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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K팝스타4 감성천사 유희열의 따뜻한 말 한마디

아무래도 K팝스타4의 최대 수혜자는 우승자가 아닌, 유희열일 것 같다. 이미 지난 시즌에서도 보아의 빈 자리를 완벽히 채운 평을 들은 그지만, 경력 2년차의 그는 이제는 옆의 두 심사위원인 박진영과 양현석을 뛰어넘는다. 단순히 심사위원으로 바라보기엔 그의 매력은 흘러 넘친다. 참가자를 정확하게 관찰하며 음악적인 요소 요소를 짚어주는 '매의 눈' 유희열을 보는 것도 재밌지만, 심사위원이기 이전에 음악과 사람을 좋아하는 감성천사 유희열의 모습을 통해 참가자와 덩달아 마음이 뿌듯해진다.

사실 탈락과 합격의 저울질을 하는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따뜻해지기란 쉽지 않다. 냉철한 판단으로 참가자들을 걸러야 하기 때문에 칭찬 이외의 심사위원들의 말들은 가혹하기만 하다. 그러나 유희열은 마치 오랫동안 봐온 옆 집 이웃 아저씨처럼 포근하게 참가자를 감싸는 말들을 한다. 때로는 농담을 통해 분위기를 유연하게 하기도 하고, 비판을 받은 참가자의 가능성을 격려하는 말들도 서슴지 않는다. 유희열은 심사를 단순히 심사로만 끝내지 않고, 심사위원의 자리에서 잠시 내려와 인생을 먼저 산 선배이자 어른으로서, 그(녀)를 위로한다. 비록 K팝스타 시즌 3부터 참여했지만, 그는 어느 누구도 보여주지 못하는 심사위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팝스타 참가의 의미를 찾아주는 조력자

K팝스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오디션의 살아남기 위해서는 참가자는 절대적 권위자인 심사위원의 말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참가자 홍찬미도 기승전결을 살리라는 지난번 지적을 전적으로 반영해 <이승철-서쪽하늘>을 선곡했다. 안테나뮤직 밀착오디션 당시 그녀의 노래에, 유희열은 실망한다. 그렇지만 그녀를 마냥 다그치지 않고, 본무대를 위해 함께 플랜을 짠다. 유희열은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는 것도 좋은데,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요. 심사에 내 인생과 스타일을 바꿀 필요는 없고, 찬미씨 곡을 갖고 와요"라고 하면서 홍찬미 본인을 잃지 말라고 주문한다. 심사위원의 만족보다 그녀의 만족이 더 중요하다는 유희열의 말에 이내 눈물을 뚝뚝 흘린다.

눈물은 어떤 결심을 의미한 듯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자작곡을 통해 경연을 참가한다. 유희열은 심사위원들이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선택한 홍찬미에 뿌듯해했다. 유희열은 '사랑 받고 싶어요. 혼자 두지 말아요'<홍찬미-나쁜 아이 중>대목을 끌고 와서 "곡을 듣고서 찬미씨가 그런 사람이었구나 알았다"라며 노래가 아니라 홍찬미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위로 받고 싶고, 소박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그녀가 누구인지 얘기해주고, K팝스타를 통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친다.

이는 더 높은 라운드에 진출하며,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우승을 목표로 삼는 참가자들 모두에게 뼈가 되는 말이기도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허나, 치열한 경쟁 틈에서 살아남기 위한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만이 참가자들의 유일한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유희열은 참가자들이 K팝스타를 통해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보인다. 홍찬미 개인에게만 한 말이지만, 이 말은 유희열이 심사위원으로서 참가자들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K팝스타를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가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음악적 동지

자작곡 <엄마로 산다는 것은>을 통해 화제의 주인공이 된 이설아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밝은 곡을 준비했다. 비장의 무기는 코드 편곡에 있음을 알렸고, 유희열은 그녀에게 미리 악보를 요청했다. 본래 참가자의 자작곡은 가사만 제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유희열은 별도로 코드가 다 적힌 악보를 요구한 것이다. 악보를 보면서 그녀의 노래를 경청한 유희열은 "제가 정말 좋아하고 제 생각이 나는 부분이 있고, 음악적인 아이디어도 뛰어나다" 라고 말하며 그녀를 치켜 세웠다. 본래 유희열은 작곡가이자 피아노를 치는 뮤지션이다. 유희열과 음악적으로 가장 맞닿아있는 참가자는 키보드를 치며 자작곡을 부르는 사람일 것이다. 이설아는 그에게 심사 대상이기 이전에 본인의 음악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이다. 마치 오랫동안 활동한 뮤지션과의 대화를 보듯, 참가자와 나이를 허물고 얘기를 나누는 그는 다른 심사위원들과 차별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오랜 음악 생활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해냈다. 노래에 기술만이 있다는 다른 심사위원들의 평을 받았던 이희주에게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냈다. 양현석과 박진영은 '감정이 노래 기술에 딸려 들어온다' '음악이 아니라 기술을 배웠다' 고 비판하며 그녀에게 선을 그었는데, 유희열은 적절한 비교를 통해 참가자가 확실히 인식할 수 있게끔 조언을 했다. 유희열은 "선배 뮤지션으로서 충고를 하자면, 이 상태에 머물면 백그라운드 보컬이 될 확률이 높아요. 메인보컬과 코러스 사이의 5m 간격이 있는데 뭔가 다른 하나를 보여줘야해요."라며 그녀의 문제를 확실히 짚어주며, 그것을 그녀가 이겨내길 독려했다. 이는 오랫동안 음악 현장을 지켜왔던 그의 경험이 묻어나는 충고다.

농담을 통해 다가가는 푸근한 아저씨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심사, 유희열은 중간 중간에 농을 섞는다. 평가를 받는 참가자와 평가하는 심사위원 사이에는 심리적이 벽이 존재한다. 참가자가 잔뜩 긴장하는 것은 당연지사, 유희열은 혹여 그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농담을 통해 긴장을 풀려 하고, 또한 노래가 끝난 뒤에도 농담을 섞으며 분위기를 유연하게 한다.

특히 에스더 김의 노래를 듣고서 모든 심사위원들이 감격했을 때 유희열은 제일 먼저 마이크를 들고 에스더에게 얘기했다. '어떤 칭찬을 할까?' 하고 생각했던 시청자의 마음을 무너트리고, 유희열은 재치 있는 농담을 건넨다. "보셨죠? 에스더가 저만 쳐다봤던 거. 저는 그걸 느꼈어요. 이별 노래를 하면서 저를 쳐다보는 눈빛에서 저랑 같이 계속 음악하고 싶은 눈빛. 그 마음 받아들일게요." 모든 이들이 긴장하는 사이에 그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참가자들에게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참가자를 이끌어주는 조력자이자, 나이 차이를 무색하게 하듯 공감대를 형성하는 음악적 동지이면서, 적절한 농담으로 분위기마저 화기애애하게 푸근한 아저씨 유희열은 가장 적합한 심사위원상이다. 그에게 두 번째 시즌인 K팝스타4는 아직 한참 남았다. 그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지금도 완성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그의 심사위원으로서의 모습이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할 것이라는 사실에 흡족하지 않을 수 없다. 저물어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희망을 얘기하려면 참가자들의 특출한 능력 뿐만 아니라 유희열 같은 특출한 심사위원이 등장해야할 것이다. 유희열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활기를 불어놓는 새로운 인물상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