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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

아이들 인성교육 전에 어른들 성교육부터

참 답답하고 불쾌한 여름이다. 무더운 날씨 탓이 아니다. 요즘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들 때문이다. 다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라 여기기엔 사건들이 하나같이 극적이다.

지난 달 21일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참 도덕적인 이름의 법률이 시행됐다. 법의 취지는 이름 그대로다. 전국 초중고의 학생들의 인성을 진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헷갈릴까봐 용어에 대한 친절히 설명도 이뤄져 있다.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제2조1항)

 

자칫 잘못하면 인성교육 자체가 학생들에게 또다른 스펙(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그런대로 법의 취지를 존중한 편이었다. 아이들의 인성이 좋아질(?) 수만 있다면 인성교육진흥법에 대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된 지 채 2주가 지나지 않은 지금, 아이들은 어떤 뉴스를 접하고 있는가? 속된 말로 참 더러운 소식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은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그는 새누리당에서 탈당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관검색어엔 새누리당과 그의 이름이 철석같이 붙어 나온다. 그가 지난 7월 새누리당 경북도당 윤리위원장에 임명됐다는 사실은 또다른 난센스다.

 

공립학교 교사들의 공공연한 성추행 혐의는 또 어떤가. 일선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해야 할 이들이 ‘교사’라는 지위에 힘입어 폭력을 휘둘렀다. 무엇보다도 교사 1명의 일탈이 아니라 5명이 모두 가해자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수업 중에 학생에게 원조교제하자는 말을 한 자가 도대체 어떻게 교사로 일하고 있는지 이 역시 또 다른 난제다.

 

학생들의 인성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건 어른들의 성교육이다. 포털사이트에 성교육에 대해 검색하면 성(性)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과 이성 간의 올바른 관계를 교육한다는, 다소 피상적인 정의만 내려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정한 성교육은 정상적인 성생활에 대한 교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해서는 안 될, 하지 말아야 할 성 역할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것을 상식이라 생각하겠지만, 상식 밖의 일들이 일어나는 게 요즘한국의 현실이다.

 

물론 일부 의원과 교사의 일탈을 그들이 속해 있는 집단 전체의 잘못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뒷맛이 씁쓸한 이유는 기시감 때문일 것이다. 또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도 문제지만 다음에도 왠지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 같은 느낌이 사람을 더 불쾌하게 만든다.

성교육을 굳이 교육의 방식으로만 할 필요는 없다. 성폭력, 성추행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특히 성추행, 성폭행 가해자의 신상을 보다 명시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범죄자의 인권을 이유로 신상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가해자의 인권이 중요한가, 피해자의 인격이 더 중요한가?

 

인성교육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어른들부터 어른다워야 아이들에게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 하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어른들의 똑같은 실수에 관대해야 하나. 그래서 감히 주장한다. 아이들 인성교육 전에 어른들부터 성교육 받고 어른이 되자.

 

-by 락

 

*사진 출처: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