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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빵

<빵집성애자 2편> 골목길 구석에 자리한 대화동 빵집

이곳의 정식상호명은 cake&baguette지만 사람들은 동네 이름을 빌려 대화동 빵집이라고 얘기한다. 대화역 1번 출구에서 성인 남자 걸음으로 10분쯤 걸려서 도착한 대화동 빵집. 작은 골목에 위치해 있으니 초행길에 이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나는 다행히 이번이 3번째 방문(첫 번째 방문은 휴무일인 줄 모르고 방문)이어서 조금 쉽게 찾은 편이었지만 여전히 길이 익숙하지 않아 지도앱을 키고서 갔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손때 묻은 외관이 부쩍 맘에 들었다. 밖에서 보면 확 튀진 않고, 빵 냄새도 자욱하지 않는데도 손님을 이끄는 강한 자기장이 빵집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뿐한 마음으로 빵집 문을 열면 아담한 내부가 반긴다. 실내 인테리어는 유럽식 가정집을 연상한달까? 세련되진 않아도 정감이 가는 이곳의 분위기가 외관에서부터 내부까지 제법 맘에 들었다.

 

식탁보 위에 나름의 방식으로 정돈된 빵은 모두 비닐에 싸여 있어 궁금증을 유발했다. 특별하거나 특이한 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의 빵집은 기본에 충실해 보였다. 오늘 팔 빵만큼만 있기 때문에 그리 많은 편도 아니고 종류도 다른 빵집에 비해 다양한 편도 아니지만 손글씨로 써져있는 빵들의 이름들을 쭈욱 스캔하다보면 저절로 군침을 삼키게 된다.

 

저번에도 그랬는데 좁다란 주방에서 사장님은 빵을 만들며 손님을 맞이했다. 그 모습이 정겨웠던 걸까. 몇 번 보지 않은 사장님에게 전적으로 경계심을 풀고서 연거푸 질문을 쏟았다. 바쁘신 와중에도 호기심 어린 제빵제과 신입생을 대하듯 아주 쉬운 말로 설명해주셨는데 그게 참 고마웠다. 나의 적극적인 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절하게 답변해준 사장님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나의 질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전체적으로 빵 가격이 싸게 느껴져(저번 방문 당시 빵을 4개 구입했는데 5500원이었다) “빵이 싼 편이네요?”라고 물어봤는데, 그 질문에 사장님은 자신이 세미나를 다녀오는 조건으로 재료를 무료로 제공받아서 다른 빵집에 비해 재료비가 들지 않아 빵 가격이 조금 싸다고 귀띔해줬다. 더군다나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빵이 소화가 잘되는 편이라고 말씀하시니 부쩍 신뢰가 갔다.

 

오늘의 방문 주목적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 초코롤케익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금세 동이나 예약을 하는 것이 필수라는 말에 오늘은 일찌감치 전화를 걸어 초코롤케익의 구매 의사를 밝혔다. 롤케익(조각 단위가 아님)은 보통 가족 단위로 먹는 것이기에 나의 취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가족의 취향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초코롤케익을 좋아하는 편인데 나를 제외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초코롤케익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많이 먹어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도 이 빵집의 초코롤케익을 좋아할 거란 굳은 믿음 하에 결정했고, 예약해놓은 빵을 건네받았다. 빵을 주시면서 “얼려 먹으면 맛있어요”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빵을 얼린다라는 것이 다소 생소해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 줄 모르고 그저 말만 기억하고만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빵을 얼른 꺼냈다. 사실 들고 오는 내내 어떤 맛일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초코롤케익이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을 깨줄 그런 맛일까? 한 입 베어물면 재방문, 재구매 의사를 떠올릴 수 있는 맛이길 바라며 포장을 풀었다. 일단 생각보다 컸다는 것이 놀랐고, 크림이 꽉 차 있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케익 커팅용 칼로 썰어서 접시에 담아 손으로 집어 베어 물었는데 참 촉촉했다. 그리고 크림의 양과 진한 초코 케익의 색깔에 비해 달지 않아서 좋았다. 살찔까 정량만 먹어야지 했던 결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칼을 들고 또 한 조각을 썰었다. 그리고 빵집을 떠나기 직전 했던 사장님의 말을 기억하며 남은 빵은 냉동 보관했다.

 

다음날 번뜩 생각이 난 초코롤케익의 존재를 떠올리며 냉동실을 열고서 또 한 차례 시식에 돌입했다. 사실 빵을 냉동보관하면 기본적으로 맛이 덜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어제 먹었던 빵보다 더 맛있었다. 안의 크림은 흡사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돼있었고, 촉촉한 겉면은 어제와 그대로였다. 하나의 빵을 샀는데 두 가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초코롤케익의 매력 꽤 오랫동안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은데 이미 나의 할당량은 다 떨어진 상황이다. 곧 재방문, 재구매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