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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첫 영화다. 별밤 3인(락,별,건)은 첫 방문을 기념해 한 작품을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의 이야기는 쉬이 끝날 줄 몰랐다. 영화를 보고 함께 나눈 40분의 대화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각자가 느꼈던 부분들, 혼자였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이야기들. 제6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작품, 디판을 해부해봤다.

 

영화 소개 (네이버 영화 소개 참고) 
부산국제영화제 2일차, 오전 10시 30분, 롯데시네마 6관에서 관람.
자크 오디아르 감독, 2015년 10월 22일 개봉 예정.
 
“이제부터 당신들이 그 가족이요”

내전을 피해 망명하기로 한 주인공은 브로커에게 ‘디판’이란 남자의 신분증을 산다. 처음 만난 여자와 소녀를 자신의 가족인 양 꾸민 뒤 위험을 무릅쓰고 프랑스에 도착한 그는 일자리를 찾아 파리 외곽의 동네로 향한다. 시민권을 얻을 때까지 가족 행세를 해야 하는 세 사람,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서로의 존재 덕분에 그들은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간다. 하지만 자신들이 새로 택한 터전이 갱들이 지배하는 무법지대임을 알게 되면서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오는데…

 

영화 소개에 적힌 그대로다. 유럽으로 떠나 온 난민들, 철저히 남인 세 사람이 가족이 되어 유럽의 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그런 그들의 일상적이고 싶은 삶을 다룬 이야기. 

영화를 보고 난 후, 세 사람의 이야기(이제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떤 느낌이었는지


- 평하기가 쉽지 않다.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우리 현실도 떠오르고. 난민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인다기보다 그들이 들어와서 어떻게 살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난민쿼터제라는 제도로만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디판의 가족도 난민 신청에 성공했더니 빈민가로 보내진 것 아닌가? 그곳도 여전히 총질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물론 그들 같은 삶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 나는 인간이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어. 난민들은 자기네 집이 없어지고 불타버리고 가족이 죽는 걸 보게 되면서 트라우마를 안게 되었을 텐데. 그것을  떠나서도 여전히 겪고 있다는 것을 총이 난사되는 장면에서 드러났잖아. 특히 여자가. 그런 걸 보니까 난민들이 꿈꾸던, 더 안전해 보이는 영국에 갔을 때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계속 하게 되었어. 그리고 완전 남이었던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온전한 해결책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마지막으로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치유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었지.

 

“상처는 정말 치유될 수 있는 것일까” 
 
-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들 사이의 거리감이 느껴졌어. 딸 역할의 일리야가 아빠를 진짜 아빠로 부른 적이 없었다.
- 그래도 마지막에 여자는 남편을 아빠로 표현하긴 해.
- 아무튼 일리야가 뒤로 갈수록 너무 안 나왔어.
- 그건 나도 이 영화에서 아쉽게 느끼는 부분.
- 나는 아직 정리가 안 되어서 이따가 할게. (뒤에 그의 정리가 나온다)  

인상 깊었던 장면을 말해보자, 이야기의 화두가 될 만한 장면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 나는 처음에 일리야가 마을에 정착하고 학교 교실에 들어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 시점 쇼트로 교실 문이 열렸을 때 애들이 일리야를 보는 장면이 주관적일 수 있겠지만 나는 왠지 우스꽝스러웠거든. 저 상황은 어떤걸까? 하면서 약간 코믹하게 다가왔는데, 그 다음이 부모가 학교를 나서고, 그리고 일리야가 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나온단 말야.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사이에 뭔가 충격이 있었지 않았을까 했어. 만약 거기서 시점 쇼트를 보여주고, 바로 일리야가 울었으면 그냥 그랬을 텐데, 여기서는 중간에 텀이 있었다는 것에서 더 큰 충격을 줬다는 점? 그러니까 나는 이 교실 아이들의 시선을 받는 일리야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그대로 이해할 수 없다”

 

- 그리고 하나 더, 일리야가 아이들과 놀려고 했다가 거절을 당할 때, 그 아이한테 밀침을 당하는데, 거기서 카메라는 고정되어있고, 밀려난 일리야는 그 카메라의 시야에서 아예 사라져 버려. 나는 그것이 웃기기도 하면서 신기했고, 카메라, 즉 우리들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했어. 일리야로 대표되는 난민들이 어떤 사회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주변에서 맴도는 것이 아닐까 했지. 
- 그것이 난민의 지위를 상징한 것이 아닐까.

