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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이제는 꽃보다 할배가 아니라 꽃보다 패밀리!

어느덧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은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었다. 방송은 딱 한 회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행은 마지막 목적지인 산토리니에 도착했다. 두바이에서 그리스까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끝내 마침표를 찍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맞이했다.

꽃보다 할배의 최지우 카드는 성공적이었고 프로그램에 충분히 활력을 불어 넣었다. 같은 짐꾼 신세인 이서진에게도, 어여쁜 손녀 딸이 생긴 할배들에게도, 하물며 제작진에게까지 그녀의 존재는 실로 빛났다. 이번 그리스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최지우였다. 기존의 할배-이서진 포맷에 유연성을 부여한 것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을 거쳐오면서 이제는 예상 가능했던 꽃보다 할배의 여행담이 그녀로 인해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꽃보다 할배 사이에 끼면서 지난 시즌들과는 사뭇 다르게 꽃보다 할배 일행이 균형 잡힌 가족의 느낌이 물씬 났다. 전 시즌에서는 이서진과 할배들이 서로 무심한 듯 신경 쓰는 모습이 진한 우정을 나눈 어떤 동료 같은 느낌이었다면, 손녀 내지는 딸로 자연스럽게 거듭난 최지우의 존재로 이들 사이에는 가족의 향수가 물씬 풍겼다.

 

예컨대, 가방에 먹을 것들을 챙겨놓고 할배들에게 건네 주며 이동 중에 심심함을 달래주던가, 조수석에 앉아서 운전대를 잡아 손을 쓸 수 없었던 이서진의 입에 직접 먹을 걸 건네주던 그녀의 모습은 친오빠와 아빠 형제들을 모시고 여행을 떠난 차 안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또한 본인은 괜찮은데 최지우가 비를 맞을까 걱정하는 신구의 모습이나, 할배들의 우산이 작아서 어깨가 젖지 않을까 오히려 할배들을 걱정하는 최지우의 모습은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는 가족이 따로 없었다.

 

비단 최지우 뿐만 아니라 할배들 사이에도 그리고 할배들과 이서진 사이에도 우정을 뛰어 넘는 끈끈한 형제애가 감돌았다. 함께 떠난 여행이 이제 4번째다. 이역 만리 땅에서 함께 살을 부대낀 게 4번째라는 것이다. 서로가 단순히 촬영장에서 몇 번 마주치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 이제는 밤낮 할 것 없이 항상 옆에 있는 든든한 사람들이자, 고국의 가족을 대체하게 된 사람들이다. 서로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의미를 두고 하는 것들을 눈만 마주쳐도 이제는 안다. 그럼에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은 오랜 세월 별 탈 없이 순탄하게 함께한 모범 가족의 모습과도 같았다.

 

백일섭이 약주를 하고 흥이 난 나머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무심결에 한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 “꽃보다 할배 짐꾼 이서진이었는데, 이제는 꽃보다 할배 패밀리야.” 테이블 구석에서 술잔을 들고 마치 선언하듯 얘기했던 그의 말인데, 여기 있는 사람들과의 여행은 잊지 못할 것이고, 함께 여행을 떠난 사람들을 단순 동료를 넘어서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비단 백일섭 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에게도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넘어서 새로운 가치를 일깨워준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아참! 한 가지 패밀리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이 있다면 최지우와 이서진의 마지막 여행지 산토리니에서 감도는 이상한 기류였다. 가족은 사랑할 수 없는 일종의 금기를 뛰어넘듯 그들의 산토리니 바다를 앞에 두고 주고받은 묘한 눈빛은 어쩐지 조금 수상했다.(필자는 지금까지 그들의 사이를 부정했다) 음, 어차피 연애는 그들의 몫이겠지만 같이 여행을 떠난 할배들과 제작진 심지어 많은 시청자들까지 그들의 연애를 응원하는 와중에 산토리니에서 그들의 모습은 궁금증을 폭발시키는 데 충분해 보였다. 머나먼 여행지에서 보낸 며칠은 그들을 가족처럼 느끼게 하거니와, 가족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어쨌든 신중한 선택의 몫은 당사자들에게 있지만 말이다.

 

사진출처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