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반도마엘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웃집에 신이 산다> 태초에 억압이 있었으니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태초에 억압이 있었다. 억압은 찰나에 모든 곳으로 퍼졌다. 억압은 무엇인가. 억압은 현상이다. 달리 말해, 시간과 그물의 불협화음이다. 그러므로 다시, 이렇게 시작해보자. 태초에 시간이 폭발했다. 광포한 시간은 뒤를 제외한(하지만 시간이 부재하는데 뒤란 게 있을 리 없다, 아무튼) 모든 곳으로 쏜살같이 내달렸다. 그 위로 그물이 깔렸다. 존재는 그물로 말미암아 태어났다. 촘촘히 짜인 그물은, 그러나 태초에 이미 짜여있었다. 그물에 대해 말하자면, 시작이 곧 끝이었다. 시간의 문이 열린 순간에 그물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그물은 곧 존재였고, 존재는 그물로 하여금 존재할 수 있었다. 그물은 언어로서 가장 순수하게, 그리고 최초로 현현할 수 있었다. 끊어지지 않..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