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향과 지양을 구별못해 시험문제를 하나 틀렸다.
고등학교 3학년 중간고사. 윤리시험이었다.
씩씩대며 교무실에 찾아간 내게 선생은 다만 "책 많이 읽고 생각을 넓게 하라"고 타일렀다.
지금 그 교훈인지 꾸짖음인지 모를 가르침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지만 최소한 선생 덕분에 나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지양과 지향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었다.
10여년 만에 불러본다. 이렇게 말하면 내 나이가 드러나겠으나, "그러면 내가 너무 드러나잖아요"라며 굴러온 기회―중고책 따위,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비지떡도 공짜라면 기회라고 생각하는 편이니, 어쨌든―를 걷어찬 홍모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과 달리 나는 드러내보일 만하달 게 그리 없을 뿐더러 차라리 비교하자면 관종에 가까우니까.
오~겡~끼~데~수~까~~?
그리고 올해 나는 29이다.
성 to the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