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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지상파 버전의 <로맨스가 필요해2>가 될까?

로코의 선두주자들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너를 사랑한 시간>. 분명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로는 참패를 했다. 이틀 연속 6퍼센트 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여왕의 꽃>, <징비록>이 모두 10퍼센트 이상을 얻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대 드라마가 중장년층을 공략했기에 고정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탓이다.

드라마의 초반부는 대놓고 발랄한 사랑 드라마임을 밝혔다. 아예 그런 방향일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산뜻했다. 두 주연의 연기도 무난했고(나이는 완전히 속일 수 없었으나), 내용의 흐름도 이해하기 쉬웠다. 자타공인 연출인 조수원 피디 덕에 진행도 깔끔했고, 크게 걸릴 것이 없었다.

 

항상 그렇듯, 너무 무난하면 인상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내 기억에 남은 것은 모든 성공한 멜로드라마들이 가지고 있는 법칙들이 당연하게 적용되었다는 것과, 이 드라마가 주인공 이진욱의 기존작 <로맨스가 필요해2>와 상당히 닮았다는 것이었다.

 

법칙에 대해 잠깐 얘기해보면, 성공한 멜로드라마들을 쭉 보다보면 반복되는 상황들 몇 가지를 마주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반복되는 걸 알면서도 그 내용에 빠지게 된다. 언젠가 그 법칙이 들어맞으면 그걸 논문으로 써야하나 싶다. 그 중에 하나 꼽아낼 수 있는 법칙이 바로 ‘책’이라는 소재다.  

<너를 사랑한 시간> 1회에서는 초장부터 책이라는 소재를 시청자들에게 제시했다. 이 때 등장한 책은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이었다. 이제까지 유명했던 멜로드라마를 떠올려보자. <시크릿가든>에서는 작가가 대놓고 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많은 부분을 설명했고, 최근 <프로듀사>에서도 헤르만 헤세의 책 <데미안>이 등장했지만 출판사 문제로 오히려 잡음이 나기도 했었다. 이렇든 저렇든 드라마에서는 책이 앞으로의 내용 암시, 분위기 형성에 좋은 소재로 사용된다. <너를 사랑한 시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또 하나는 드라마의 설정이 <로맨스가 필요해2>와 참 닮았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의 영향 탓인지 몰라도, 두 주인공이 거의 남매처럼 지내온 소꿉친구라는 점, 항상 다정다감한 남자 주인공이 어느 알 수 없는 시점에서 자신의 방에 갇혀 비밀을 만든다는 점. 이 두 가지가 가장 비슷한 설정이다. 특히 바로 옆집에서 살면서 하지원의 모든 일들을 속속들이 지켜보는 이진욱의 모습을 보면서 <로맨스가 필요해2>의 윤석현을 봤다. 

드라마의 답은 정해져 있다. 하지원과 이진욱은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지고 함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가 가진 숙제는 다음과 같다. 얼마만큼 시청자들의 연애 감정, 사랑에 대한 마음을 건드릴 것인가.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뻔하지 않게 만들 것인가. 그럴려면 대사, 연출, 갈등, 연기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야 한다. 1, 2회에서 보인 몇 가지 걱정의 요소들이 있지만, 한 번 더 두고 보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어떻게든 뻔하지 않은 설레는 사랑으로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으로 이끌 것인가, 이것이 <너를 사랑한 시간>이 고민해야 할 가장 큰 주제다.

 

사진 출처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