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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즐거운 나의 집>의 결말을 비롯한 주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사이보그(cyborg). cybernetic과 organism를 합친 단어인 사이보그는 개조인간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수많은 첨단기술의 발달로 사이보그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어든 요즘, 이를 둘러싼 생명윤리에 대한 물음을 던진 드라마가 등장했다. 



<즐거운 나의 집>은 사이보그 남편과 그를 만든 아내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하지만 한줄 설명만큼 드라마의 내용은 단순하지 않았다. 천재 과학자 윤세정(손여은 분)은 자신이 만든 사이보그 남편 강성민(이상엽 분)의 삶을 모두 주관하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성민의 기억이 상당 부분 조작됐다. 이어 예전 성민의 여자친구 손지아(박하나 분)이 나타나면서 진실이 조금씩 밝혀지고, 성민은 세정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부부의 관계 파탄을 넘어 서로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 되는 묵직한 메시지로 나아간다. 


드라마는 반전에 반전이 계속됐다. 드라마의 내용을 요약한 기사에 달린 댓글 역시 마지막 엔딩에 이르는 순간까지 이어진 반전에 소름이 돋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묵직하고 반전이 이어진 드라마는 보는 이에게 다양한 생각을 안겨줬다. 

◇ 인간의 죽음을 되살리는 사이보그의 존재 가능성 

성민은 세정에 의해 사이보그로 부활한다. 성민과 세정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자마자 사고가 일어난다. 성민이 세정을 대신해 뺑소니를 당하고 만 것이다. 비가 세차게 내렸던 그 날, 세정은 119에 연락하는 대신 성민을 죽게 두고 사이보그 쪽의 권위자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데려간다. 


세정과 아버지는 모두 뛰어난 과학자였다. 두 사람의 노력(과 사이보그 창조에 대한 욕심)으로 성민은 사이보그로 부활한다. 세정 역시 성민을 사랑했기 때문에 지극 정성으로 그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두 사람은 예전부터 서로 사랑했다는 왜곡된 기억을 심고, 그밖에 모든 정보를 입력한다. 마치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하게끔 돕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상 성민은 인간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에 의해 통제되는 로봇이 되었다. 자신이 살아있을 때 행동했던 기억들이 통제자가 원하는 기억으로 미묘하게 뒤틀려 있다. 예를 들면, 성민이 자기 여자친구였던 지아에게 생일 선물로 빨간 구두를 준 기억이 세정에게 준 기억으로 바뀌어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성민은 개조인간이라기보다 로봇에 가깝다. 인간이 원하는 대로 통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보그의 명확한 정의에는 인간의 뇌만큼은 대치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성민은 뇌의 부분까지 개조된 존재였다. 

◇ 불안한 미래를 예고한 <즐거운 나의 집>

혹시라도 미래에 드라마에서 나온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를 보고 난 뒤 마음 속 깊이 남는 생각이었다. 기술이 발달하고 발달한 끝에 뇌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개조할 수 있고, 심지어 뇌에 대해서도 인공지능 등을 통해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죽음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의미하는 하나의 단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등의 질문이 일어났다. 


사실 아무 질문에도 답할 수 없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은 해볼 법하다. 미래에 죽음을 들었다 놓을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달한다면, 그래서 다시 살아난 사이보그가 통제자로 인해 왜곡된 기억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다면, 우린 어떤 대처를 해야만 할까. 


다행히 드라마는 ‘인간다움’에 방점을 둔 듯 했다. 옛 여자친구 지아 때문에 기억이 돌아온 성민은 처음엔 분노로 세정에게 복수를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전에 세정과 함께 쌓아온 기억과 감정을 다시 돌이켜보며 사랑을 회복했다. 물론 그녀의 죽음까지 막지 못해 결말에서는 ‘사이보그끼리의 사랑’을 해나가야만 했지만.

부활한 사이보그끼리 영원한 사랑을 하는 것. 우리가 언젠가 느닷없이 맞게 될 사회일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그런 사회에 대한 경고를 날렸다. 성민과 세정이 결혼을 앞두고 가족과 식사하는 마지막 장면. 오직 이성에만 사로잡힌 과학자인 줄 알았던 세정의 아버지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딸의 죽음을 목도하고 사이보그로 살려낸 장본인이었기 때문에 딸의 상냥한 말씨에도 불구하고 울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미 진실을 알고 있던 아버지에게 딸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그의 울음소리가 시사하는 바는 컸다. 준비 없이 미래를 맞이하다간 초점 없는 눈빛의 기계화 인간을 보며 우리도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살아 있지만 살아 있지 않은 성민과 세정 같은 사이보그와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지, 분명 고민해봐야 한다. 이것이 내가 느낀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의 드라마가 던진 이야깃거리였다.   


by 건 


사진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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