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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미디어

이영돈 PD는 어디로 가려 한 걸까

김영란 법 적용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됐을 때 언론에 대한 가혹한 처사라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 시사저널USA와 가수 태진아 씨의 공방전을 보며 스멀스멀 언론인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올랐다(모든 언론인에 대한 의구심은 아니니 오해 마시라). 그리고 오늘 JTBC의 이영돈 PD가 출연했던 방송프로그램을 중단한다는 발표 소식을 접하고는 이 의구심이 실망감으로 진화했다.

이영돈은 스타 PD다. 특히 시사/교양 분야에서는 베테랑으로 평가 받는다. KBS에서 SBS로 , 다시 KBS로, 채널A로 이동했다가 지금은 프리랜서 신분으로 JTBC와 계약한 그다. 이동이 잦았던 것은 그만큼 그가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기의 바탕은 타고난 방송 구성능력과 진행 솜씨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에 대한 대중의 신뢰감이 컸다. 특히 그가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더 단단해졌다. 미래의 시사/교양 PD를 꿈꾸는 PD 지망생 중에도 이영돈이 롤모델인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먹거리 전문 PD의 먹거리 광고 적절했나?

 

그런 이영돈 PD가 이번엔 광고 출연 논란에 휩싸였다. 프리랜서 PD가 단순히 광고 모델로 나서는 걸 지적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현재 다루고 있는 제품군의 광고를 찍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난 3월 15일과 22일 JTBC <이영돈 PD가 간다>에서는 ‘그릭요거트’편을 다뤘다. 방송에서는 주로 국내에는 제대로 된 그릭요거트가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불과 3일 뒤, JTBC는 이영돈 PD가 식음료 광고 모델로 출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오늘(26일) 그의 방송 출연을 정지시킨 것이다.

 

탐사보도를 전문 분야로 하는 PD가 프로그램과 관련된 광고를 촬영한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 현재 한창 논란에 휩싸인 김영란 법이 시행되더라도 법적 처벌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이영돈 PD에 대한 여론이 들끓는 이유는 믿었던 언론인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고, 사람들이 PD라는 직업군을 바라볼 때 작용하는 보편적인 직업윤리 때문이다. 특히 먹거리 관련 고발 프로그램으로 인지도를 쌓은 그가 식음료 관련 광고를 찍었다는 사실은 방송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는 정치권을 비판하는 기자가 정당 홍보 캠페인에 등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영돈 PD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1월에 광고 제의가 들어왔고 3월초에 광고 촬영을 마쳤다. 광고 제의가 먼저 들어왔고 두 개 제품의 연관성이 없다. 광고촬영 제품은 기능성 음료고 방송한 건 그릭요거트다”며 해명했다. 또 “회사의 조치에 대해 자숙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은 요거트 음료다. 그릭요거트와 요거트 음료 사이의 연관성이 없다는 그의 해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방송에서 우리나라 그릭요거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광고에서는 해당 요거트 음료의 우수성을 홍보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시청자와 소비자를 호도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PD의 초심으로 돌아가 일어서길

 

더군다나 해당 방송은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15일 방송된 <이영돈 PD가 간다>에서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그릭요거트의 성분분석과 테이스팅이 이뤄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그릭요거트는 없다”고 평했다. 그런데 방송 직후 Y 요거트사의 사장이 커뮤니티사이트에 항의 글을 올렸다. 가당과 무가당 두 가지 제품이 있는데 제작진이 가당 제품만 가져가서 맛봤다고 주장했다. 결국 22일 방송에서 이영돈 PD가 제작진의 실수였다며 Y사의 무가당 제품을 직접 맛보며 사건이 일단락되긴 했지만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이번 광고 건으로 이영돈 PD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가 사과를 하고 광고수익은 모두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한번 떨어진 신뢰도는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게다가 그는 JTBC 측에 광고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1월에 광고를 촬영했다면, 그걸 미리 JTBC 측에 알렸다면 2월 1일부로 시작된 <이영돈 PD가 간다>는 애초에 편성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탐사보도의 강화 측면에서 기획된 프로그램과 광고 촬영 사이의 괴리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영돈 PD는 <이영돈 PD가 간다> 제작발표회 때 “내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자, 지상파에 대한 종편의 도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그였기에 그의 식음료 광고 촬영 소식은 안타깝다. 그가 원래 가려던 길이 어디였는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

 

*사진 출처: JTBC, TVCF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