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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프로듀사>, 그래, 결국 연애다.

지난주 <프로듀사>에 대한 나름의 혹평을 남기고, 엄청난 뭇매를 맞았다. 어떤 분은 반응이 워낙 뜨거워 내가 이 글을 지울 것 같다고 댓글을 달아주시기 까지 했다.(이것도 하나의 기록이라 생각해 지우지 않기로 했다) 이러나저러나 참 감사했다. 덕분에 더 넓은 시각으로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깐 변명을 하자면, 방영 전까지 이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워낙 컸었다. PD, 예능국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가 보는 것보다 더 드라마 같을 세계를 보여줄 거라 기대했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도 메시지를 찾았고, 자세한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프로듀사>는 예능에 가까웠고, 훨씬 가벼웠다. 시청자로서 그것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않은 건 나의 편향된 시각이었다.

 

다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절반을 향해 달려온 <프로듀사> 6회를 봤다. 표민수 PD 체제로 바뀌고 과도기를 겪던 지난주와 달리, 좀 더 안정적인 멜로 태세를 갖춘 것이 이번주 방송이었다. 가볍지만 감정이 살아있는 멜로를 연출하는데 탁월한 표 PD답게 확실히 6회에서의 흐름은 좋았다. 사각의 애정 관계가 점점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는 설렘의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뭇 여성들이 설렘을 감추지 못했던 백승찬(김수현 분)이 신디(아이유 분)의 귀에 마이크를 달아주는 장면, 20년지기 탁예진(공효진 분)과 라준모(차태현 분)이 마음을 밀고 당기는 부분, 또 승찬이 조심스레 예진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조금씩 예진이 마음을 여는 부분 등 멜로라인이 계속 엮이면서 지루함은 덜어졌다. 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칭찬했듯, 김수현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몰입하면서 이 드라마에 큰 힘을 실어줬다. 김수현의 연기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멜로의 부분에서는 공효진의 매력이 큰 역할을 보여줬다.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하는 공효진은 20년차 친구 사이, 남녀 선후배 사이를 ‘로코퀸’답게 능숙하게 보여줬다. 특히 신디의 병실을 승찬과 함께 나서면서부터 나타난 예진의 모습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충분히 감정이입을 할만하게 만들었다. 서러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의 서투른 감정 표현에 실망하는 여자의 모습, 결국 감정을 터트려 울어버리지만 그 때 찾아온 남자와의 부끄럽지만 애틋한 대화까지. 우리가 기대하던 로맨틱한 공효진의 모습 그 자체였다.

 

드라마가 절반을 넘어선 시점에서, 차라리 <프로듀사>가 멜로에 집중하고, 인물들이 살아가는 배경을 흥미의 요소로 보여준 것은 더 좋은 결정이었다. 중간에 어렴풋이 <미생>을 떠올릴만한 상황들도 있었다. 방송 사고를 냈는데 그 사고의 경중이 사장님의 신상과 연관이 되어있는 것, 상사가 밥을 먹자면 이미 식사를 했어도 또 가야하는 상황 등 우리네 평소의 삶을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 드라마의 메인이 멜로고, 프로듀서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고 정체성을 다시 잡으면 충분히 즐기며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C팀까지 만들며 바쁘게 촬영하고 있는 <프로듀사>에게 요구하고, 기대하고 싶은 바가 있다. 조금씩 살아나는 디테일한 감정 연출에 공을 기울였으면, 그리고 이왕 멜로를 선택했으니 차라리 사각관계의 흐름을 끝까지 알 수 없게 엮으면 어떨까 싶다. 마지막 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끔 말이다. 흔한 스토리로 생각한다면 라준모와 탁예진이 결국 부부PD가 되고, 승찬과 신디가 연결이 되거나, 각자의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가는 그런 형식이 될 법도 한데, 이왕 형식을 깬 드라마라면 결말에도 반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대화 속에 유쾌함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더 바란다면 유쾌함 속에 메시지도 담겼으면 한다. 

 

항상 이야기했듯 채널이 돌아가기 쉬운 드라마에서 최고의 가치는 ‘사랑’이다. 그 사랑을 갈등으로 엮고 또 엮어서 채널이 돌아가지 않게끔 만드는 것이 제작진의 능력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프로듀사>의 세계에 사랑이 펼쳐졌다. 그렇다, 결국 연애다.

 

사진 출처 : KB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