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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세이두

<더 랍스터>, 사랑은 신기루인건가요? *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신기루라는 것이 있다. 그럴듯한 개념 하나 소개하는 듯이 시작하긴 했지만, 우리 중 신기루에 대해 모르거나, 신기루라는 이미지를 상상하지 못할 사람은 거의 없다. 오아시스가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한 여행자의 절규는 어릴 적 우리에게 철없는 동경을 불러일으키곤 했으니까. 그런데 엄밀히 말해 신기루는 가짜라기 보단 왜곡에 가깝다. 신기루는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뿅! 하고 무엇이 생겨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신기루에 대한 정의는 ‘물체가 실제의 위치가 아닌 위치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신기루란 목이 너무 말라 오아시스의 환영을 보는 여행자의 ‘망상’이 아니라, 어딘가에 무엇인가 있지만 불안정한 대기층에 의해 왜곡된 빛을 감각하는 여행자의 ‘착시’다..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8월 개봉 기대작 세 편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하나 남은 반팔 티셔츠마저 벗길 요량인지 모르나, 쨍쨍 내리쬐는 햇빛이야 그렇다 치자.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습함 앞에선 무장해제다. 그럴 때만큼 프랜차이즈 카페의 강한 자본력만큼이나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그리울 순 없다.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해 대학로에서 광화문 사이의 공간은 눈감고 그려낼 수 있는 나로서도, 8월만큼은 예외가 될 듯싶다. 하지만 8월이라고 유별나게 새로울 건 없다. 우리는 수많은 8월들을 살아왔으니까. 지나가는 8월을 아쉬워할 때가 조만간일 테다. (그때 나는 9월의 개봉작들을 추리고 있겠지.) 나와 같은 마음을 품었던지, 시인 박준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여름에도 이름을 부르고/여름에도 연애를 해야 한다/여름에도 별안간 어깨를 만져봐야 하고/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