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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팬들에게 좋은 서비스만을 남긴 <그녀는 예뻤다>

예상대로 그녀는 예뻤다. 그리고 우리에게 동화 같은 장면들을 보여줬다. 혜진(황정음 분)은 우리 삶에 스포트라이트를 꺼버리지 않는다면,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동화보다 더 동화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 했다. 참 고맙지만 고맙지 않은 말이다. 우리의 현실은 이미 잔혹동화이기 때문이다.

해피엔딩 드라마에 현실투정을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행복을 전해주던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마지막 회에 이르러 보여준 드라마적 한계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 잦은 회상씬과 캐릭터 소비
최종회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전작처럼 작가가 열린 결말,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결말을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여른을 의식한 듯 안정적인 구조를 선택했다. (물론 여러 장치를 통해 새드 엔딩을 심어놨다는 말도 있지만) 인물 하나가 하나가 꿈을 찾고, 사랑을 찾는 그런 구조로 말이다.

극적이고 극단적인 전개를 포기한 만큼 드라마는 이야기의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최종회는 서사가 아닌 전시가 되어버렸다. 인물들의 행복한 삶을 보여주고 추억을 더듬게 만들었다. 특히 신혁(최시원 분)과 관련된 장면이 그랬다. 그의 명대사, 캐릭터를 다시 보는 수준에 가까웠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주요 캐릭터의 매력이 다시 소비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시청자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서비스컷 위주의 전개는 모바일 서비스로 충분하다.

 

결국 최종회 시청률은 하락세를 타고 15%내에 머물렀다. 20% 돌파를 꿈꿨던 때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다.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는 주연배우 커플 결성이라는 1차적 해피엔딩 이후의 전개에서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그녀는 예뻤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라리 주인공을 죽이기보단 커플이 이어진 이후에 현실을 더 리얼하게 그렸으면 어땠을까. 생각보다 첫사랑과의 삶에서 부딪치는 일이 많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무조건 인생은 슬퍼야한다는 주의는 아니지만 드라마가 너무 동화에만 머무르지 않았으면 한다. <그녀는 예뻤다>의 그녀는 정말 예뻤지만 우리의 현실은 항상 아름다운 것이 아니니까.

 

- by 건

 

사진 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