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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프로듀사>가 그저 그런 드라마가 되지 않으려면

화제작이 시작했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신선하다’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뉜 가운데, 나도 시청자 중 하나로서 하나의 입장을 취해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 전에 <킬미힐미>의 첫 회를 보고 실망감을 잔뜩 표출하고 난 후, 그것이 완벽히 틀렸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판단은 유보하되 사실만 말하자면, 나는 첫 회를 보다가는 잠들었다. (그날 새벽부터 일을 해서 그랬었을 수도 있다) 2회 역시 80분이라는 시간에 기쁨보다는 부담이 앞섰다. 내 상황에 지쳐서인건지, 드라마에 대한 너무 큰 기대로 인한 역반응인지 몰라도 보면서 뭔가 아쉬움이 느껴졌다. 다른 시청자들의 판단을 배제하고 보려 해도 아쉬움은 있었다.

 

결국 아쉬움만 계속 안고 1, 2회의 호흡을 따라갔다. 사실 두 회 차만 합쳐도 시간이 150분이 넘을 정도로 긴 시간이다. 그동안 영화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찍어도 남을 만큼의 시간이다. 그런 걸 생각하고 봤을 때, 이 드라마는 느슨했다. 특히 드라마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하는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갈등이라고 할 때, 이 드라마는 발단 부분이 너무 길었다. 화려한 배우진과 연출진이 모였기 때문에 이들을 설명하려니 너무 긴 시간이 할애됐다.

 

아쉬운 점은 이미 수없이 많은 기사들과 시청자 반응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나는 이 글에서 이 드라마가 더 흥미진진하려면 어떻게 되어야할까 이야기하려 한다. (이 글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데도 필요할 것 같다)

 

그 방법은 단순하다. 이들은 더 싸우고 더 격렬하게, 더욱 더 격렬하게 싸우고 붙어야한다. 과거 PD의 세계를 보여줬던 <그들이 사는 세상>은 사랑의 싸움으로 아주 격렬했고, 작년 tvN 드라마 <미생>은 ‘직장은 전쟁터’라고 표현할 만큼 이들의 삶은 거칠고 험난했다.

 

물론 <프로듀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로 KBS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1, 2회에서 드러난 갈등은 이것이 실제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기에도 실망스럽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실망스러웠다. PD의 삶이 분명 치열한 거 같은데 치열해보이지 않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프로듀사>의 제작진들은 지금까지의 KBS 드라마 패러다임을 바꿔보고자 최고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온갖 고민을 함께 했을 것이다. 그 치열한 고민의 결과가 이렇게 말랑하게 흘러간다면, 글쎄 조금은 아쉽다는 말을 계속 하게 될 것만 같다.

 

드라마가 세상이 바뀌어가는 중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이 드라마를 표현하는 단어 ‘극’이라는 한자어 안에 갈등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프로듀사>의 갈등은 참으로 소소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함, 실제로 PD들이 고뇌에 빠질법한 고민들이 있기는 한데, 이걸 밝게 풀어서인지 몰라도 아쉽다. 차라리 외계에서 온 도민준과 한류최고스타 천송이가 언젠가는 헤어질지 몰라 겪는 갈등이 더 그럴듯하지 않은가. (어쩌면 도민준이라는 이미지가 김수현이 백승찬이라는 어리버리한 프로듀서를 연기하기에 너무 멋진 이미지를 심어줬는지도 모르겠다. 화면을 볼 때마다 백승찬이 어수룩해하는 걸 보면서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러기엔 김수현이 너무 멋있다. 심지어 연기를 무난하게 해도 말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로 계속 아쉽다는 탄식이 많이 나온 이번 주의 <프로듀사>였다. 시청률은 10퍼센트를 넘으면서 요즘 같은 케이블 점령 시대에 자축할만한 스코어라고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KBS의 목표가 이거였다면 실망이다. 적어도 이정도 수준의 사람들이라면 일주일간 <프로듀사>의 기사로 도배될 만큼 화제를 일으키는 걸 목표로 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뚜껑은 열렸고 그들은 지금 시작한대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야 하기 때문에 화끈한 변화를 요청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내가 기대하는 것은 차라리 내 시선이 잘못되었길 바라는 것이다. 나중에 또다시 나의 판단 실수를 인정할만큼 <프로듀사>가 멋진 드라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