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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응준이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 글은 파장이 컸다. 대중들의 실망은 신경숙 개인을 넘어 문학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 작가의 해명과 창작과비평사(이하 창비)의 대응방식은 안일했다.

필자는 소설을 좋아하지만 그만큼 소설을 잘 알고 있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래서 이번 논란에 대해 ‘표절이다’, 혹은 ‘표절이 아니다’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논란이 된 신경숙의 <전설>을 읽어보지 못했고, 표절의 원전인 미시다 유키오의 <우국> 역시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논란이 된 구절들을 비교한 뒤 가장 처음 든 생각은 ‘비슷하다’였다. 남녀의 격렬한 정사 장면과 남녀의 심리를 표현한 대목이 너무도 유사했기 때문이다.

 

오래전 '금각사' 외에는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 '우국'을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란다.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게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

 

해명은 말 그대로 까닭이나 내용을 풀어서 밝히는 걸 뜻한다. 그런데 이 해명 글은 어쩐지 시원하지가 않다. “독자들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말은 모순적이다. 독자들에게 미안하다면 표절인지 아닌지를 작가 스스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작가에게 상처받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면서도 독자들에게 다짜고짜 믿어 달라 하는 것이 이기적으로 느껴지는 건 필자뿐인지 모르겠다.

 

소설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신경숙의 해명 글은 다르게 읽힌다. 필자 기준에서 소설가의 제1조건은 진실성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진실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펼쳐 소설이라는 집을 짓는다. 소설가의 진실은 집의 기둥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 소설가가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라고 말하는 건 직무유기다. 표절 논란과 관계없이 신경숙의 해명이 실망스러운 이유다.

창비 출판사의 대응 역시 아쉽다. 아래는 창비가 17일 내놓은 배포한 해명자료의 일부다.

 

사실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가 아주 어렵다.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이다. 또한 선남선녀의 결혼과 신혼 때 벌어질 수 있는, 성애에 눈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문장 자체나 앞뒤 맥락을 고려해 굳이 따진다면 오히려 신경숙 작가의 음악과 결부된 묘사가 더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인용 장면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따라서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표절시비에서 다투게 되는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이나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을 가지고 따지더라고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일단 이 해명 글에는 2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작품의 일부 장면에 대한 표절 논란을 작품 전체에 대한 표절 논란으로 확대해 해명했다는 점이다. 작품 전체로 확대해 해당 장면은 전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옹졸하기까지 하다. 백번 양보해 출판사의 말을 인정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문학에서 부분적 장면 묘사는 언제든지 허용된다는 말인가?

 

두 번째는 친절하지 못하다.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과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이라는 말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솔직히 아직까지도 당최 저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르겠다. 어림짐작으로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은 포괄적으로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플롯, 핵심주제 등이  비슷한 것을 뜻하는 것 같고,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은 작품의 부분적인 묘사나 표현 등이 문헌적으로 대조해서 유사하다는 말인 것 같다. 해명의 대상이 대중이라면 굳이 문학 깨나 하는 사람들이나 아는 미사여구를 동원하면서까지 혼란을 줄 필요가 있었을까. 차라리 출판사의 처지에서 표절이라 본다, 표절이 아니라 본다, 혹은 정밀한 대조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깔끔하게 얘기하면 어땠을까.

 

창비 출판사는 해명을 내놓은 뒤 하루 만에 결국 사과했다. 주요 내용은 ▶이번 표절 논의가 자유롭게 생산적이 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작가와 논의해 독자들의 의문을 풀리도록 노력하며 ▶내부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는 얘기였다.

 

문제를 풀려면 당사자가 나서야 한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중에는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작품이 꽤 있다. <엄마를 부탁해>를 비롯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였던 만큼 어떻게든 독자와 대중에게 해명다운 (그것이 인정이든 부정이든) 해명을 하리라 믿는다. 그게 문학인이 갖춰야 할 (떳떳한) 태도다. 아울러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국문학에 뿌리 내린 표절 의혹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길 바란다.

 

*사진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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