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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송곳> 시시한 약자와 시시한 강자의 싸움

약한 것은 과연 좋은 것일까, 아니면 병신이 되는 지름길인 걸까. 점점 구색을 갖춰가는 드라마 <송곳>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착한 것이 좋은 것이라고 세뇌되듯 배우지만, 생각보다 삶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착하면 이용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주인공 이수인(지현우 분)은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보고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치기로 결단한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왕따가 된다. 하지만 구조조정 명령이 떨어진 회사에서 잡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수산 파트 과장 허과장(조재룡 분)과 형동생하며 친하게 지내던 성실한 주임 황준철(예성 분)에게 위기가 닥친 것이다. 허과장은 매번 준철에게 이런저런 일을 떠넘기다 결국 그에게 사직서를 쓰라는 부탁을 늘어놓는다. 말도 안 되는 부탁이다. 여기서부터 이수인과 직원들의 만남이 시작된다.

 

이수인은 계속 노무사 구고신(안내상 분)을 만나며 어떻게 하면 황주임을 구제하고, 이 문제를 이겨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 고신은 취업규칙을 비롯해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저항 방안을 알려주며 그들의 길을 안내한다. 그리고 하나둘씩 행동의 자리로 모여든다. 중반부에서 구고신은 준철을 지키고 싶다고,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묻는 수인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선한 약자를 약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란 말이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준철과 함께 입회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는 수인에게 고신과 동고동락하는 아저씨는 이렇게 말한다.

 

“지는 건 안 무서워요. 졌을 때 혼자 있는 게 무섭지. 그냥 옆에 있어요. 그거면 돼요.”

푸르미 일동점의 노동자들은 연대하기 시작한다. 지는 것은 무섭지 않다. 오히려 혼자가 두렵다는 말. 이 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항상 외롭게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뭉쳐야 한다는 뜻이다. 첫 회에서 노루 한 마리에 불과했던 이수인의 움직임이 커다란 코끼리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기도 했다.

 

후반부에 다다라서 황준철이 왜 가장 먼저 밀어내기의 대상이 되었는지 나온다. 친동생처럼 아낀다던 허과장이 그를 가장 만만히, 쉽게 본 것. 그는 준철의 강한 행동을 보고 결국 진실을 토로한다. 자신을 착한 사람이 아닌 병신으로 본 것밖에 안 되는 걸 깨달은 준철은 조금 더 나은 섬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혼자 들어간 징계위원회에서 결국 그는 또다시 외로워지고, 나약해진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연대하기도 하고, 혼자가 되기도 하고, 함께함을 누리기도 하고, 또다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는. 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누군가는 시시한 강자가 되고, 시시한 약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꼭 강자와 약자를 가른다. 이것이 우리의 문제다. 드라마 <송곳>은 당연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사회에 고민해 볼 화두를 던진다.

 

앞으로의 전개는 더욱 처절할 것이다. 연대한 약자들은 어쩌면 나락으로 떨어질 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그런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끝내 받아들이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송곳처럼 뚫고 나올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 by 건

 

사진 출처 :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