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베테랑> 조태오는 악마인가?

category 영화/주말이다 영화야 2015.08.09 07:30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7)와 <부당거래>(2010) 사이는 류승완에게 이를테면 단절의 시간이었다. 이에 대해 주성철은 류승완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향하는 과정이었다는 주석을 달기도 했는데, 당시 류승완은 직접 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제는 내 취향의 전시뿐만 아니라 시대적 정서나 환경, 그리고 타이밍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더불어 내적으로는 언제나 장인으로서의 명품을 만들고 싶다.”

 

문화예술계 이곳저곳에서 ‘표절’ 문제로 화끈 달아올라 있는 지금. ‘오리지널리티’를 운운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건 차치하더라도, 그게 ‘오리지널리티’든 ‘짜깁기’든 ‘오마주’든 ‘패러디’든지 간에 어쨌든 류승완이 <부당거래> 이후 <베를린>(2012)과 <베테랑>(2015)을 통해 확실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건 사실이니까. 말하자면 그의 변화란 액션 혹은 코믹이라는 장르에 천착하고 영화광으로서 보고 배운 것들을 직접 형상화하는 (철저히) 영화적 기쁨과, 사회에 대한 민감함과 시대적 분위기를 읽어내고 필름에 담아내려는 신념, 둘의 차이와 같다.

 

1.

 

<베테랑>은 류승완의 새로운 흐름 와중에 특히 <부당거래>와 많이 닮아 있다.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정치적 그늘을 겁 없이 까발리고, 법의 (‘법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식의) 순환적, (카프카가 꿰뚫었듯) 초월적, 형식주의적 성격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꼬집으며, 돈 아래 기생하는 제도의 허점을 파헤친다.

 

그런데 <부당거래>에 비해 <베테랑>은 류승완이 의도한 바대로 명확하고 쉽다. 도대체 누가 나쁜놈이고 누가 착한 놈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던 <부당거래>에 비해 <베테랑>에서 나쁜 놈과 착한 놈이 누군지는 분명하다. 또한 서사의 구조도 훨씬 단순하다. 다양한 상황과 갈등이 섞여있긴 하지만, 조태오(유아인)을 쫓는 서도철(황정민)의 관계를 중심으로 나머지는 다 ‘아웃 오브 안중’이 된다.

 

그를 위해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여 관객들의 시선을 이 단순하고도 명쾌한 설정에 집중시킨다. 독특하고 실험적인 컷(특히 초중반부에 씬과 씬 사이를 주목해보라), 꽤 길게 이어지는 롱 쇼트들. 무엇보다 류승완표 짜릿한 액션 씬들이 그렇다. 화려한 카메라 워크와 짜릿한 배우들의 액션, 적절할 때마다 터져주는 음향효과란! 역시 류승완은 류승완이었다.

 

그렇지만 영화를 명쾌하게 만들고, 서사구조를 하나로 집중시키는 과정에서 반대로 놓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예컨대 조태오와 서도철이 숨가쁘게 쫓고 쫓기는 와중에, 나는 ‘왜?’라는 질문을 던질 틈도 없었거니와 영화는 ‘왜?’에 대한 질문을 굳이 마련하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여기 정의를 구현하려는 ‘선인’ 서도철이 있고, 나쁜 짓만 골라하는 ‘악인’ 조태오가 있다. 영화는 이 명확한 프레임 속에서 선이 악을 축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프레임 속에서 모든 것은 명백하지만, 프레임 밖, 그리고 프레임 뒤에 있는 것들은 관심 밖이다.

 

프레임을 벗어난 모든 것들은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다. 왜 서도철은 죽음을 무릅쓰고 정의를 구현하려 하는가? 중고차 사기단을 검거한 이후 승진에 들떠있던 서대철은 어떻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실을 좇기 시작했는가? 조태오(유아인)은 악마인가? 만약 그렇다면 조태오는 어떻게 악마가 되었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인가(그렇다면 그는 정말 문자 그대로 ‘악마’일 테다), 아니면 후천적으로 환경적 영향을 받아 그렇게 자라난 것인가?

 

2.

 

이건 괜한 딴지가 아니다. 시비 걸게 없어서 영화가 다루지 않은 것을 기어코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영화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다. 드라마에서 액션을, 스릴러에서 로맨스를 기대하는 바보는 없다. 마찬가지로 영화가 인물들의 모든 사정을 담을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잘 안다. 서도철의 과거사, 조태오의 과거사를 모두 보여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내가 딴지를 거는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류승완 스스로 조태오라는 인물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서 조태오는 누가 봐도 악인이다. 조태오라는 캐릭터에는 현실 사회의 드라마 같은 ‘사건’들의 중심인물들이 모두 스며들어있다. 그런데 류승완은 어떤 인터뷰에서 조태오가 악마라기 보단, 사회적, 경제적으로 형성된 존재라고 말했다. 더불어 조태오는 한 개인이 아니라, 비뚤어진 사회적 구조를 표상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류승완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 조태오에 대해 ‘그냥 나쁜 놈’이라고 표현했다. 그냥 나쁜 놈이란 곧 악마다. 사회적 형성물과 악마. 둘 사이의 괴리는 곧 <베테랑>의 딜레마다. 바로 이어서 딴지를 거는 두 번째 이유. 악마는 존재하는가? 악마라는 캐릭터의 형상화와, 그에 대한 징벌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가? 혹시 그건 분노, 슬픔 등의 감정적 과잉을 편리하게 소비해버리는 방편은 아닌가?

