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언젠가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아무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하는 시간. 이런 생각은 대부분 우리가 어떤 굴레에 갇혀서 맴돌 때 하게 된다. 그 굴레는 학교, 직장일 수도 있겠고, 연인, 가족일 수도 있겠다. 늘 그렇듯, 굴레는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15> 시즌3의 첫 작품, <짝퉁 패밀리>는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서른여섯 여성의 현실적 이야기를 담았다.

은수(이하나 분)는 철없는 엄마와 자신의 등록금을 들고 도망간 의붓아버지 때문에 젊은 시절을 가족에게 헌신했다. 피도 안 섞인 남인 미성년 동생은 그녀에게 ‘야, 야’거리며 시비 걸기에 바쁘다. 서른여섯이 되도록 결혼도 못하고 낮에는 치과에서, 저녁에는 알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가족 같지도 않은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름 하여 ‘1년간 제주에서 살기 프로젝트’다. 그녀는 이것만을 꿈꾸며 매일 돈을 모으고 악착같이 살아간다. 하지만 문제가 일어난다. 동그랑땡을 몇 십 개씩 굽던 엄마가 뇌졸중으로 그만 돌아가신 것.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 철저히 남인 동생을 의붓아버지에게 데려다 놓는다. 하지만 의붓아버지는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법대로 하라며 동생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가 자신에게 1500만원을 가져간 대신 동생을 맡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은수에게 내밀어보인다.  

1500만원. 은수가 제주도에서 살기 위해 모은 돈과 꼭 맞는 금액이었다. 그녀는 결단을 내린다. 자신의 전부를 털어서라도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며 돈을 모두 꺼낸다. 이거면 되겠냐며 이제 다시는 자신을 찾지 말라며 떠난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은 돈은 딱 비행기 값이 남아있었다. 일단 떠나기로 한다.

 

떠나기 직전, 이제는 남인 동생이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 아까 의붓아버지에게 건넸던 돈을 다시 내민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동생은 차분히 설명한다. 1500만원은 자신이 갚겠다며, 우리가 가족은 아니더라도 아는 사람일 수는 있지 않겠냐며. 제주도에서 1년만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은수는 꿈꾸던 제주도로, 떠난다.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제주도에서의 삶을 보여준다. 그곳은 그녀가 상상하던 삶과 딱 맞는 곳이었다. 제주도의 절경을 보고, 너른 바다, 여유와 흥이 있는 좋은 사람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은수는 벅찬 행복을 안고 지내다 어느 날, 바다에서 울어 버린다. 그녀가 울면서 부른 이름은 ‘엄마’였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녀 앞에 누군가 나타난다. 공항에서 헤어진 동생이었다. 두 사람은 또다시 티격태격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달랐다. 이제 두 사람은 다시 온전한 가족이 되었다.  

드라마는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굴레에 대한 이야기를 건넸다. 굴레는 단어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 마소를 부리기 위해 얽어매는 줄이다. 우리가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건, 얽힌 것들을 풀어내고 싶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이기심이 팽배해버린 우리 사회에서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은수를 통해 우리는 굴레가 사랑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깨달을 수 있는 일이다. 확실한 건 나를 변하게 만들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굴레가 아닌 사랑이 가득한 삶이 되길.

 

- by 건

 

사진 출처 : KBS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