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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전형 통과 소식이 속속들이 들려오는 늦봄이다. 동시에 졸업사진을 찍는 초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초인시대> 3회는 현실의 시계에 맞춘 듯, 병재의 친구 창환과 지은이 졸업사진을 찍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EP5의 제목도 <눈물의 졸업식>. 의미심장하다. 학사모를 쓰고 우는 학생들을 보고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질문한다. 저 형과 누나들은 왜 울고 있냐고. 엄마는 진실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이런 설명을 해준다.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친구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슬퍼서란다. 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앵그리맘>을 보자니 또 그곳에서도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이어지는 다음 장면. 예상했듯 이들은 헤어지는 게 슬퍼서 울지 않았다. 졸업유예제도가 없어지면서 취업을 못한 채 세상으로 내쫓긴 상황 때문에 운 것이었다. 덩달아 학자금 대출은 족쇄처럼 따라오고 있다. 이런 가혹한 현실 때문에 이들은 울고 있었다. 한편, 병재는 졸업사진 찍는 것도 포기하고 대기업 입사 면접을 준비한다. 졸업사진을 함께 찍자는 창환의 제안에도, 심지어 좋아하는 여자인 지은의 제안도 거절 할 만큼 그는 진지하게 면접을 준비했다.

 

그에게는 부끄러운 상황에 닿으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이 있다. 그 덕분에 그는 면접을 잘 못 보게 되는 상황을 되돌려 무조건 면접관 마음에 들 수 있게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긴장되는 면접의 순간, 그는 역시나 기습적인 질문에 당황하고, 번번이 면접을 망쳤다. 서른 번이 넘게 초능력을 쓰면서 반복적인 면접을 본 결과, 그는 완벽하게 답변을 해내는 경지에 이른다. 하지만 뿌듯해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그에게 날아온 문자는 ‘불합격’이었다. 콩트로, 또 우스운 상황으로 지나갔지만 여기에는 함의가 담겨있다. 서른 번이 넘게 반복한 초능력은 현실에서 우리가 반복하는 몇 십번의 면접 상황이다. 한 방에 취업을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백 개가 넘는 곳의 서류를 쓰고, 몇 십 군데에서 면접을 보고, 몇 군데에서 최종을 기다리다 합격을 하는 상황을 겪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 현실 비틀기를 유병재는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표현했다.

 

탈락 이유라도 들어보려고 회사에 전화해보지만 알려드릴 수 없다는 정해진 답변만 줄기차게 들은 병재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아무리 완벽해도 결국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해 그 기업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허무감에 빠진다. 그리고 이 면접 때문에 자신이 놓친 다른 기회를 떠올린다. 병재는 시간을 되돌려 졸업사진을 찍을지, 면접을 보러갈지 결정하는 순간으로 돌아간다. 이번에 그는 추억을 간직하는 쪽을 선택한다.

 

지금 우리가 겪는 상황들을 이번에도 재치있게 묘사한 <초인시대> 3회였다. 하지만 역시 아쉬움은 남는다. 하루가 지난 후 소식을 알아보니 1회에 비해 방송 시청률이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실 한 가지라고 본다. 드라마가 콩트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비틀고, 유머가 있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피식하면서 웃는 상황이 많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드라마라는 장르를 달고 있다면 이 드라마엔 앞으로 더 파고들어야 할 갈등이 필요하다. 현재 잠재되어있고 내재된 갈등은 병재가 초능력을 많이 쓸수록 시공간이 비틀어진다, 위기가 곧 올 것이다는 암시다. 하지만 유병재가 비트는 현실 이야기가 훨씬 강력해서인지 몰라도 드라마의 갈등이 부각되지 않는다. 사실 갈등이 없이 시트콤처럼 흘러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차라리 시트콤이라고 했으면 갈등에 대한 잣대가 조금 더 완화되었을 수도 있다. (시트콤에도 전체적 흐름을 꿰뚫는 갈등선이 분명 존재한다)

 

드라마를 어렵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제 드라마가 중반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이야기들이 진일보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초인시대>는 확실히 현재 젊은이들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실 직시를 넘어서 이제는 갈등을 파고들어 깨달음을 얻는 정반합의 진리를 보이는 드라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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