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시세끼 어촌편을 좋아한다. 차줌마 차승원도 좋고, 참바다 유해진도 좋고, 손호준도 좋고, 산체도 좋고, 벌이도 좋다. 좋다 연발이다. 그런데 이제 좋다가 아쉽다로 변하기 시작했다. 막바지로 다다르고 있는 프로그램은 어느새 작별을 고할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기간 약 두 달 만에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만일 삼시세끼가 아니라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폭발적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1회부터 시청자들의 오감을 만족하게 한 삼시세끼의 무자극 무공해 펀치는 강력했고, 연일 상승세를 타더니 이제는 지상파 예능도 녹다운시킨 괴물 예능이 되었다.
삼시세끼 그 이름 앞에는 바로 나영석이라는 스타 PD가 떡하니 서있다. 그가 만지는 프로그램은 연일 대박을 터뜨리면서, 나영석이면 믿고 보겠다는 시청자들이 생겼고, 그와 작업하고 싶은 연예인들도 줄을 섰을 지경이다. 믿고 보는 흥행 수표 나영석 PD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귀중한 보물이자 애지중지하는 명품 브랜드가 되었다.
그런데 삼시세끼의 성공을 오로지 그의 공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그의 역할이 크다곤 말할 수 있겠지만 전부라고 말하진 못하겠다. 왜냐하면 나영석 PD 뒤에서 숱한 땀을 흘리고 있는 여타 다른 제작진들의 노고가 프로그램 내에 깊이 베여있기 때문이다.
매스컴에 종종 등장하는 나영석 PD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그는 프로그램의 흥행에는 뛰어난 후배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알리곤 했다. 헌데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그가 했던 후배들에 대한 언급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겸손한 미덕의 소유자라며 스타 PD인 그만을 치켜세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는 삼시세끼 방영 도중에 할배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그가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던 까닭은 다름 아닌 남아있는 삼시세끼 팀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시세끼는 사실 별 것 없다. 먹고 사는 게 다인 프로그램. 판을 깔아놓고 그 위에 삶을 이룩할 출연자들을 섭외하고 주야장천 찍어대는 프로그램. 촬영에는 별다른 콘셉트나 장치 따위는 존재하지 않다. 다만 촬영 기간 동안 제작진이 하는 일이라고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듯, 수십 개의 카메라로 그들의 동선, 행동, 대화 모든 것들은 포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그들의 삶이 전파를 탔을 때에는 숨 막히게 재밌다는 것이다. 출연진들 삶의 방점을 곳곳에 찍어대는 제작진의 친절한 노력은 삼시세끼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웃음을 보장한 예능으로 변신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밀착 자막은 삼시세끼를 현미경 예능으로!
삼시세끼의 자막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표방한다. 단순한 설명 따위가 아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들을 자막에 실어 인물의 행동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찰나의 순간도 그냥 지나치는 일 없이 시종일관 의미 있는 자막을 매단다. 시청자들은 화면을 더 생동감 있게 보이게 하는 밀착 자막에 이내 웃게 된다.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삼시세끼가 결코 느리게 보이지 않는 까닭은 속사포 랩처럼 공중을 떠도는 이 자막의 힘이 크다.
자막은 또한 캐릭터를 입힌다. 출연진들의 행동을 주시한 결과, 해석을 보태고, 이를 캐릭터로 승화시킨다. 유해진도 마찬가지겠지만, 차승원은 이 프로그램에서 특히나 기존의 이미지를 의도치 않게 벗게 되었다.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는 차승원을 차줌마로 상상할 수 있었을까? 차승원을 아줌마로 덧댄 데에는 자막의 역할이 참 중요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그의 행동이 자막을 통해 캐릭터로 승화했고, 어느새 차승원의 아줌마적 기질을 계속해서 자막이 말해주면서 시청자들은 그의 캐릭터를 답습했다.
배경음악 센스 GOOD 아니 PERFECT!!
예능프로그램에 풍미를 더하는 것은 배경음악이다. 가끔 무심코 TV를 보다가 귀가 반응했던 경험들을 다들 해봤을 것이다. 나는 삼시세끼를 보면서 그런 경험을 자주 했고, 어떤 상황과 맞물리거나 혹은 극명하게 대비되게 깔리는 배경음악에 그만 웃음이 터진 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배경음악을 소개하자면, 3편, 손호준이 처음 만재도를 찾아왔을 당시 배편이 지연되어 하루를 더 머물게 된 적이 있다. 이른 아침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한 손호준은 밥상에서 숟가락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표정이 짐짓 어두웠다. 그 때, 클래식 기타 선율의 슬픔이 적셔 나오는 루시드폴의 <빛>이 울리자 그토록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항상 마음 깊숙한 곳까지 침잠하게 했던 루시드폴의 곡인데, 이 날만큼은 그의 곡이 손호준의 표정과 조화를 이루며 박장대소하게 한 곡이었다.
어쩌면 제작진은 촬영 이후에 훨씬 분주했을지 모르겠다. 슬로우 라이프를 표방하는 삼시세끼를 전혀 지루할 틈 없는 러닝타임으로 만들어주었던 것은 100%, 120% 제작진 덕이다. 이 글은 삼시세끼의 애청자의 자격으로, 제작진에게 수고했다고 토닥이는 또 그들의 친절한 노력에 바치는 헌사다. 똑같은 레퍼토리에 자극적 장면만 연발하는 기존 예능들 틈바구니 속에서 근래 보기 드문 보석 같은 예능을 만들어주어서 참 고맙다고!
사진 출처 : tvN, 삼시세끼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