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동화는 참 아름답다.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을 그리며 지은 이야기인 만큼, 동화는 행복을 지향한다. 하지만 어린이 때 좋기만 하던 동화들이 나이가 들면서는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인생의 쓴맛을 너무 많이 봐버렸기 때문일까. 어른들에게 동화는 상상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단막극 <낯선 동화>는 제목 그대로 낯설게 다가오는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화 같지 않은 삶을 사는 동화 속 주인공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로 뻗어나갈 만큼 인기를 끌었던 동화 ‘봉봉이’를 만든 작가 상구(김정태 분)과 그의 두 아들은 동화와 정반대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봉봉이’는 작가의 두 아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봉봉이와 다르게 아들 수봉이(정윤석 분)와 재봉이(길정우 분)은 여관을 전전하며 살만큼 힘들게 산다. 작가인 아버지 상구(김정태 분)가 동화 저작권을 친구에게 빼앗겨버렸기 때문이다. 자식을 모티브로 했고, 자식을 낳듯 공들여 만든 작품 ‘봉봉이’이기에 상구는 저작권을 빼앗긴 사실에 집착한다. 소송을 거느라 전 재산을 다 탕진하고, 아내는 돈을 벌겠다며 떠났고, 아이들마저도 엄마 없이 자라느라 고생한다.  

모든 불우한 환경에 불구하고 첫째 봉봉이, 수봉이는 악착같은 아이로 자란다. 동생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요, 집안 살림도 챙기고, 심지어 엄마를 만날 돈까지 직접 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아빠는 변호사 수임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며 수봉이의 돈을 또 가져간다. 철없는 아빠의 모습이 너무나도 한심해 수봉이는 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갔다는 엄마를 찾으러 가는 일을 실행에 옮긴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 범죄에 가담한다.


상황은 계속 꼬여가고, 수봉과 상구의 갈등은 깊어진다. 수봉은 위기 끝에 엄마를 찾았지만, 오히려 그녀가 동화 저작권에 집착하는 상구의 모습에 실망해 가족을 버렸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만다. 거기에 ‘봉봉이’ 저작권자 기풍(정희태 분)은 수봉이 범죄에 가담한 사실을 가지고 협박을 하고, 범죄를 알선한 불량배들도 수봉을 쫓는다.

 

결국 상구는 ‘봉봉이’를 포기한다. 대신 현실의 ‘봉봉이’인 두 아들을 챙기기로 한다. 그동안 길었던 소송을 포기하고 기풍에게 적당한 합의금을 받아낸다. 불량배들에게 금액을 지불하고 수봉을 범죄의 늪에서 빼낸다. 동화 ‘봉봉이’의 모티브들답게 수봉과 재봉은 다시 올바르고 착한 아이들로 자라난다.

 

저작권을 빼앗긴 동화 작가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생기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이야기 구조는 없었지만 작가에게 ‘저작권’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저작권에 매달리던 상구는 현실의 자식들을 돌아봤고, 결국 더 좋은 작품을 새로 만들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드라마가 시작했을 때와 끝났을 때, 상구와 아들들의 상태는 변한 것이 전혀 없었다. 변한 거라고는 그들의 마음가짐뿐이었다.

저작권을 되찾겠다는 투쟁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새로운 자식을 낳겠다는 작가의 의지로 마무리된다. 어디 있는지도 모른 엄마를 찾겠다는 아이들의 의지는, 아빠가 더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로 바뀐다. 보통의 동화 구조라면 무언가를 얻고, 어딘가에 도달해서 주인공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하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난다.  

현실 타협을 하는 낯선 동화를 따뜻하게 이끈 건 주인공 수봉이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연기였다. 꽤 자란 남자 아이지만 변성기가 오지 않은 그의 목소리가 드라마를 꽤나 특별하게 만들었다. 지극히 비관적인 현실들을 그가 내뱉는 대사를 통해 낯선 동화 같은 감성으로 만들었다. 이미 많은 작품에서 활약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날 그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의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우리의 현실은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낯선 동화처럼 순수한 행복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 by 건

 

사진 출처 : KBS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