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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정치

해마다 계속되는 방산비리, 문제해결 안 하는 건가? 못 하는 건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11일 공군 장비 납품 비리 혐의로 체포된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의 비밀의 방이 열렸다. 방산비리 정부 합동수사단은 오늘 이 회장의 교회 내 위치한 비밀구역과 도봉산 인근 한 컨테이너에서 방산비리 관련 각종 문서가 보관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증거가 발견됐고 주변인 진술을 확보한 만큼 이 회장은 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합수단에게 남은 과제는 이 회장의 처벌 수위와 추가 혐의 관련자 소환이다. 그러나 얼마나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지는 의문이다. 역대 정권에서 방산비리로 강력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찾기가 어렵다. 단군 이래 가장 거대한 규모의 방산비리 사건이었던 율곡비리 때도 대부분의 관련자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이종구 전 국방장관은 3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로비스트 린다 김은 이양호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무인항공기 사업계획 등 군사기밀을 빼돌렸지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게 다였다.

안보에 쓰이는 국민 세금을 좀먹는 방산비리 사범들이 이처럼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방산비리 관련 처벌 법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방산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거세지자 관련 입법활동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통과된 법안은 없다. 방산업체로부터 정부가 원가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게끔 하는 ‘방위사업 공정화 법안’과 방위산업 비리를 이적죄로 처벌하는 ‘군형법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를 넘지 못한 상태다. 방산비리를 저지른 업체에 한해 10년 동안 무기를 거래하지 않는다거나 비리 관련 현역 군인에게는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식의 강도 높은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

 

방산비리 척결의 또 다른 걸림돌은 군사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다. 방산비리로 구속된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이 군사법원의 허가를 받아 풀려난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해명했지만, 풀려난 장성들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입을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또 민간법원에 구속된 예비역 장교와 민간인들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군사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는 방산비리 척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기무사와 방사청은 뭘 했나?

 

국군기무사령부의 핵심 임무 중 하나는 방산비리 감시 기능이다. 그런데 지금 그 역할은 희미하기 짝이 없다. 언제부터인지 합수단이 떠야만 방산비리가 적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합수단은 상시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방산비리를 최우선적으로 감시해야할 임무를 가진 군내 집단은 기무사다. 기무사의 방산비리 감시 및 고발 기능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합수단 활동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방산비리는 재차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임무를 가진 기무사의 몇몇 인사가 일광공영 이 회장의 방산비리에 연루된 혐의가 포착됐다. 방사청 기무부대 소속으로 2006년부터 일광공영을 담당했던 변모 씨는 부인이 일광그룹의 복지재단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고, 김모 전 기무사령관은 일광공영 보안측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뒤집은 뒤 2010년 8월 일광그룹의 연예기획사 일광폴라리스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황만 봐도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방위사업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과 같은 날 체포된 권모 전 방사청 부장의 경우처럼 방산비리 중심부에는 대부분 방사청 인사가 개입되어 있다. 방사청의 비리 개입이 계속된 만큼 쇄신안이 절실해 보인다. 특히 방사청의 인적 구성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공무원과 현역군인 5대 5 비율에서 공무원의 인적 구성을 높임으로써 국방부, 3군, 방산업체 관련기관과의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

 

방산비리야말로 진정한 종북 아닌가?

 

3천억원. 방산비리 합수단이 수사에 착수한 지 넉 달 만에 밝혀진 비리 규모다. 올해 편성된 우리나라의 국방예산은 37조원으로 이중 방위력 개선비는 11조140억원이었다. 3천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이 돈이 일부 군인과 방산업체 인사들의 잇속 챙기기에 쓰였다. 차라리 이 돈이 군인들의 복지수준 향상에만 온전히 쓰였더라도 허탈감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도 부끄럽고 통탄스러운 통영함 비리 같은 방위사업 비리를 완전히 뿌리 뽑아서 다시는 이런 매국 행위가 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천안함 참사 5주기 추도식에서 방산비리 근절 의지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대통령이 강조한 만큼 방산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식이 아니길 바란다. 더욱이 정부여당은 매번 국민들의 안보불안증을 걱정하고 애국을 강조하지 않았나. 방산비리는 북한에 맞서기 위한 무기를 개발, 수입하며 역으로 그걸 이용해 방위력을 떨어뜨리고 군내 사기를 낮췄다는 점에서 명백히 북에 이로운 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방산비리를 저지른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종북세력이다. 오죽하면 북한 관영 신문인 노동신문까지 우리의 방산비리를 조롱하지 않는가.

요즘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징비록>에 담겨져 있는 의미는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방산비리의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면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 무기중개상과 모자란 군인들 때문에 다른 장병들의 명예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방산비리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다면 우리 군은 임진왜란을 맞이했던 조선군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KBS, 국군기무사령부 이미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