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카스테라 썸네일형 리스트형 [푸디세이아] 18. 네모난 세계 같은 자리를 반복할지라도 몸에 닿는 락스 냄새가 좋다. 게으름의 면피라도 온몸의 세포들 사이로 파고드는 듯한 새벽의 차가움이 좋다. 한 번 몸에 익힌 감각은 소멸되지 않는다. 물길 사이로 흘러가는 발은 자연스럽게, 오래돼 잊혔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감각들을 다시 살려내 되풀이한다. 적막할 수 없으나 적막한 적막함이 주는 아스라함 속에서의 자맥질. 공간은 네모로 가득하다. 피곤에 절은 채 초롱초롱한 눈빛들과, 그 눈빛들에 어울리지 않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었던 날.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삶. 바라건대 그 많은 꿈들로 가득한 눈빛들이 실망 속에서 시들어갈지도 모른다는 말을 차마 전하지 못한 유물의 그림자를, 혹이라도 꿰뚫어볼까 느낀 두려움의 순간들. 다만 그 날의 내가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