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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아이디어 제안서

  설 연휴 전부터 눈여겨본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다음팟에서 생중계되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 방송 아이디어를 착용해 지상파에서 시도했던 것이 이례적인 일이었고, 모방이 모방을 낳고 있는 지상파 예능의 신선함을 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다음팟 생방송를 지켜봤고, 나의 기대는 한껏 더해졌다. 웹상에서 프로그램 생방송 당시,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감자로 올랐다. 본 방송 전의 한 시간 반여의 생방송은 가장 훌륭한 광고였다.

그리고 본 방송을 지켜봤다. 나의 점수는 60점 정도. 지상파와 인터넷 방송의 결합의 시도는 좋았으나, 시도를 가꾸는 제작진의 분투 노력은 어쩐지 언밸런스 해보였다. 전 세계 미디어를 장악하려는 프로젝트라고 말하며, 프로그램 위에 군림하고 있는 주인님과 그의 비서 마리테 서유리의 롤은 프로그램에 녹아들지 못하고 붕 뜨는듯한 인상이었고, 프로그램의 색깔이 모호해지는 격이었다. 그리고 방송 이후 기획이(인터넷 방송과 지상파의 만남) 신선하다 평만 종종 발견할 수 있었지, 기획력이 탄탄하다든가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재밌다라든가하는 반응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마저도 우승자 백종원에게 포커싱이 맞춰진 상황이어서, 실제로 파일럿의 가장 중요한 반응인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는 미비했다.

 

파일럿 예능에 대해 가혹한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고, 1인 미디어가 최근 흐름을 잡고 있는 와중에 등장한 프로그램의 런칭이 반가웠다. 그러나 정규 프로그램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 혹은 정규 프로그램이 됐을 때 시청자들에게 보다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할 사항이 필요해 보였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흥행을 바라는 시청자의 마음으로 애정 어린 진단과 개선 방법을 제시해 보려한다. 웹상에서 떠돌다가 금방 가라앉을지 모르는 이 글이 운 좋게 마이 리틀 텔레비전 제작진의 눈길에 포착되어 조금의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1. 대결보다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부터

 

나는 까놓고 말하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대결 방식이 불쾌하다. 시청자수에 따라 방송이 종료되거나 1등 방송에게 광고를 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방식 말이다. 이것은 현재 시청률 만능주의가 판치는 현재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청률 만능주의에 따라 콘텐츠는 본인 방송의 장점을 망각하고 좀 더 자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방송을 책임지는 진행자들 역시 본인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져버리고 더 많은 시청자들을 모으기 위해서 선정성, 폭력성과 같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치중하게 될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1인 방송에 중요한 것은 진행자의 역량에 따라 좌지우지된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엄연히 지상파 방송이고 뒤에 제작진이 반드시 존재한다. 제작진은 진행자에게 너무 많은 짐을 부여한 것 같다. 실제로 AOA 초아, 홍진영은 컨셉이 조금 겹칠뿐더러, 금방 소재 고갈을 보일 것 같다. 간단히 말해 현재 프로그램에서는 백종원이라는 캐릭터는 탄생시킬 수 있어도, 콘텐츠적 재미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1인 방송을 지상파에 대입하는 과정에서 맹목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각 진행자들에게 어떤 컨테츠를 맡길지에 대한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2. 별풍선을 시청자에게 던지는 것은 어떤가

 

1인 방송 문화의 묘미는 별풍선 문화다. 1인 방송 BJ들이 방송을 본격적인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중요한 경제적 수단이자, 시청자들에게 있어서도 개인 방송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의 수단이기도 하다. 이처럼 별풍선은 방송 진행자와 시청자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소통의 방식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별풍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본 프로그램 방영 전에 생방송을 지속한다면 별풍선은 효용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별풍선을 방송 진행자에게 던져 주던 기존의 방식을 거꾸로 진행자가 생방송 시청자들에게 도리어 던져주는 것이다. 단지 진행자가 그들의 글을 읽어줄 때보다 시청자들이 방송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더 줄 뿐만 아니라 진행자-시청자들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 같다. 그리고 별풍선을 받은 시청자들을 방장으로 세우거나 혹은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해 실제로 방송을 지켜볼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식을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마이리틀텔레비전은 정규 편성이 될 것인가? 정규 편성이 된다면 파일럿 프로그램 때와는 어떤 차별성을 띌 것인가? 두 가지 의문을 품은 채로 글을 작성했고, 이것이 다소 주제 넘은 소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사실 있었다. 하지만 1인 방송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유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해서는 지상파 방송의 안착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칭찬보다는 쓴 소리가 필요해보였다. 어찌됐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시 시청자로서 심판을 기다리는 와중에, 지금 내가 했던 말들이 봄바람을 타고 상암 MBC 센터를 서성일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믿으면서 글을 줄여 본다.

 

사진 출처 : 아프리카,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