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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서평] 단지 ‘한국이 싫어서’였을까 장강명의 소설 는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계나는 평범한 한국여성이다. 대학 졸업 후 카드회사에서 멀쩡하게 직장 다니던 그가 돌연 호주로 이민 갈 생각을 한 이유는 ‘한국이 싫어서’다.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고. 그 이유는 마치 압축파일과도 같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마리를 풀어볼 수록 그만한 사정과 계기들이 중첩돼 있다. 계나가 한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지옥과도 같은 출퇴근길이 싫어서고, 남자친구 지명과의 신분 격차가 싫어서고, 도리어 자신에게 짐이 되는 가족들이 싫어서고, 회식 때마다 서슴없이 음담패설을 일삼는 상사가 싫어서다. 이밖에도 수많은 ‘싫어서’들이 모여 계나의 이민 결심을 확고히 만든다. 계나의 논리는 간단명료하다. 한국에서 살면 희망도 없고 무엇보다 자신은.. 더보기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 <미움받을 용기> 근래 읽었던 자기계발서 중에서 가장 남는 게 많았던 책이다. 물론 책을 읽기 전 품었던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용기를 가질 때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은 참 시원하다. 그러나 책에서 청년으로 나오는 인물이 말한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서늘한 구석도 있다.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겐 달리 방법이 없다는 말처럼 들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좌우지간 책은 청년과 철학자의 문답에 의해 전개되는 구조다. 주요 내용은 심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우리가 주류 심리학자로 생각하는 프로이트나 융이 아닌 아들러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책이 지루하지 않았다. 분명 자기계발서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엔 제3의 심리학에 대해 공부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책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 더보기
'헬조선'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한반도엔 두 조선이 있다. 지독한 독재세습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는 북조선과 청춘들의 포기로 유지되는 ‘헬조선’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헬조선은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나오지 않았던 말이다. 그렇다면 그때보다 현재 한국의 경제지표가 더 좋지 않은가? 그렇지는 않다. 당시와 비교하면 경제성장률이나 경상수지는 많이 나아졌다. 그렇다면 헬조선은 어디에서 나온 말인가? 헬조선은 2030세대의 한숨에서 출발한다. 최근 한 대학 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30대의 절반이 “대한민국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50~60대의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헬조선의 거주자는 결국 기성세대가 아닌 청년세대다. 청년세대에게 한국이 헬조선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단어의 결합에서 쉽게 발견할 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