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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3주 전에 했던 내 선택을 되돌리기로 했다. 다시 <킬미힐미>로 돌아왔다. 중반부를 향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킬힐’ 이라는 입에 참 잘 붙는 단어의 커플을 만들어냈다. 벌써 4번째 인격인 자살 지원자, 안요섭(지성 분)까지 나타났다. 킬힐 커플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를 그들 매력의 늪으로 빠뜨렸을까.

킬힐이라는 단어에 정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엄청나게 높은 힐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킬힐을 신은 여성들을 보면 사람들은 그들이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위태로운 매력을 느낀다. 드라마를 보면서 단어의 의미를 떠올려보니 <킬미힐미> 제작진이 이런 매력을 기대하고 제목을 지었다는 생각도 든다.

 

재밌었지만 유치했다. <킬미힐미> 1, 2회를 보고 난 소감이었다. 난 이 드라마에게 더 이상 여지를 주지 않은 채 비판했고 떠날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타사의 경쟁작 <하이드 지킬, 나>만을 기대했다.

 

 

아뿔싸, 두 드라마의 뚜껑이 모두 열렸고 나는 처참히 실패했다. TV드라마는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그 가치가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잊었다. <하이드 지킬, 나>에 대한 판단을 함부로 내리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지난주 현빈, 한지민 커플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꽤 컸다. 시청률이 그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지난 몇 주 내가 뱉어버린 판단을 주워 담을 생각은 없다. 7회까지 복습을 하면서 첫 회에서 지적했던 CG, 재벌가 설정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드라마가 ‘재밌었다.’

 

지난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췄던 지성, 황정음의 영향이 남아있었다. 전작 <비밀>에서는 정통 드라마 속 인물들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눈물이 마를 새 없었던 그들이었다. 그 기억이 너무 절절했던 탓일까, 시트콤 시절의 발랄한 모습을 되찾은 황정음과 무게를 내려놓은 팔색조 매력의 지성이 어색했다.

 

그렇지만 역시 내공이 탄탄한 배우들이었다. 7가지 인격을 표현해야하는 지성은 인격마다 완벽하게 다른 표정과 말투, 목소리를 보여줬다. 황정음도 시트콤처럼 가볍고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중요한 순간에는 기다렸다는 듯 절절한 눈물을 흘리며 ‘눈물의 여왕’ 다운 배우의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7회에서 이 커플의 진지한 면모가 잘 드러났다. 자살 지원자라는 4번째 인격, 안요섭이 옥상에서 자살 시도를 하는 걸 오리진(황정음 분)이 말리는 장면에서였다. 삶을 포기하려는 요섭을 잡기 위해 리진이 온몸을 던져 막는 장면에서 우리는 과거 ‘비밀’ 커플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리를 다치고 서럽게 울면서 죽지 말라고 외치는 리진의 모습이 왜 그렇게 애틋하고 절절했는가 싶다.

 

눈물로 시작한 7회는 유독 진지하게 흘러갔다. 온몸을 던진 리진의 희생으로 본래 인격인 차도현이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자신이 괴물임을 인정하고 리진을 떠나보낼지 말지 고민하는 도현의 고민이 주요 내용이었다.

 

드라마 말미에는 결국 해외를 가기로 한 리진이 도현에게 ‘KILL ME’가 아닌 ‘HEAL ME’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드라마의 주제를 확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오리진은 가족에겐 거짓말을 한 채 떠나지 않고 차도현의 비밀 주치의가 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평소보단 무겁게 흘러갔지만 기존의 재밌는 요소는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편집장으로 등장한 허지웅의 꽤나 능청스러웠던 연기, 유학을 떠나려는 리진을 놓고 셀카봉을 들이미는 가족과 제작진의 <꽃보다 청춘> 시리즈 패러디까지. 여전히 ‘재밌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재벌가의 인물들이 여전히 너무 전형적이다. 그래서 재벌가들이 나올 땐 여전히 통속적이고 재미가 떨어진다. 미니시리즈라는 긴 호흡의 드라마를 끌고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엮어버린 느낌이다. 물론 차도현, 오리진, 오리온까지 출생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한 장치겠지만 아쉽다.

 

서로의 손을 잡으며 본격적으로 ‘킬힐’ 커플이 된 차도현, 오리온 커플을 보고나니 확실한 힐링이 되었다. 마지막 장면까지 웃기면서 팔색조 매력을 보여준 ‘킬힐’ 커플, 거기다 다음 회에 아줌마 느낌의 5번째 인격까지 나타날 것으로 예고가 되었다. 그들의 치명적인 매력이 더없이 기대되는 수목 밤이다. 

 

 

사진 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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