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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킬미힐미> 8회, 킬힐 커플의 성공 열쇠는 황정음이 쥐고 있다.

차도현(지성 분)의 5번째 인격, 열일곱의 고통 관리자 요나가 나타났다. 서로 의기투합하기로 한 킬힐 커플에게 일어난 8회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어제와 다르게 이번엔 코믹스럽고 발랄한 인격이었다.

이번에도 지성과 황정음은 둘만의 멋진 연기 호흡으로 새 인격을 능히 소화했다. 매번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지성의 연기력도 놀랍지만 그걸 받아주는 사람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그 역할을 황정음이 아주 잘 해내고 있다(지성의 아내도 황정음만의 느낌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어제 7회에서도 황정음의 대사가 돋보였지만 이번 회에서도 그녀는 두각을 드러냈다.

 

안요나는 차도현이 고통을 받아들여야만 할 때 나타나는 인격이라고 한다. 열일곱의 순수한 여고생의 마음으로 아이돌을 쫓아다니고 자신의 내면보다는 외양에만 집중하는 상태다. 차도현은 오리온(박서준 분)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지하실 내부 기억을 떠올리다 요나라는 인격을 다시 얻고 말았다.

 

오리진(황정음 분)이 오리온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차도현을 구하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신을 잃은 차도현은 어느새 안요나로 변해있었고, 새로운 인격을 만나느라 넋이 나간 오리진의 품을 박차고 아주 발랄하고(?) 신나게(!) 도망쳤다.

 

리진도 질 수 없었다. 이제 도현의 비밀 주치의가 되었고, 또 인격들을 공부한 만큼 요나에게 맞춤형으로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다. 리진은 망설일 것 없이 요나의 뒤통수를 잡으려 달렸고, 아이돌 앞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요나가 빙의된 도현의 머리를 결국 잡아챘다.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코믹스러운 몸싸움이 벌어졌다. 밑도 끝도 없이 발랄한 환자와 그녀(?)를 잡으러 온 정신과 의사와의 온 몸을 건 혈투가 볼만했다. 어제 목숨을 걸고 눈물을 흘리며 싸우던 모습과는 아주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이 육탄전을 오늘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사실 정말 명장면은 뒤에 또 나오지만 그것보단 이런 장면이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황정음은 자칫 무리수로 될 수 있는 지성의 여고생 연기를 아주 그럴 듯하게 받아넘겼다. 진짜 여고생을 훈계하는 언니마냥 온 몸을 던지는 그의 연기가 완벽히 여고생에게 빙의한 지성을 살렸다. 두 사람은 찰떡 호흡으로 짧지 않은 길이의 장면을 이끌었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나는 충분히 웃으면서 장면을 즐길 수 있었다.

 

요나의 인격이 나온 장면에서 지난 인격들과 다르게 요나의 시선에서는 분장이 들어가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도현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 것도 전보다 훨씬 좋았다. 지적했던 CG보다는 입장에 따른 분장 변화가 더욱 그럴 듯 했다. 촬영하는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더 힘들 수도 있겠으나 개연성이 강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다시 황정음의 도우미 역할로 돌아가서, 이번 회를 보며 그녀는 정말 확실한 조력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역할과 색깔도 확실하다. 특히 코믹적인 부분에서는 더욱 그렇다. 예전 시트콤의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몰라도 그녀의 오버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더 반가울 때도 있다. 그러면서 진지할 순간이 다가오면 금세 눈물을 보인다. 냉온탕을 번갈아 뛰는 그녀의 모습이 부담스럽다기보다 재미로 다가온다는 것이 그녀의 큰 강점이다.

 

상대역이 치고 가는 연기를 잘 감당해내는 것도 그녀가 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미 <골든타임>에서 이선균과 이성민의 연기를, 그리고 <비밀>에서 비련의 엄마 역할을 하면서 충분히 보여주기도 했다. 이대로 지성의 역할을 더욱 잘 받쳐주다 보면 오히려 황정음이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주연의 자리에 이름을 올려도 어색하지 않은 황정음인데, 이번 <킬미힐미>가 성공하면 그녀의 입지는 더욱 강해질 것 같다. 아니 이미 드라마 제작자들은 그녀를 보증수표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녀는 앞으로의 연기가, 또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가 됐다.

 

물론 이따금씩 알아듣기 힘들만큼 무너지는 발음이 아쉬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그녀의 단점을 지적하고 싶지 않다. <킬미힐미> 속에서 차도현을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하고 그의 키스를 받아낸 아주 매력적인 오리진의 역할을 잘 감당해냈으니까.

 

사진 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