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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우리동네 예체능은 족구왕이 될 수 있을까

영화 <족구왕>에서 만섭(안재홍 분)은 막 제대한 복학생이다. 들뜬 마음으로 복학한 그에게 큰 시련이 찾아온다. 바로 학내 족구장이 그가 군대를 간 사이에 테니스장으로 바뀐 것이다. 그에게 족구는 한 마디로 즐거움이었다. 족구장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에게 삶의 즐거움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족구장을 되찾기 위해 총장과의 대화에서 족구장 설립을 요청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족구장 설립에 대한 서명을 받는다. 그를 한심하게 지켜본 안나(황승언 분)는 핀잔을 늘어놓는데, “여자들이 족구하는 복학생 싫어하는 거 몰라요? 족구는 더럽잖아요. 복학생들 여기가 무슨 군대도 아니고 땀 냄새나게...” 그녀의 말에 그는 웃으며 대답한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좋아하는 걸 숨기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영화 <족구왕>은 “우리에게 족구의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겨냥하고 있지만, 단순히 족구로 한정 지어 질문에 대답해보자면 “재밌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족구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추억이자 피를 끓게 하는 스포츠이다. 특히 퍽퍽한 군 생활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던 족구는 꿀맛이었고, 그 꿀맛을 잊지 못해 제대 후에도 학교, 회사 등에서 족구 동호회를 꾸려 취미 생활로 이어가는 남자들의 수는 엄청날 것이다. 단언컨대 족구는 대한민국에서 범남자적 스포츠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8번째 종목은 바로 족구다. 수많은 남자들을 설레게 할 종목임이 분명하다. 여름날 네트를 사이에 두고 땀을 뻘뻘 흘렸던 적, 상대편에 공을 넘겨 점수를 낼 때 우리 편과 함께 함성을 질렀던 적,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추억들을 건드리는 종목이 족구일 것이다.

 

본격 시합에 앞서 이번 방송에서는 족구 편 멤버와 족구 종목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주를 이뤘다. 예체능의 기존 멤버 강호동, 정형돈, 양상국과 신입 멤버 이규한, 샘 오취리, 안정환, 바로, 홍경민이 더해져 총 8명이 족구단을 이뤘다. 특히 축구 국가대표 출신 안정환의 기용은 다른 멤버들보다 눈길이 갔다. 간단히 연습하는 장면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앞으로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런데 보통의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족구와는 조금 달랐다. 족구는 생각보다 규칙도 복잡했고, 숙련된 기술도 요구하는 종목이었다. 특히나 족구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뛰어차기와 넘어차기를 배우는 데 있어서 예체능 멤버들이 거듭 헛발질을 하는 등 헤매는 모습이 역력했다. 거듭된 훈련과 시합에서 얻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다.

 

이번 족구편의 관건은 다른 종목보다 여성 시청자에게 어떻게 어필할 지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 족구는 수많은 남성들의 지지를 받는 스포츠지만 여성들에게는 땀 냄새나는 그깟 공놀이에 불과하다. 여성들의 관심을 이끌기 위해서는 족구를 더 쉽고 재밌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마치 <족구왕>에서 여자 주인공 안나가 점점 족구의 매력에 빠지듯, 여성 시청자들이 족구의 매력에 푹 빠져야 우리동네 예체능 족구 편은 모든 시청자들을 포섭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족구 선택에 우려보다는 반가움이 앞선다. 세족식과 풋 프린팅으로 창단식을 마친 우리동네 예체능 족구편이 대장정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족구하는 소리에 덩달아 신이 난다. 수많은 족구인들이 예체능팀의 상대로 네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시청자로서 승패를 떠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족구 한 판을 보고 싶은 바람이다.

 

사진 출처 : KBS, 영화 <족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