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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프로듀사>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결말 예상해보기

바보 같지만 짐짓 어른인 척하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는 연하남, 그리고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씌워주며 자신을 보호해줄 것만 같은 듬직한 남자. 이 남자는 다른 두 사람이 아니다. 한 남자를 바라보는 두 여자의 시선이다.

백승찬(김수현 분)PD는 극에서 이중인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뭇 다른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며 그들(특히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향하는 시점을 맞아 제작진은 역시나 짓궂게 백승찬에게 시련을 안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와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순간을 만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보통 하는 것이 있다. 결말 예측이다. 이런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면 시청자들은 파가 나뉘기 마련이다. 자기가 응원하는 커플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 응원의 근거는 보통 자신이 감정이입을 더 하는 인물에서 찾는다. 털털하고 스타일리시한 스타일들은 탁예진(공효진 분)의 마음을 십분 공감할 것이고, 첫사랑의 기분에 취하는 새침한 스타일은 신디(아이유 분)의 눈물을 이해할 것이다. 어느 쪽으로도 이뤄져도 전혀 나쁘지 않은 결말이 되겠지만 예측해보는 건 재밌는 일이니까, 앞으로 흘러갈 애정전선의 방향이 어떨지 예상을 해볼까 한다.

 

첫 번째 결말, 결국에는 끼리끼리.(현실 Ver) 

<프로듀사>에 대한 기사를 읽어보다 결말의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일간스포츠에서 낸 <‘프로듀사’, 연예 관계자들이 바라본 ‘진실과 거짓 사이’>라는 기사였다. 기사 속에 “'1박2일' 박인석PD와 '뮤직뱅크' 신수정PD도 사내 부부다.” 라는 말이 있다. 아주 단순하고 1차원적인 추측이지만 정확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프로듀사> 안에서 ‘1박2일’을 연출 중인 라준모(차태현 분)PD와 ‘뮤직뱅크’를 맡고 있는 탁예진은 인연의 깊이로 치면 극 중 인물에서 가장 할 말이 많은 커플이다.

 

최근 백승찬에게 밀려 라준모의 분량이 많이 줄긴 했지만, 8회 에필로그에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암시를 남겼다. 체육대회의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승찬과 준모는 마주한다. 키커 승찬과 골키퍼 준모.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을 보고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겠냐며 백승찬이 손쉽게 골을 넣을 거라 예상한다. 하지만 준모는 승찬의 슛을 아주 멋지게 막아냈다. 분명 이 장면이 암시하는 바는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탁예진이라는 여자를 두고 부딪히는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에 대한 암시고, 제작진은 라준모의 손을 조심스레 들어주겠다는 뜻을 내비쳤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현실을 봤을 때, 준모와 예진은 결국 질긴 인연 끝에 서로 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승찬은 연상녀를 좋아하는 타입이기에 다시 좌절하지만 새로운 연상녀를 만나게 되는 것으로 제작진은 위로를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신디의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아름답지 않을까. 첫사랑은 보통 이뤄지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분명 결말에는 그녀도 새로운 남자를 만날 것이다. (신디와 승찬이 이뤄지는 결말은 이상하게도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두 번째 결말, 이 시대 연상연하 커플들이여, 환호하라. (판타지 Ver)

위에서 얘기한 현실 버전의 결말은 지금 승찬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커플이 이어질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 말은 승찬이 예진과 이뤄지든, 신디와 만나든 둘 다 판타지라는 것이 된다. 드라마가 꼭 현실만을 반영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판타지를 충족시켜주지만 개연성이 있는 결말을 하나 더 예측해보고자 한다.

 

개연성이 있는 판타지, 가능한 불가능을 실현하는 결말을 꼽아보자면 승찬과 예진 커플이 이어지는 것이다. 작가는 초반부터 이 커플에 대한 가능성을 꽤 높게 심어두었다. 승찬이 KBS에 들어오게 된 계기도 한 연상녀를 좋아하는 마음에서부터였다. 비록 그 당사자는 휴직을 하고 떠나버렸지만, 승찬에게는 새로운 연상녀가 나타났다. 그 인물이 바로 예진이었다.

 

외계인 같고, 눈치 없기로는 일등에 쑥맥에다 바보 같지만, 훈내가 진동하는 승찬은 시나브로 예진에게 마음을 표현한다. 사랑의 감정은 사람을 급격하게 성장시키는지 나름대로 예진과의 건수(?)를 잘 만들어간다.(차에 대한 보상을 현금 대신 현물로 받겠다고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미워할 수 없는 연하남, 승찬의 모습에 극 중 인물인 예진도 점점 빠져들고, 극 밖에 있는 연상녀들은 환호했다.

 

아무래도 승찬이 갖고 있는 마음의 방향이 예진이라는 점에서 이 두 커플의 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첫 번째 결말에서 얘기한대로 현실성을 놓고 봤을 때 이것은 꿈의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승찬과 예진이 알콩달콩하게 사는 모습, 상상만 해도 훈훈하지 않은가. 하지만 왠지 상상으로밖에 못 볼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동시에 든다. 그 옆엔 항상 신디와 준모가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준모가 끝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서투른 남자로 남는다면, 신디의 첫사랑이 ‘첫’ 사랑의 풋풋함과 아름다운 추억으로 끝난다면, 승찬과 예진은 성공한 연상연하 커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털털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누나 예진과 어설프지만 진심이 항상 느껴지는 승찬. 판타지지만 드라마니까 이뤄질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결말 예측은 단순히 상상일 뿐이다. 이 여러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건 제작진의 몫이다. 아마 <프로듀사>에 깊이 빠진 시청자들은 어떤 결말이 나와도 나름대로 이해를 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그래도 예측을 하고 하나라도 맞추면 괜히 더 재밌고 애정이 가는 것이 드라마다. 2주 남은 방송을 기다리며 이들의 애정전선이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하는 바다.

 

기사 참조 : 일간스포츠 <‘프로듀사’, 연예 관계자들이 바라본 ‘진실과 거짓 사이’> 김진석 기자
http://isplus.liv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974935&cloc=
사진 출처 : KB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