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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앵그리맘> 13회에서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요즘 마블사의 어벤져스 시리즈가 화제다. 모든 난관을 뚫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온 몸 바쳐 헌신하는 히어로들의 모습을 보다보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질 정도다. 지난 주말에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랜만에 <앵그리맘>을 챙겨보니 인물들이 자신들의 뭔가를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에 이상하게도 히어로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1. ‘조방울파’는 교육계의 어벤져스가 될 수 있을까.

처음엔 딸을 지키기 위해 혼자서 학교에 뛰어든 조강자(a.k.a 조방울)은 학생들과 동고동락하고 몇 번씩 생사의 위기를 넘나들면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갔다. 그리고 ‘조방울파’가 생겼다. 특이하게도 이 계파에 소속된 사람들은 서로 자신이 조방울파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꼭 조방울파다.

 

13회에서 그런 장면들이 유독 많이 등장했다. 가정 방문을 빌미로 어설프게 홍상복(박영규 분)의 금고를 열려고 애쓰던 박노아(지현우 분)은 이미 골수 조방울파다. 조방울을 향한 금지된 짝사랑을 보내는 고독한 히어로, 고복동(지수 분)도 그렇다. 그리고 이번 회차에서 새롭게 부각된 인물들이 더 있다. 홍상복 회장의 아들 홍상태(바로 분)이 그렇고, 안동칠(김희원 분)이 그렇다.

 

먼저 안동칠의 경우를 보면, 사실 아직도 속마음을 확실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역시 어느정도 자신의 핏줄(친자식은 아니다)일지도 모를 오아란(김유정 분)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그는 이사장인 도정우(김태훈 분)과 대립각을 세우던 홍상복에게 도정우의 살인 영상을 넘긴다. 대신에 오아란을 자신에게 넘길 것을 요구한다. 이전에 강자가 1인 시위를 하다 비난을 당하던 상황에서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것도 그렇고, 동칠은 점차 조방울파가 되어가고 있었다.

 

홍상태의 등장은 더욱 화려했다. 이미 아란을 짝사랑하는 입장에서 많이 넘어왔던 건 사실이지만 대차게 행동을 보인 것 13회가 처음인 것 같다. 자신의 방에 오토바이를 선생님에게 소개하면서 이미 그 암시가 있었다. 아란을 처리하려는 아버지를 막기 위해 그는 오토바이에 처음으로 시동을 건다. 마치 자신의 수트를 쓰다듬던 아이언맨 마냥 그는 오토바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고 아버지를 막으러 뛰어든다. 결론적으로 그의 작전은 성공했다. 결국 아버지를 막아내고, 그가 안동칠과 또 맞닥뜨리게끔 한다.

 

드라마가 3회 남은 시점에서 사실상 타노스와 같은 끝판왕 격인 대선후보 강수찬(박근형 분)과 도정우를 막을 어벤져스가 결성되었다. 이들을 하나하나 보면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힘을 합쳐서 서로 도우니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졌다. 여전히 이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걱정이지만 이들에게 인피니트 스톤이라 할 수 있는 뇌물 리스트와 살인 영상이라는 것을 과연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다. 어벤져스가 힘들게 자신의 목적을 이뤄내듯, 교육계의 어벤져스, 조방울파도 그럴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 언론과 정치의 현실에 대해

이미 현실에서 언론의 격이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앵그리맘>에서는 이것을 심하게 비틀고 있다. 특히 이번 회차에서 조강자를 보는 시선을 다루면서 더욱 그랬다. 진실을 밝히고 싶어 안달 난 강자에게 전혀 쌩뚱 맞은 것들을 질문하는 기자들과 진실을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모습들이 그랬다. 또 홍상복은 언론사 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아란을 유인하고 결국 그녀를 위기에 몰아넣기까지도 한다. 이 때 그 기자는 ‘바른세상’이라는 역설적인 회사 이름을 아란에게 들이민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리고 드라마는 마치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듯, 어떤 리스트에 대해 언급한다. 홍상복 회장의 금고 속에 숨겨진 2005년 명성고 다이어리가 그렇다. 그들이 주고받은 것들에 대한 모든 기록이 적힌 판도라의 상자가 13회에서 등장했다. 현재 상황에 맞춰 대본을 고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의

적절한 장면들이었다. 우리의 현실은 드라마와 맞닿아있다는 지론과 너무나도 통하는 이야기였다.

 

드라마는 점점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안정적으로 스토리는 진행되고 있으나 화제성이 떨어진다는 면이 계속 아쉽다. 하지만 확실히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다. 자극적이지만 탄탄한 스토리 덕에 배우들이 계속 힘을 받아 내용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에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사진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