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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중한 여자>를 분석해서 본 웹드라마의 가능성

category 드라마 2015. 9. 10. 17:05

드라마를 보고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할까. 누군가는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 않겠냐고 한다. 보통 단막극의 문법이 그러하니까. 어떤 이는 영화처럼 두 시간은 봐야 내용을 충분히 곱씹을 수 있다고 한다. 시리즈로 본다면 보통 16부작이 많으니까 16시간, 사극과 같은 대작의 경우에는 50시간은 필요하다고 할 터인데, 요즘의 드라마 문법은 시간을 거스르는 것 같다.

가히 웹드라마 전성시대다. 전성시대라기에는 조금 이를 수도 있겠다. 춘추전국시대 정도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 누구 하나 압도하는 이가 없고, 방송사뿐 아니라 기업까지 눈독 들이고 있는 것이 웹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손바닥TV, 스낵컬처 등 다양한 용어가 만들어졌다. 웹툰, 웹소설에 이은 웹드라마가 이제 대세가 될 ‘예정’이다.

 

웹드라마는 10분 내외의 드라마로 자투리 시간에 짧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장르다. 최근 나영석PD가 웹예능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것보다 먼저 나온 것이 웹드라마였다. 웹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해서만 분석을 해도 글 한 편이 족히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기사체의 딱딱한 분석 보다는 웹드라마의 좋은 예시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출중한 여자>, 2014년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천우희가 출연한 작품이다. 드라마는 연애칼럼을 연재하는 잡지 에디터의 본격 밀당 싱글라이프를 그리고 있다. 10분에서 15분 사이의 짧은 단편으로 총 5회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한 명의 작가를 중심으로 회마다 연출진이 바뀌는 형식으로 드라마에 변주를 주는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출중한 여자>는 대세의 웹드라마가 가지는 문법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싱글녀 잡지 에디터의 삶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남자들을 기준으로 에피소드를 나누고, 현실과 밀착된 행동 양식(예를 들면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댓글 대화)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다. 매력적이면서도 신선한 배우들을 앞세워 청량감을 드러내고, 카메오를 이용해 웃음 포인트를 적절히 준다.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들이기 위해 불편하지 않지만 매력적인 장치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출중한 여자>의 에피소드를 모두 보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데이터 걱정만 아니었다면). 이런 점에서 손바닥TV의 매력이 출중하게 발휘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장점이 많은 웹드라마의 이면을 짚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앞으로도 더 대세일 것이라는 추측이 오가는 가운데 <출중한 여자>를 보면서 아직도 웹드라마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깨달았다(긍정적인 의미로).

 

이미 KBS는 웹드라마를 차기 플랫폼인 모바일을 선도할 중요한 콘텐츠라고 판단했다. ‘KBS 웹드라마’ 라는 페이지를 따로 개설했고,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간서치열전> 외에 다른 기업들이 제작한 웹드라마를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출중한 여자>도 그 콘텐츠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공영방송인 KBS의 고민은 웹드라마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웹드라마는 현재 주로 기업의 홍보용 수단, 이미지 개선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삼성 그룹이 젊은이들을 잡기 위해서 <무한동력>이라는 청춘 드라마를 내세운 것이 하나의 예다. 이미 국내 50대 기업은 모두 웹드라마와 관련한 부서를 만들었다고 한다.(PD저널 기사, <짧고 굵게, 손바닥 ‘10분 드라마’의 승부>의 인터뷰 내용 참조) 이렇게 기업이 있어야만 웹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된 건 광고/협찬 외에는 아직 뚜렷한 수익 창출 수단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히 공익성과 수신료라는 중요한 가치를 쥐고 있는 KBS로서는 더 비용을 투자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즉, 웹드라마는 광고와 협찬이 아니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 ‘선 제작, 후 비용부담’이 아닌 ‘선 비용확보, 후 제작’인 것이다. 그렇게 웹드라마는 자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출중한 여자>에서도 그런 면이 여실히 드러났다. PPL에서 자유로운 덕분에 주인공 천우희는 실제로 존재하는 잡지 <싱글즈>의 에디터로 등장했고, 그 외에 다양한 상표들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어쩌면 이제 알 것 다 아는 대중들이 굳이 PPL이라고 상호명을 숨기는 것이 더 고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웹드라마에 도전하려는 많은 방송사들이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광고에만 의존하는 드라마, 또는 자사의 드라마를 단순히 홍보하는 수단으로만 전락할까봐.

확실히 <출중한 여자>에서 상표명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불편하면서도 재밌었다. 오히려 광고라고 느껴지기보다 우리의 삶과 더 밀착해있다는 느낌이 들어 반갑기도 했다. <출중한 여자>를 주로 소비하는 세대는 광고에 이미 이골이 난 세대이기 때문에 굳이 PPL의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익구조가 아직 뚜렷하게 마련되지 않은 웹드라마를 더 이용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방송사는 웹드라마를 우선시해야하는 걸까, 아니면 정규 방송의 홍보 수단으로 웹드라마를 이용해야하는 걸까. 쉽게 정답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웹드라마는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예능 클립 같은 경우에는 하루만에 100만 뷰를 돌파하는 일이 종종 있다. 적어도 화제몰이를 하는 데는 모바일이 적격이다.

 

웹드라마를 보면서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라는 단어가 자꾸 떠올랐다. 잘 만든 콘텐츠 하나로 여러 곳에 응용할 수 있는 것이 요즘 시대다. 드라마 한 편을 찍으며 나온, 쓰지 못한 영상들이 얼마나 많은가. 가장 완성된 본편을 정규 편성에 넣는다면, 웹드라마에는 스핀오프, 외전과 같은 걸 제작해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드라마 제작 방식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웹이라는 새로운 창구가 열리면서 콘텐츠 제작의 방법은 무궁무진해졌다. 완성도 높은 한 편으로 다양한 방향의 콘텐츠가 재생산되는 것. 그것이 앞으로 웹드라마가 나아갈 수 있는 한 가지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 by 건

 

PD저널 기사 출처 :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54935

사진 출처 : 싱글즈 <출중한 여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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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늙은도령 2015.09.11 03:02 신고

    우아.... 제가 통신사업할 때 문자메시지 하나 보는데도 1분 걸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