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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인격,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관계기피증. 이 전혀 가볍지 않은 단어들은 모두 우리가 즐겨봤고, 즐겨보는 드라마 속에서 나온 것들이다. 작년 <괜찮아, 사랑이야>를 시작으로 정신질환이 드라마에 다뤄지는 것을 이젠 시청자들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소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진 것은 올해 초 시작한 드라마들 세 편이 모두 정신질환을 다뤘기 때문이다. 소재 겹치기 논란이 있었던 <하이드 지킬, 나>와 <킬미힐미>, 같은 소재는 아니지만 여전히 멘탈 치유 로맨스라는 말을 전면에 내세운 <하트투하트>가 그것이다.

 

드라마에서 이야기하는 정신질환은 언제부턴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변했다. 아마 그 시작은 <괜찮아, 사랑이야>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깊숙이, 노골적으로 건드렸고 서로를 의지하며 치유해나갔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에게 정신질환은 마음의 감기와도 같은 숨겨야 할 것이 아닌 치료해야 할 병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 흐름은 자연스레 다음해의 드라마들로 이어졌다.

 

사실 기존 드라마에서 나타난 정신질환은 모두 뭉뚱그려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병적인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고들기보다는 그런 증상이 있다 정도로 치부하고 그들은 치료가 필요하다 정도로만 인식했다. 오죽하면 하얀 집인 정신병원에 가는 장면이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상상되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정신질환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라마들은 이 문제를 밝게 보여준다. 정신적인 문제도 힘을 내서 치유하는 드라마를 보며 시청자들은 대리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 듯하다.

 

시청자는 왜 이런 드라마를 좋아하게 된 것일까? 이것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이 진단을 내렸다. 점점 불안해져가는 우리 국민의 심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불안감을 사방에 안고 사는 우리들이 그걸 해소하는 통로중에 하나가 드라마다.

 

하지만 단순히 불안함 때문에 정신질환을 다루는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단정적이다. 불안한 감정은 모든 사람들이 자주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2015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고독감과 우울감에 깊이 빠져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는 이유가 될 것 같다. 

 

우울과 고독을 대중적이고 눈에 보이는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을 발견했으니 그것이 바로 드라마였다. 가장 대중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TV드라마가 이 소재를 다루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우울과 고독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세 편의 드라마 모두 정신질환의 시작이 인물의 깊은 상처에서 오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억눌린 가정환경, 이런 것들이 실제로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곤 한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원인이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한창 진행되는 어느 순간 주인공들의 자신의 트라우마를 드러내고 힘들었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청자도 그걸 함께 지나며 자신의 상처도 자연스럽게 치유하고플 것이다.

 

드라마는 처음에 주변에서 보기 힘든 정신질환을 인물의 주요 성격에 부여하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다. 현실에서는 정신질환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기에 우리는 그것이 다뤄지면 더욱 궁금해진다.

 

이어서 드라마는 인물이 어떤 깊은 상처로 인해 그런 병을 얻게 된다고 알려준다. 이미 인물의 성격에 공감한 시청자는 그 상처에 적극 다가간다. 그리고 주인공끼리 상처를 치유하면서 덤으로 서로의 사랑까지 얻는다. 이것이 지금까지 진행되었고 앞으로 나아갈 정신질환 소재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다.

구조만 떼놓고 본다면 상당히 단순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정확히 정신질환을 발견하고 치료해나가는 구조다. 그걸 아주 잘 보여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EBS의 <달라졌어요>다.

 

이 프로그램은 부부 간의 갈등부터 시작해 고부 간, 부모자식 간의 갈등까지 다양한 가족 갈등을 다룬다. 그들의 갈등이 정신질환 때문에 온 것이라고 하진 않지만 문제를 자세히 뜯어보면 항상 갈등 당사자들이 가진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갈등의 문제가 되곤 한다. 그들은 여러 노력 끝에 결국 어렸을 때로 돌아가는 드라마 치료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 많은 답을 찾곤 한다.

 

사실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은 <달라졌어요>에 나온다. 정말 극단을 달리는 두 사람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처를 보듬는 순간을 이 프로그램은 매주 보여준다. 드라마는 어쩌면 이들이 보여준 실제 이야기를 극으로 재밌게 다듬었을 뿐이다.

 

진짜 드라마는 어쩌면 다큐멘터리 속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청자가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은 확실히 드라마다. 그래서 정신질환 소재의 드라마가 많아지는 것을 막고 싶지는 않다. 시청자들이 그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질환이 선망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확실히 치료를 해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깊은 깨달음과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지금 방영되는 드라마에 꼭 필요하다.

 

사진 출처 : 구글 검색, E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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