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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제 정신인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tvN <또 오해영>의 이야기가 절정을 향해가는 요즘, 시청자들이 보인 주요 반응 중 하나다. ‘멘붕’을 겪지 않은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 그나마 바른 소리를 할 줄 아는 ‘그냥 오해영’(서현진 분)의 상사, ‘성팀장’(권해성 분)이 제일 정상이라는 평이다. 

회가 거듭될수록 오해와 갈등이 끊임없이 드러나지만 풀리진 않고 꼬이기만 한다. 7일 방영된 12회에서는 박도경(에릭 분)이 그냥 오해영의 결혼을 망친 장본인이 아니라는 것까지 드러났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비밀이 폭탄처럼 터지는 걸 보고 있자니 정신을 겨우 붙잡고 있는 인물들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인물들이 다시 웃는 모습을 보려면 몇 주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종영까지 3주 남은 상황에서 깊어져버린 갈등의 골을 하나씩 풀기에는 드라마를 더 연장해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모든 끈을 잘라버리는 것, 아니면 기적밖에 없다. 



이미 제작진은 오해 풀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바로 박도경의 죽음이다. 박도경이 죽으면 모든 갈등의 끈은 잘려버릴 것이고, 박도경이 생사를 넘나들다 극적으로 살아나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단순하게 드라마를 바라보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드라마를 재미없게 보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볼 수 있는 이 드라마가 공감되고 감정이 이입돼 슬프기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극적인 장치들로 인해 힘겨워하는 인물들의 삶이 의외로 우리와 닮았기 때문이다. 물론 동명이인이라는 오해로 결혼을 방해받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미안해’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길에서 눈물을 보였던 여자친구는 있었을 것이다. ‘사랑해’라는 말이 남사시럽다고 아끼다 진짜 다 놓친 뒤에 혼자서 ‘사랑해’란 말을 허공에 날린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의외로 단순한 것에 크게 흔들린다.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 몇 마디 따위에 말이다. 우리의 감정이 담겨 있을 때 1초도 걸리지 않는 그 말의 무게는 어마어마해진다. 그래서 그 말을 들으려고 우리는 남들은 모르는 미친 짓을 하기도 하고, 혼자 방문을 닫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또 오해영> 속 인물들만 미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내가 미쳤다’고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뭔가 구차해보이기도 하고, 슬프니까. 그렇게 가면을 쓰고 애써 웃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해영은 조금 더 용기를 내보라고 권한다. 12회의 마지막, 도경과 자취방에서 마주한 해영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바닥을 보일 때까지만, 우리 만나면 안 될까”


구차하고 서글픈 이 말을 털어놓은 해영은 그 자리에서 도경에게 거절당한다. 하지만 말은 도경의 마음에서 울림을 자아냈고, 결국 도경은 용기를 낸다. 마음과 마음이 닿은 것이다. 


속내를 말할 줄 모르는 남자는 “끝까지 가볼 거야”라는 다짐을 해냈다. 갈등의 끈을 끊고 끝내버리는 것에서 기적을 일으켜보겠다고 일어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6회 남은 <또 오해영>을 볼 가치가 생겼다. 결론은 ‘단절’ 아니면 ‘기적’이지만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향해가는 인물들의 노력이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노력이 빛나면 빛날수록 우리의 삶에도 조금씩 변화의 빛이 스며들지도 모른다. 해영과 도경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 출처 : tvN


by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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