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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酒일기] 푸른(12.24)

category 에세이/今酒일기 2016. 12. 25. 10:23






푸른 눈의 소년과 친구가 되는 꿈을 꾼다. 하얀 눈으로 가득한 세계. 푸른 눈들의 세상.

 

 

졸지에 이방인이 된 나는 내내 깔깔거리는 그와 낄낄대며 축구를 한다. 그러고보니 소년의 얼굴은 호날두와 닮았다.

 

 

러시아의 한 대형교회쯤으로 보이는 건물 안에서 소년의 가족으로 보이는 한 무리와 마주앉는다.

 

 

마침 식사 시간이다. 갖가지 음식이 식탁에 오른다. 칠면조 요리에 군침을 삼킨다.

 

 

식전 종교의식. 책상 아래에서 몸통만한 종을 건네받은 이방인이 일어선다. 그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들. 산타 클로스마냥 새아햔 수염을 덮수룩하게 기른 한 노인이 노래를 시작한다. 그는 소년의 아버지인가, 할아버지인가. 차라리 노인은 이방인의 아버지를 닮은 것도 같다.

 

정작 호날두를 닮은 소년은 그 자리 어디에도 없다.

 

 

이방인은 푸른 눈들의 지시에 따라 종을 빙글빙글 돌린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종소리에 노인의 노래는 성스러움을 더한다. 경계 대신 환영의 미소를 짓는 사람들. 모두들 이방인을 바라보며 지휘한다.

 

 

노래가 끝날 무렵 노인이 일어선다. 목청을 높이며 이방인에게 마무리의 수신호를 보낸다. 내내 원형을 그리던 이방인의 손은 노인의 손짓에 따라 마지막으로 원을 그린 뒤 그 정점에서 일직선으로 떨어진다. 느려지는 노인의 노래의 맞춰서. '리타르단도'의 리듬으로.

 


 

간만에 성공,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by 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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