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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

메르스 괴담 이면에는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방귀 뀐 놈이 성낸 꼴이다. 초기 질병의 확산을 막지 못한 채 괴담 유포자 엄벌만을 외치는 정부의 모습 말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는 벌써 18명으로 늘어났고,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 1명이 사망했으며, 격리 대상자들 역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근거 없는 괴담은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심어준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모바일 시대에 괴담의 전달 속도는 상상 초월이다. 최초의 괴담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면서 점점 살을 붙인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괴담의 내용은 사람들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이 과정에서 흔히 객관적인 사실은 생략되거나 왜곡된다. 보건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면서 경찰이 괴담 유포를 차단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다. 실제로 ‘A병원에 가면 메르스에 감염된다’거나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 감염된다’는 등의 괴담은 SNS를 통해 급속하게 전파됐다.

정부의 괴담 퇴치 노력은 일견 당연한 처사다. 그러나 정작 알맹이가 빠져 있다. 괴담의 생성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괴담은 아무 이유도 없이 불쑥 나타나지 않는다.

 

괴담의 전제조건은 단연 공식기관에 대한 불신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최초 환자 발병을 대수롭게 생각했다. 또 2차 감염 의심 환자들을 격리 조치할 때는 너무 느슨하게 관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거기에 의심 환자 1명이 중국에 출장 갔고, 결국 그 역시 메르스 환자로 밝혀지면서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의 정점을 찍었다. 이런 상황에선 괴담이 생겨나지 않는 게 오히려 기묘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수는 분명 만회할 수 있었다. 보건당국이 초기 방역 관리가 허술했음을 지체 없이 인정하고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면 이 정도로 괴담이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메르스 확산을 막는 것은 실패했어도 괴담의 유포를 막는 건 성공할 수도 있었다.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까닭에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더 깊어졌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깊어진 불신은 쉬이 회복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지난달 29일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싸늘해진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지금이라도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진행 상황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 불신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해주는 것이다.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줄 경우 괴담은 급속도로 양산된다. 괴담은 처벌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누구나 괴담을 사실과 혼동하지 않고 괴담으로만 받아들일 때 괴담은 저절로 소멸된다. 정부의 적은 괴담 그 자체가 아니라 괴담을 키우는 불신이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