라 우리가 여러분(제작진)에게 박수를 쳐드려야 한다'고 말이다. 시청자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말이었다.

여기까진 더할 나위 없던 미생 제작진의 노고를 칭찬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1부와 2부에 걸친 스페셜 방송을 보면서 못내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판을 흔들어왔던 드라마인 만큼 스페셜 방송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으면 어땠을까 했다. 완벽을 추구한 감독에 더 완벽을 요구하는 팬의 마음으로 말이다. 1부에선 배우들의 인터뷰, 2부에선 제작진들의 이야기로 이뤄지면서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호기심을 채워주고 몇 달간의 추억을 되살려준 건 맞다. 하지만 스페셜을 챙겨볼 만큼 열렬한 팬이었다면 수많은 관련 기사도 찾아봤을 것이다. 그렇기에 꽤 많은 내용이 알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팬들을 겨냥한 방송이라면 더욱 미생답게 특별했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원작에서 주로 다뤄진 바둑의 이야기를 접목해 내용을 채워간다던가, 방송의 진행 방식 틀 자체에 변화를 준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이미 20부라는 완생의 이야기를 내놓은 제작진으로서는 서비스로 특집을 제공하는 것이니 그 정도의 노력이 필요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생의 내용을 줄줄이 꿰는 팬의 입장에서는 좀 많이, 좀 더 많이 알려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반가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든 특집이었다. 인간의 간사한 특성상 아쉬움이 더 크게 보인 건 사실이다. 마지막까지 판을 흔들어준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돈다. 사랑한 사람을 보내기 싫은 사람의 투정이랄까. 하지만 이 정도로도 미생은 더할 나위 없었다. 이제는 그들의 새로운 갈 길을 응원할 때인 것 같다.

 사진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