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세이아] 11. 은하고원과 한단지보 말하자면 삶과 ‘언어’를 새로 배우는 중이다. 얄궂게도 그 언어들은 모두 예전의 내가 알던 것이다. 문법을 등한시한 채 열심히 하지 않았던 타국의 언어는 하면 할수록 빈틈만 보인다.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자부심으로 뭉쳤던 평생의 글쓰기조차 고수의 눈앞에서 고작 2주 만에 철저히 무너진다. 삶이 구멍이 송송 뚫린 해면체와 같다. 다만 게으른 자라도 과업처럼 주어진 일만큼은 어떻게든 해내가는 중이다. 여전히 열심히 한다고 말하기엔 하는 것이 없으므로, 부끄러움만 남을 뿐. 금요일이었나. 한 번 본 영화를 또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 가던 귀갓길에서 갑자기 뛰어내렸다. 몸이 지치고 마음은 더 지쳤으므로 쉬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뭔가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핸드폰으로 부랴부랴 시간표를 확.. 더보기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5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