- 또 후반부로 갈수록 아내가 약간 섹시하게 보이는 장면이 나타나는데, 그 주에서 갱단의 백인 보스를 만나고 나서 호감 느끼고 내려올 때, 목 뒷덜미에 문신을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깊었어.
- 나는 그 때 의구심이 들었던 게 약간 비약일 수 있지만, 집에 온 다음에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나는 혹시 그 남자랑 무슨 일이 있었나? 라고 생각했어.
- 나도 그랬어. 보여주지 않았지만, 백인과 어떤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예상했고, 전자발찌를 얘기하는 부분에서도 성적인 욕구라는 것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생각을 했어.
- 나는 그게 성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어. 그 장면이 후반부 초반인데 디판 가족이 굉장히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잖아. 그 안정감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성적인 욕구가 나오는 거지.
- 맞아, 백인 보스를 만나고 돌아와서 남편이랑 자잖아.
- 아마 그 백인이랑은 연결되지 않지 않았을까.
- 나도 동의. 스카프를 쓰고 마는 행위가 떠오르는데, 여자가 이 사회에 적응하려는 노력에 대한 부분을 종종 발견했어. 처음에는 여자가 스카프를 거부하다가 나중에는 그것을 쓰고, 보스가 축구를 볼 때도 앉으라고 할 때 결국 앉고, 담배를 펴볼래 할 때는 안 피다 몰래 피는 그 때. 그런 것들이 난민과 백인의 사이에서 교류가 가능하다는 걸 보인 것이 아닐까.

 

“욕구를 실현하는데는 단계가 있다”

 

- 전반부는 상황에 쫓기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후반부에서는 성적인 욕구와 담배를 피는 그런 장면이 나오는게 안정감을 기반으로 욕구를 하나씩 실현해나가려는 감정선이 느껴졌지.
- 이거 어떻게 보면 매슬로우의 5단계 이론이다.
- 더 후반부로 갈수록 욕구를 더 표현하잖아.
- 사실 나는 디판이 봉쥬르라고 계속 인사를 하는 부분이 재밌었어. 상대에게 인사를 해야만 그 안에서 적응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지가 느껴졌지. 결국 인사의 목적이 살아남기 위함이었다는 거지. 진짜 사회에 동화되는 걸 떠나서 말이야. 그렇게 봉쥬르를 외쳐야 그들이 나를 인정하니까.
- 이렇게 자아 형성을 하는 흐름으로 가다가 후반부에 다다라서 디판이 예전 군대 대령을 만나면서 상황이 급격히 전환되잖아.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이름도 잃어버린 한 인간이 사회 속의 존재로 들어가는 걸 그린 것이 아닐까?
- 처음엔 난민이었다가 나중엔 개인으로 성장하는. 나중에 여자를 구하려고 목숨을 거는 것도 보면 그게 개인이라는 자아가 형상되었으니까 그런거잖아. 
- 이게 정리하면 변증법적인거야. 난민이었다가, 개인이었다가, 나중에는 난민인 개인이 되는거야. 개인이 되기 전이었으면 빈민들을 죽이지 못했을 텐데, 그 상황에서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들에게 선을 긋고 공격을 하기 시작한거지.
- 그래 진짜 온전히 개인이 된거지.
- 나는 디판이 칼을 들고 있는 걸 보면서, 아, 이 사람이 군인이었지 다시 깨닫게 되더라고. 첫 장면에 시체를 태우잖아. 알고보니까도 아니고, 원래는 디판도 나쁜 사람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거지.
- 진짜 무섭긴 무섭더라. 마지막에 냉혈한으로 행동하는 것이 영화 ‘아저씨’의 원빈보다 무섭던데. 여자가 너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냐고 울면서 말할 때를 보면 그 사람도 나쁜 사람이었을 수 있다는 거지. 그러고 보면 디판이 반군 얘기를 담은 뉴스나 신문을 간간이 봤었네. 
- 맞아, 그리고 일리야가 신문을 읽는 것도 막았잖아.  

“난민이었다가, 개인이었다가, 난민인 개인이 된 디판. 그도 어쩌면 나쁜 사람이었던 걸까”

 