 

개인적으로 악마는 없거나, 최소한 부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얼마 전 읽은 테리 이글턴의 <악>의 영향도 있겠다.) 굳이 선택하라면, 나는 조태오의 악마적 특성은 환경이 만든 산물이라 본다. <데드 맨 워킹>(팀 로빈스, 1995)에서 ‘감옥에는 가난한 사람들뿐이’라는 매튜 폰셀렛(숀 펜)의 말처럼. 물론 이는 위에서 말했듯, 류승완도 염두에 두고 있던 점이다. 

 

더 나아가 영화에서 악마라는 존재는, 그리고 그 존재에 대한 형벌은 무엇을 의미할까. 예컨대 유병언의 죽음은 세월호 정국에 어떤 변화를 야기했던가. 그는 세월호를 둘러싼 모든 구조적, 정치, 사회적 균열을 체화한 악마로서 죽음을 맞이했다. ‘나쁜 놈’ 유병언의 죽음은 악의 소멸을, 곧 세월호 정국의 해소라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악마에 대한 형벌은 희생양 제의와 맞닿아있다. 희생양의 죽음이 그렇듯, 악마에 대한 처벌은 불가해한 현상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다. ‘한 놈 잡아서 상황 종치자’라는 생각에서 둘은 다를 게 없다.

 

같은 맥락에서 조태오가 악마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자칫 진정한 문제를 가리는 가림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류승완은 또한 악마로서의 조태오라는 캐릭터에 대한 거리감을 유지하기도 했다. 그 탓인지 모르나, 영화의 결말은 새로운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 지점이란 희생양 제의, 그 이후다. 가뭄이 그치지 않아 희생양을 신께 받쳤다 치자. 이후 운 좋게 비가 내린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는 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악마를 죽였는데, 불가해한 현상이 유지된다는 것. 그건 곧 악마라는 존재가 사라진 사회의 구조적 공백을 의미한다. 문제는 악마가 아니었다는 것, 보다 더 근본적인, 구조적인 차원이 문제라는 것을 눈치 채는 순간을 의미한다.

 

굉장히 유사한 구조의 <공공의 적>(강우석) 시리즈와는 달리, <베테랑>의 결말은 시원치 않다. 통쾌하지 않다는 말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야 ‘겨우’ 공판이 시작할 것이고, 법정 앞에서 조태오의 표정에서는 분노도, 슬픔도 읽을 수 없다. 현실로 미뤄보건대  조태오는 감방에서 적당히 살다가, 아니면 집행유예로 풀려나 뭔 일 있었냐는 듯이 살아가지 않을까. 상상으로나마 ‘죽지 않은’ 조태오를 마주한 나의 불편함은 그를 둘러싸고 악의 비릿함을 풍기는 사회를 향한다. 도대체 악은 어디에 있는가? 

 

 

by 벼

 

* 다음영화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ezplz2003@naver.com 2015.08.26 15:11

    황정민의 왜? 가 빠졌다고 하셨는데요
    영화를 보면 그 화물차 운전자가 다치고 나서 그와의 약간의 친분이 있었고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 그 모습들이 "왜?"에 대한 답 아닐까요?
    저는 이 영화의 어찌보면 그런 진부한 스토리보단 그걸 유쾌하겐 잘 풀어냈다고 생각하는데
    단지 아쉬운 액션씬에서는 아직까지 촬영기법의 문제인지 영상이 흔들려 보기 불편한 느낌이
    아직까진 류승완감독의 짝패부터 이어져온 단점중 한가지라고 봅니다.
    뭐 요새 우리가 너무 할리우드 영화에서 봐왔던 촬영기법들을 많이 접혀서 그럴수도 있지만요
    최근에 나온 미션임파서블이나 가장 대표적인 본시리즈의 추격신과 액션씬과 비교해보세요

  2. 나준하 2015.08.26 17:38

    속어나 비어를 사용하는 것 까지는 시대 흐름이니 하고 봐준다고 해도, 어법에 어긋난 정체불면 국적 불명의 문장이라던가, 의미나 의도에 어긋난 문구나 어휘 사용은 현학적인 자기과시성 표현으로 차고 넘치는 저급한 평론가 시늉인 듯.

