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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흥미로운 더비 매치 김풍 vs 샘킴

이번 주는 김기방의 <냉장고를 부탁해>였다. 김기방의 냉장고는 지척에 사는 어머님 덕에 싱글남의 냉장고 같지 않았다. 냉장고에는 냉동식품 대신에 어머님의 손 때 묻은 요리와 반찬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대결을 앞둔 셰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냉장고였다.

김기방이 원했던 요리는 솔로 탈출 요리와 치즈 듬뿍 고소한 요리. 한 가지는 자신의 바람을 나타냈던 요리였고, 하나는 치즈를 좋아하는 본인의 식성과 관련한 요리였다. 승수가 많아 자연스레 1번 시드에 배정된 샘킴은 일찌감치 치즈 듬뿍 고소한 요리를 선택하며 대결 상대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의 선택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바로 자신의 앙숙과도 같던 김풍이 치즈 듬뿍 요리를 선택하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기도 무섭게 김풍은 호랑이굴에 제 발로 기어 들어가면서, 매치는 형성되었다.

 

여타 셰프들에게는 강한 면모를 보였던 샘킴은 유독 한 사람, 김풍에게 약했다. 요리할 때 늘 셰프들에게 도움을 받고, 주방에서는 천방지축 자유인적 기질을 보였던 김풍은 샘킴만 만나면 물 만난 고기인 듯 눈이 번뜩이며 승리를 쟁취했다. 샘킴과의 지난 대결에서 선보였던 김풍의 요리들은 바로 갸루상 케이크와 자투리타타, 방심했던 샘 킴은 김풍에게 불의의 원투펀치를 당했다. 김풍의 총 전적은 2승 9패인데, 그 중 2승의 재물은 모두 샘킴이었다. 정도(正道)의 길을 걸었던 샘킴은 자존심이 흠집이 난 상황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김풍과의 승부를 학수고대한 끝에 마침내 그의 바람대로 대결이 성사되었다. <드루와 매치>의 탄생!

 

샘킴은 맥앤치즈와 감자그라탕을 합친 샘앤치즈그라탕을 준비했고, 김풍은 토스트에 자신의 비법을 넣은 치즈 듬풍 토스트를 준비했다. 치즈 요리가 주제인 만큼 치즈를 주 메뉴로 삼고,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데 주력한 두 셰프, 시작 전부터 신경전이 남달랐다. 샘킴은 이번에도 지면 김풍을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했고, 김풍은 오금을 저리게 해주겠다며 깐족으로 맞섰다.

 

대결 초반에는 김풍의 방해 공작에 샘킴이 당황하는 듯 보였다. 해외 출장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최현석을 흉내 내듯 앞치마를 두르거나, 허세 동작으로 소금을 뿌리는 등 주방은 어느새 그의 무대로 탈바꿈되었다. 이에 더해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샘킴 흔들기에 성공한 김풍은 확실히 승기를 잡은 것 같았다.

 

호락호락한 샘킴은 아니었다. 토끼와의 경주에서 묵묵히 한 발 한 발 떼며 결승 지점까지 걸어가는 거북이처럼 그의 요리는 차분히 준비되었다. 이윽고 두 사람의 요리는 완성되었고, 냉장고의 주인 김기방의 식탁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의 요리를 차례대로 맛본 김기방은 행복함을 감추지 못했고,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굉장히 괴로워 보였다. 오늘의 승리는 샘킴! 드디어 김풍에게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스코어는 현재 2:2로 승부는 또 다시 미궁 속으로 접어들었다.

 

나는 이들의 매치를 더비 매치라고 칭하고 싶다. 해외축구리그에서는 주로 통용되는 말인 더비 매치는 앙숙의 대결을 뜻한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더비 매치는 역사와 전통을 지녔고 그 안에는 스토리가 숨어 있다. 샘킴과 김풍은 냉장고를 부탁해 역사상(역사가 짧다는 점은 참고하기 바란다) 가장 흥미로운 매치업이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그들의 팽팽한 승부의 끈 앞에서 스포츠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또 언제 어디서 어떤 요리로 샘킴과 김풍, 둘의 대결 구도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사진출처 :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