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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 출발을 하게 되면 그 첫걸음을 떼는 데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 10일 첫 방송 된 tvN 드라마 <하트투하트>는 이윤정 PD에게 그런 작품일 것이다. 그녀가 프리 선언을 한 이후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1, 2회의 방송을 들여다보니 <하트투하트>는 이윤정 PD가 확실히 공을 들인 작품이었다. 벼르고 만들었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보는 내내 짚어두고 싶은 좋았던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하트투하트>의 매력 포인트들을 하나씩 알아보자.

고유의 색이 있는 배우 최강희가 역시나 드라마의 핵심이었다. 최강 동안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그동안 독특하고 귀여운 외모를 이용한 배역을 주로 맡아왔다. 이번에도 그녀는 어김없이 외모가 강조될 안면홍조증을 가진 역할을 맡았다. 표현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기에 어떻게 나타날지 걱정을 했으나 그건 쓸데없는 것이었다. 2회의 마지막 부분에서 드러났듯, 그녀는 안면홍조증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밉지 않게 보여줬다. 심지어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최강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방영 전에 강조되지 않았던 노인 분장도 그녀의 역할이었다. MBC 드라마 <미스터백>에서도 노인 분장은 있었다. 하지만 설정은 달랐다. <미스터백>에서 노인이었던 신하균은 어떤 신비한 현상 때문에 아예 젊은이로 변하게 되었다. 최강희는 이와 달리 대인기피증을 이기는 방법으로 노인 분장을 한다. 여기서 두 드라마는 다른 전개를 보여줬다.

 

제작진은 최강희가 노인 분장을 하는 과정을 꽤 자세히 보여줬다. 단순한 화장을 하다 어느덧 얼굴이 변하고 가발을 쓰는 것으로 분장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모두 드러냈다. 여기서 드라마는 역설적으로 설득력을 얻었다. 인물이 어떤 신비로운 현상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해가 될 이유(대인기피증)로 인해 현실적이지 않은 일(노인 분장)을 벌이는 것. 그 개연성을 드라마는 얻었다. 최강희는 분장마저 멋들어지게 소화하는 것으로 자신의 개성을 확고히 보여줬다.

 

노인 분장 장면에서 드러났듯 <하트투하트>에서 이윤정 PD의 연출은 더욱 섬세해졌다. 기존 작품에서도 그녀는 뛰어난 섬세함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프리 선언 이후 그나마 있던 제약마저 모두 벗어던진 듯 했다. 기존 tvN의 드라마들이 보여준 것처럼 <하트투하트>에서도 다양한 세트와 배경들이 나타났다. 2회만 생각하더라도 병원, 경찰서, 편의점, 저택, 수영장, 중국집, 주인공의 집, 사무실, 그들이 사는 동네 등 눈을 지루하지 않게 할 배경들이 펼쳐졌다.

가장 그녀다운 섬세한 연출이 느껴진 장면 하나가 있었다. 차홍도(최강희 분)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장두수(이재윤 분)의 연락을 기다리며 골목길에 숨은 장면이었다. 숨어서 몸을 웅크리고 있느라 시선이 아래로 향하게 된 차홍도는 어떤 연인의 발걸음 자체에만 시선을 두게 된다. 함께 걷던 연인의 발걸음이 어느 순간 멈춰지고 두 발은 서로 마주 보며 장면은 시작된다.

밀고 당기듯, 다가갈 듯 말 듯 두 연인의 발은 어느새 춤으로 이어진다. 한참을 신나게 춤을 추다 두 발은 멈추고 하나로 포개진다. 그리고 두 사람은 더 가까워진다. 홍도가 연락을 기다리면서 느끼는 설렘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었다. 연인의 키스를 독자의 상상에 맡기면서 이어지는 장면은 홍도가 두수에게 식사 제안 문자를 받는 것이었다.

 

홍도는 날아갈 듯이 기뻐하며 혼자 신이 나서 춤을 춘다(물론 상상이었지만). 연인의 발걸음으로 시작된 장면이 홍도의 설레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을 이윤정 PD는 하나의 아름다운 독립된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 장면은 초 단편 영화로 떼어놓는다 해도 이해가 될 만큼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하나 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 장면에서 흐르던 음악을 맡은 한 조력자에 대한 이야기다. 이윤정 PD는 <골든 타임>을 제외한 모든 MBC 드라마 작품에서 한 사람의 음악 감독과 작업을 했다. 바로 인디 가수 ‘티어라이너’다. 그와 꾸준한 작업 덕에 시청자는 이윤정 PD의 드라마를 이야기할 때 일관된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티어라이너가 <태릉선수촌>, <커피프린스 1호점> <트리플>로 이어지는 작업을 함께 해오며 그의 이름은 많은 시청자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이번 <하트투하트>에서도 그는 이윤정 PD와의 함께 했고 그의 반가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따뜻하면서도 신비감, 무엇보다 설렘을 주는데 탁월한 그의 드라마 음악을 이번에도 만나게 된 것이 반갑다. 이렇게 일관되게 이어진 이윤정 PD의 섬세함이 드라마를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로맨스 드라마는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모든 사랑 이야기는 사실 우연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연 속에 살아가도 드라마만큼은 우연이 없길 바라는 게 시청자의 이중적인 소망이다.

 

<하트투하트>에서도 우연은 있었다. 갑자기 라면을 먹던 형사들 앞에 알몸녀가 나타났다던가, 그 알몸녀를 쫓다가 고세로(안소희)의 촬영장인 수영장까지 형사들이 가게 되어 고세로와 장두수의 관계가 생긴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정말로 알몸녀가 길을 뛰어다니는 뉴스를 보게 된다. 그렇기에 드라마에 나온 우연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트투하트>는 그 우연을 잘 엮어 개연성을 확보했고 시청자를 자연스럽게 드라마 안으로 끌어들였다.

1, 2회를 통해 <하트투하트>는 인물들에 대한 소개에 집중하고 무엇보다 그들이 가진 상처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자세히 보여줬다. 그들의 현재 모습을 감성적으로 섬세히 짚으려 애를 쓴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제작진들의 노력을 통해 우리는 드라마의 내용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인물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차홍도가 왜 안면홍조에 대인기피가 생겼는지, 고이석(천정명 분)이 왜 환자 앞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여자와 한 침대에 눕지 못하는지. 이제 제작진은 조금씩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만 하면 된다. 밀고 당기기를 하듯 말이다. 모든 사랑 이야기가 그렇듯.

 

사진 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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