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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크리스마스를 맞은 영화계에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크리스마스’와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나오면 회자되던 영화, <러브액츄얼리>가 재개봉한 것이었다. 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영화가 가진 힘은 유효하다. 많은 사람들(특히 현재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재개봉 소식만으로 설레어했고, 12월 25일 기준으로 26만이 넘는 관객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결말까지 다 아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다. 사람들은 내용보다 영화가 전하는 특유의 분위기를 선택했다.

<러브액츄얼리>에는 수많은 커플들이 나온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커플, 권태기를 맞은 중년 부부, 만천하에 사랑이 공개된 수상 커플, 어느 누구보다 깊이 사랑에 빠진 아이 커플, 그리고 스케치북으로 마음을 고백한 아름다운 짝사랑의 이야기까지. 특징만 언급해도 장면이 상상될 만큼 <러브액츄얼리>는 대표적인 클리셰다. 모두 다 알지만 다시 봐도 좋다.

좋은 이야기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적어도 크리스마스 날 <러브액츄얼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본 이들이라면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행복한 영화를 생각하면서 생뚱맞게도 2015년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우리의 현실을 떠올렸다. 한 결혼 정보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 10명 중 8명이 혼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겠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올라온 기사들도 혼자서 즐겁게 사는 사람들의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거리의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물론 매년 사진 상으로 보는 명동의 크리스마스 풍경은 여전했지만, 사람들은 모두 다 느끼고 있다. 2015년의 크리스마스가 2003년 <러브액츄얼리>가 그린 크리스마스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사랑’을 생각하는 자세다. 물론 12월 노동 개혁 법안 처리를 놓고 나랏님이 ‘사랑’이야기를 하신 덕에 이 문장을 쓰기가 망설여졌다. 그렇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가 이 말을 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크리스마스니까’라며 했던 행동들이 많았다. 사랑 고백,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친구와 우정을 확인하는 것까지. ‘크리스마스’라서 꼭 연인과의 사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프기만 하다. 더 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단어들이 떠오른다.

우리가 처한 상황들이 명백히 보이기 때문에 ‘사랑’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열심히 살자’는 식의 성실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의 현실에 자조하면서 루저 인생을 살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럼 뭐 어쩌라는 말인가‘ 라고 반문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내 힘으로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건 몇 자의 글을 적고 투표날 표를 던지는 일 외에는 없다.

 

그래서 나는 크리스마스에 떠오른 보름달에게 소원을 비는 수밖에 없었다. 비관주의와 자조가 팽배하는 크리스마스를 다시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라는 구시대적인 문구를 말하기에도 지친 솔로들에게 ‘사랑’의 힘을 회복해달라고. 전 세대가 성실함을 강요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열심히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져 함께 연대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결국 이 글은 개인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글이 되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소원을 빌고,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 소원에서 시작해 2016년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때는 행동으로 움직이고픈 마음이다.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미 나는 행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 마음에 공감한다면 함께 행동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살아가야 할 세상이라면 <러브액츄얼리>에서 그려진 것처럼 행복과 사랑이 분명히 ‘존재’하는 세상이 될 수 있게 말이다.

 

by 건

 

사진 출처 : 네이버영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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