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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푸디세이아] 2. 필사의 계절, 따뜻한 빵이 건네는 위로 게으르고 머리 나쁜 이가 결과물에는 항상 마음이 쫓겨서 시험기간에는 으레 중세의 민머리 수도사들 마냥 뻘뻘거리며 필사를 한다. 눈이 글을 담지 못하니 손으로나마 우겨넣을 뿐이다. 불안한 만큼 꾹꾹 눌러 담느라 샤프심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항상 똑, 하고 부러져 책상 주변엔 그 잔상들이 항상 포연 뒤 빈 탄피마냥 가득하다. 조급한 마음이 터질 듯해서 바람을 쐬러 나갈 때면 팔뚝과 손가락 마디가 욱신거린다. 벌겋게 달아오른 손가락이 똑 마음을 닮았다. 항상 턱에 받쳐야 폭식하듯 하니 공부가 어느 정도 됐단 것을 깨닫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되어버렸다. 백야와도 같은, 망각과 기억 사이의 불안이 오히려 안심할 수 있는 척도가 된 역설적 상황에 시험기간은 항상 서릿발 같다... 더보기
<빵집성애자 1편> 지하철 소리가 들리는 당산역의 욥(yo;b)베이커리 드디어 서울로 왔다. 목포에서 우연찮게 빵집에 들린 까닭으로 서울의 빵집을 들리는 일이 한 주 늦춰졌다. 이번 편부터 빵집성애자의 본편이 시작되니까 심심한 양해를 부탁한다. 아는 사람에게 선물용으로 빵만한 것도 없다. 더군다나 맛 좋은 빵을 사준다면 안성맞춤. 합정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에게 선물할 게 뭐가 있을까(사실 내가 먹고 싶기도 했다)하다가 한 정거장 걸리는 당산역으로 향했다. 당산역 근처에는 곳곳에 빵집이 즐비한 가운데, 풍문의 빵집 욥으로 향했다. 이곳이 빵집 욥! 초여름 같은 화창한 날씨에는 온 창을 열어두는 것 같았다. 안에 있지만 테라스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저 1등석이 부러울 지경이었지만, 나는 급히 빵을 사고 다른 목적지로 향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앉을 새가 없었다.. 더보기
<빵집성애자 번외편> 세월을 버텨온 목포의 빵집 코롬방제과 미안하다. 번외편이다. 번외편이라고 하면 본래 본 편 사이사이에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프롤로그 편 바로 다음에 번외편이 나오게 돼서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말하겠다. 서울/고양 지역을 돌아보겠다고 당당히 선포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외면한 채 목포에 있는 빵집에 다녀왔다. 빵집을 가기 위해 목포에 들린 것은 아니고, 목포에 들렸다가 빵집이 있어 들린 것이 맞겠다. 자 오늘의 빵집은 코롬방제과다. 코롬방제과에 붙는 수식어들은 참 많다. 국내최초 생크림을 사용한 전통의 빵집, 군산 이성당과 함께 호남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전국 5대 빵집 가운데 하나… 화려한 수식어가 가득한 이곳은 목포에서 관광코스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5대 빵집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