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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

병신년 대한민국은 이기심(利己心)으로 움직여야 한다

2015년이 3일도 남지 않았다. 해가 거듭할수록 새해에 대한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2016년은 부디 웃을 일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새로운 키워드를 제안해보려 한다.

‘이기심(利己心)’, 날카로울 리(利)자와 자기 기(己), 그리고 마음 심(心)이 만나 만들어진 이 단어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경계 대상이다. 우리는 이 단어를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마음이라고 해석한다. 각각의 한자어는 특별한 가치를 담고 있지 않지만, 조합된 단어에서 우리는 부정적인 어감을 얻는다. 이 느낌은 병신년 대한민국을 미리 그려볼 때도 다르지 않다. 경제, 정치, 사회의 각 분야가 꾸리는 새해의 국가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 경제는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1997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되는 현재의 상황이 그렇다. 불안한 경제는 국민들의 고용 상태로 반영된다. 기업들은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칼은 연차가 낮은 사원들에게까지 겨누어졌다. 한 대기업은 신입사원들에게까지 희망퇴직이라는 희망을 뺏는 제안을 내밀었다. 논란이 일자 신입은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내년에 더 날카로워질 한국 경제의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날카로움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 利라는 단어에는 ‘화하다’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기업의 기득권자들이 자신의 사내보유금을 내놓으면서 화할 수는 없는 걸까. 돈이 최고의 권력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어느 누구도 재벌이 꽁꽁 숨겨둔 돈을 꺼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계속 요구해야 한다. 결국 利라는 단어의 해석은 우리의 움직임과 가진 자들의 변화에 달렸다.

 

정치는 더욱 비관적으로 보인다. 己라는 단어의 의미대로 정치인들은 자기 목소리내기에만 급급하다. 특히 공직을 맡은 자들의 자리 버리기가 문제다. 공항공사 사장들이 그랬고 장관들이 그러했다. 국민을 위해 한 가지 법이라도 더 논의해야 하는 일들은 더욱 무책임하다. 총선 승리로 기득권을 갱신하기 위해 정치인들은 자신을 광고하기에 바쁘다. 이기심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己에도 다른 의미가 하나 더 있다. ‘다스리다’라는 것이다. 선거 후보자들이 진영 논리가 아닌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리겠다는 본질을 내세우는 전략을 보여주면 어떨까. 알아보는 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己의 의미도 다스린다는 말을 온전히 이해하는 국민들과 그것을 올바로 추구할 정치인들의 태도에 달렸다. 

사회 역시 어둡기만 하다. 사람들은 이제 병들다 못해 분노했다. 얼마 전에는 서울대 학생이 자신의 수저색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한때는 자신의 노력을 부족해 스펙을 쌓는다고 말하던 청년들이 이제는 나라 자체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자살, 폭력, 비난, 공포라는 단어가 전혀 멀지 않은 사회다. 사람들은 사회에 마음을 두지 않게 되었고, 앞으로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모른다.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편하게 만들 것인지가 새해를 맞는 한국 사회의 관건이다. 답은 心이라는 단어 안에 있다. 본질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추구하는 것. 이것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두가 가져야하는 자세다.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두 가지 키워드의 대안적 의미인 ‘화합하여 다스리는 것’이다.

이기심(利己心)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날카롭게 자기만을 드러내려는 마음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하지만 대안적 의미로 해석을 하면 이기심은 ‘화합하여 다스리는 본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6년의 대한민국을 그려볼 때, 분명 이기심으로 가득한 곳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 이기심의 의미가 어떤 것이 될 지는 국가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의 변화에 달려 있다. 그리고 하나 더, 그 요소에는 나를 비롯한 우리 국민이 포함되어 있다. 치기어린 분석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날카롭게 자기만 드러내는 마음보다는 화합하여 다스리는 본질이 더 좋다는 건 미성년자도 아는 사실이다. 부디 새로운 의미의 이기심으로 똘똘 뭉치는 2016년의 우리가 되길 바란다. 

 

by 건

 

사진 출처 :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