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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

위메프 창업자 허민의 잔인한 너클볼

미생에게 완생이 되고 싶은 꿈은 정녕 사치인가? 갑과 을의 격차가 너무도 벌어진 현 상황이다. 그야말로 온 세상이 갑질 천국이다. 부당한 을의 희생을 당연하듯 행동하는 갑의 행패를 하루가 멀다시피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럽다.

소셜 커머스 위메프는 업계의 선두 주자였다. 2013년엔 쿠팡을 제치고 순 방문자 수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위메프의 성공 가도 아래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했다. 청년들의 열정을 산다는 미명으로 폭력을 일삼았던 위메프는 블랙 기업이었다. 소비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블랙 기업 위메프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입김은 생각보다 거셌다. 회원탈퇴와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위메프는 업계에서 곤두박질치는 신세를 맞이했다. 


위메프가 도마에 올랐던 것은 수습사원 11명을 단칼에 해고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위메프 측이 발표한 사과문으로 비난의 여론은 거세졌다. 사과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회사의 기준에 못 미치는 함량 미달의 지원자들을 뽑을 수 없었다는 것. 정작 사과문엔 사과가 없었다. 청년들의 열정, 노동을 착취하는 사측의 태도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고, 지원자들의 무능력함으로 발생한 일인데 뭘 그리 흥분할 일이라며 도리어 소비자들에게 반문을 던진 것이다. 


이어 이번 사건을 신호탄으로 그간 위메프의 노동 환경은 샅샅이 보도되었다. 비단 회사에 문을 두드린 수습사원들뿐만 아니라 정식 사원들 역시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어있었다. ‘어드민’이라는 영업실적 체크 프로그램을 통해 사원들의 실적이 공개되었고, 열등한 실적을 낸 사원들은 지체 없이 잘려나갔다. 2011년 10월 말에 소셜커머스 시장 경쟁 격화로 인한 구조조정을 핑계로 사측은 당당히 500여 명의 사원 중에서 131명을 해고했다. 또한, 부당 인사 발령이 부지기수로 일어나면서 회사의 횡포 아래 직원들은 당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위메프는 소셜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며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 데 혈안이었다. 그 와중에 직원은 없었다. 회사가 굴러가는 데 직원은 부속품에 불과했고 실적을 내지 못하는 직원들은 녹이 슬었다고 판단하고 지체 없이 빼냈다. 그리고 회사를 이끄는 CEO가 누군지 궁금했다. 박은상 대표 그리고 영업 일선에서 물러난 공동대표 허민의 이름이 보였다. 



허민이라는 이름 앞에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커졌다. 허민이라니. 허민이 누구인가? 2008년 네오플을 넥슨에 3800억 원에 매각한 벤처 기업가이자, 2011년 한국 최초의 독립리그 구단인 고양원더스를 창단한 구단주였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는 심지어 프로들도 던지기 어렵다는 너클볼을 익혀 미국 리그의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진취적인 행보에는 청년들의 반짝이는 눈들이 뒤따랐다. 청년들은 그를 우러러봤고, 많은 젊은이들의 귀감이 되었다. 


꿈을 꾸지 못하는 세상에서 거침없는 도전으로 꿈을 일구어 나가는 그의 모습에서는 희망의 향기가 나돌았다. 그리고 그가 운영하는 회사 위메프는 다른 기업보다 건실해 보였다. 건실함은 그들이 행하는 폭력을 용인하기에 수월했다. 좋은 이미지를 이용해서 취업준비생들을 회유하여 그들의 열정을 싼 임금으로 사들이고 용도가 끝나면 주저 없이 버렸다. 위메프는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박은상 대표에게 있다”며 허민을 수호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 

 

도전을 향해 날아가는 줄 알았던 허민의 너클볼은 도리어 이름 없는 청년들에게 거침없이 날아갔다. 등쌀에 떠밀려 타석에 오른 청년들은 허민의 너클볼에 속절없이 헛스윙할 수밖에 없었다. 홈런을 기대하며 타석에 들어섰던 청년들은 차례로 삼진 아웃 당했다. 허민의 너클볼을 받아친 청년들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냉혹한 퍼펙트게임을 지켜봤다. 경기장에 갈채 대신 분노 섞인 야유가 쏟아지고 있다. 퍼펙트게임을 마친 투수에게 야유를 보내기는 관중들 역시 처음이었을 것이다. 지독한 야구가 한판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왠지 또 다른 이름의 특급 투수가 그 다음 마운드에 오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사진 출처 : 위메프,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