  3. 전미정 2015.08.27 01:09

    무식하면
    대충 아는거 끌어다 쓰지마
    읽다가 화남


    본인의 생각 강요하지도 말고
    어설프게


    적어도 글을 쓸 때는
    단어의 정의와 개념을 올바르게 써야지


    후반부로 갈수록 산으로 감

  4. 2015.08.27 08:27

    글쓴이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내용은 마지막문단인것 같네요. 그런데 거기에 굳이 변명해보자면, 베테랑은 깊이를 갖춘 영화는 아니라는겁니다. 중간쯤 언급했던 것 처럼, 공포영화에서 코믹을 기대하거나 로맨스에서 스릴러를 기대하는 것과 대동소이한거죠. 그런 개연성과 함의를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액션과 속도감에만 초점을 맞춘 '오락영화'가 바로 베테랑입니다. 관객들이 호응하는 이유는 이러한 의도와 성격을 처음부터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머리아프게 깊게 생각하지 않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 별밤 별밤러 2015.08.27 12:13 신고

      맞습니다. 저도 동감하는 바입니다. :)
      분명히 하고 싶은 건, 제 글이 결코 <베테랑>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히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더 그렇죠. 단적으로 제 글에서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혹은 '~~해야 했다' 라는 어조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조태오의 애매한 위치를 한 번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건 '조태오를 악의 화신으로 묘사됐음에도, 왜 마지막에 그는 '처단'되지 않았을까?'였습니다. 나중에 찾아본 류승완 감독의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영화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위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5. 프랜 2015.09.21 21:38

    글쓴이 스스로는 상당히 중요한 것처럼 서술했지만, 정작 영화를 즐기는 데 별 필요없는 글쓴이의 '악마'에 대한 생각 잘 보았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악마'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도 없는데 "그냥 나쁜 놈 = 악마 = 선척적으로 악함"이라는 공식을 스스로 정한 뒤, 류승완 감독이 갈팡질팡 하고 있다는 얘기도 어이없지만, 그게 비난이 아니라는 주장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사회적인 영향으로 괴물이 된 조태오는 그냥 나쁜 놈이 아니라는 말씀은 본인 스스로 단어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상식적으로 충분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문장에 딴지를 거는 말장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액션오락 영화인 '베테랑'은 '악'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다룬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이네요. 복잡하다면 한없이 복잡할 수 있는 '윤리'에 관한 문제를 들먹이면서 지식자랑이나 하려고 했지만 그마저 너무나 미숙한 글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할 말 다하고 비난한 게 아니라고 발뺌하진 않겠습니다. 이건 글쓴이의 글에 대한 비난이 맞습니다.

    • 별밤 별밤러 2015.09.21 22:36 신고

      단어에 민감하신 분 같습니다. 짧은 변명 올립니다.

      1. '악마'라는 단어가 탐탁치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제가 의도한 악마라는 존재를 엄밀하게 짚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저는 악마를 모든 관계를 벗어난, 그 자체로 악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다른 말로 하면 '악'에 대한 변명이 불가능한, 필요하지 않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악마로서 조태오는 선천적인 악을 타고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2. '갈팡질팡'이 류승완에 대한 비난은 아닙니다. 때로 명쾌함만큼 위험한 것도 없지요. <공공의 적>은 상당히 명쾌합니다. 강철중이 쫓는 '적'은 그야말로 악마의 화신(악마라는 표현이 싫다면, 그냥 나쁜 놈)입니다. 착한 놈 대 나쁜 놈. 이런 이분법만큼 편리한 구도도 없지만, 거기에 어떤 깊은 고민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나이브하기까지 할 때도 많죠.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저는 <공공의 적>의 명확한 대립보다는, <베테랑>의 갈팡질팡 하는 묘사가 더 좋습니다. <베테랑>에서는 최소한 악(나쁜놈)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역력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3. 연장선상에서, <베테랑>이 철학적 고찰을 다룬 영화는 아닐 수도 있으나 철학적 고찰을 배제한 영화는 아닐 겁니다. 사실 철학이란 게 거창한 게 아니란 건 프랜님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철학 없는 영화를 찾기가 더 어렵죠. 평론가 정성일 씨가 그랬듯, 관객들은 감독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조금만 어려운, 민감한, 윤리적인, 혹은 철학적인 이슈를 끄집어 내면 '이 영화가 그런 영화는 아니잖아. 감독이 그런 얘기를 할 리 없어. 그냥 웃자고 만든 영화야." 이런 식의 반응이 왕왕 따라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단순하고 피상적인 생각같습니다. 실제로 류승완의 인터뷰들을 보시면, 굉장히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의식이 곳곳에 숨겨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진중권의 문화다방 류승완편을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4. '사회적인 영향으로 괴물이 된 조태오는 그냥 나쁜 놈이 아니라는 말씀' 이런 말은 제가 한 적이 없는데, 어떤 의도로 하신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사회적 영향으로 괴물이 된 조태오=그냥 나쁜 놈'이라는 명제 자체에 대한 참/거짓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첫 번째 꼭지가 답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5. 비난 감사합니다. 비난만큼 저를 성장시키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비판이라는 표현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

  6. 유병언 2015.09.22 07:16

    기승전 세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