- 나는 계속 불안감이 이어지는 게 마음에 걸렸어, 왜 처음에 아내가 일을 시작할 때 개가 짖는 것도 그랬고 말이지.
- 나도 디판이나 아내나 둘 다 해코지를 당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계속 들었어. 
- 맞아, 성적인 부분으로 상상이 되기도 했지. 힘없는 백인 보스의 삼촌도 의심되고.
- 불안감이 보는데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만든 힘이었달까.
- 나는 사실 결말이 가장 이상했어. 팸플릿을 보면 희망이라고 했는데.
- 둘이 살아남아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고, 일리야는 가족의 일원이 되었고 그렇게 아름답게 끝나는 것이.
- 현실이 아닌 것 같아. 
- 나는 한 가지 더. 디판이 계속 가족의 머리를 쓰다듬어. 처음부터 끝까지. 마지막의 평화로운 장면에서도 계속 머리를 쓰다듬는단 말이야. 나는 그게 진짜 위로를 해주려 만든 장면 같은 느낌?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에 영국식 차량 타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 감독의 바람 같기도 하고. 위로를 던지는 걸 수도 있고. 이 생각을 하게 된 건 중간에 여자의 대사 때문이었어. 그녀가 한 말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 이었는데. 정말 이게 해피엔딩인걸까?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

 

- 마지막이 너무 밝았어.
- 형 말대로 코끼리가 나왔던 부분을 생각해 봤을 때, 마지막 장면은 꿈이 아닐까.
- 꿈이거나 천국이거나.
- 왜냐면, 난 심지어 마지막에 모두를 죽이고 살아남은 둘이 끌어안을 때도, 왠지 디판이 손에 들고 있던 송곳이 맘에 걸렸어.
- 나도 여자가 맘에 걸렸어. 해코지하지 않을까 해서. 나는 그래서 그들이 온전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계속 집중하면서 봤는데, 이들이 가짜 가족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다른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한 심리가 있었어. 난민이라서가 아니라. 어쨌든 그들의 시작은 사기였잖아. 결정적으로 여자는 중간에 도망도 치려고 했고.
- 나도 해결책이 미봉책이라는 느낌이 있었어,
- 따지고 보면 편견일 수도 있어. 그들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인데. 우리 입장에서는 불안해 보이는 거지.
- 감독이 그걸 의도한 것 아닐까?
- 그런 걸 수도 있어. 그래서 밝게. 새드엔딩을 예상하게 해놓고, 해피엔딩을 그려놓은 거지.
- 행복의 무게가 생각보다 가볍지 않구나.

 

“불안한 행복, 그 속에서 벌어지는 몸부림”

 

- 내가 방금 생각한 건 가족이라는 것이 후반부에 좀 단단해지는 것 같잖아. 내가 봤을 때 그건 순전히 디판의 발버둥 같아. 코끼리 장면과도 연관되는데, 코끼리의 꿈이 스리랑카에 대한 이미지라면, 전반부에는 밝아. 몽환적이면서 밝지. 후반부에는 어둡게 해서 코끼리 표정도 어둡게 느껴지도록 했어. 그래서 전반부를 어떻게 생각했냐면, 지금 디판이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버팀목을 과거(고향 스리랑카)로 두었던 거지, 거기에 죽은 옛 가족이 있는 거야. 그런데 후반부, 특히 대령을 만난 이후부터는 과거를 알고 보니 디판은 나쁜 짓을 많이 했던 거야. 그래서 과거의 꿈이 결코 밝지 않은 거지. 지금 디판은 새 삶에 안주하고 있고 잘 살 것 같은데, 과거가 발목을 잡는 거야. 그래서 가족사진을 덮는 것도, 과거를 덮는 행위지. 나는 여기서 새로운 가족과 잘 살아야겠다. 결국 디판에게 여자랑 일리야는 정말 원하는 가족이면서도 대체물인거지.
- 계속 여자는 선을 긋잖아. 그런데 남자는 얘가 떠나면 안 되는 거야. 그렇게 결심을 했는데, 가족이 해체되면 그의 꿈이 사라지는 거지. 더 이상 희망을 둘 데가 없는 거야. 그래서 나는 자살을 할 줄 알았어.
- 그게 서스펜스 같아. 계속 사건이 일어날 듯 안 일어날 듯,
- 결론적으로 디판의 모습은 새로운 가족을 확보해서 자신의 옛 가족을 지우는, 상처를 덮는, 굉장히 이기적인 행위다.
- 쉽게 말해 전 여자 친구를 잊기 위해 새 여자를 만나는...그런 거지.
- 자, 이쯤에서 한줄평하고 끝냅시다. (락의 다음 영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디판 한줄평
락 : 난민이라는 지위를 내려놓고자 하는 개인의 몸부림.
건 : 진짜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걸까.
벼 : 불안한 현재에서 발버둥치는 한 개인.

 

40분 정도의 짧은 대화였지만, 각자의 의견을 모으면서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시간을 갖기로. 쉬운 서사에 쉽지 않은 해석을 달고, 쉽지 않은 영화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별밤 3인의 대화였다.

 

사진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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