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밤이다. 바람 탓인지, 미세먼지 탓인지 우리의 밤은 더욱 쓸쓸하지만, 다행히 우리를 달래주는 드라마들이 있다. 특히 요즘 수목 드라마는 주목할 만하다. 누군가는 세 작품 모두 매력 있다고 해서 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엘클라시코’에 빗대어 ‘수목클라시코’라 부르기도 한다.
사극물인 KBS2의 ‘객주-장사의 신’, 추리스릴러물인 SBS의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라는 독특한 작품들 사이에서 단연 시청률로 앞서는 작품은 MBC의 <그녀는 예뻤다>다. 10회도 최고의 시청률인 17%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것만으로 수치에 대한 설명은 충분한 듯하다.
MBC가 야구 중계를 포기해가며 선택한 드라마인 만큼 <그녀는 예뻤다>는 확실히 대세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MBC와 시청자들에게 ‘신경 쓰이는’ 존재다. 자꾸 보고 싶고 생각나고, 걱정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10회는 일주일간의 기다림을 해소해 주는 듯, 혜진(황정음 분)은 두 남자의 고백을 (사실상) 받았다. 매번 장난만 치던 남자, 신혁(최시원 분)은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혜진에게 고백했다. 그녀가 다친 줄 알고 달려가다 자신이 다친 사실도 숨기면서 혜진을 향한 마음을 드러냈다. 늘 드라마를 보면 느끼지만 삼각관계를 더 달아오르게 만드는 인물의 순애보는 더없이 절절하다. 성준(박서준 분)과 혜진이 잘 될 걸 알면서도, 또 그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신혁의 몸부림이 더 애닳아 보이는 것이다.
성준도 혜진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 거슬리던 여자가 어느 순간 걱정되기 시작했고, 고맙기도 했고, 자꾸 보고 싶어졌다. 그는 첫사랑 혜진을 마음에 품으면서도 동명이인이라 여기던 혜진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어설프게 커피를 제안하고, 대화를 하자는 그는 사랑의 감정을 확인한 풋풋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10회의 마지막에서 그는 지금까지의 가면극의 비밀까지 확인했다.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혜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밀당하던 기존의 드라마와 달리, <그녀는 예뻤다>는 시원하게 여주인공의 속내를 드러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신혁을 향해 혜진은 말한다. “나, 성준이가 좋아요!” 라고. 이렇게 당당히 자기 마음을 말하는 그녀를, 우리는 좋아하고 신경 쓴다.
이어질 목요일 방송에서는 성준과 혜진의 본격 로맨스가 시작된다. 모든 비밀을 벗겨냈고, 두 사람의 마음도 모두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졸여왔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한껏 풀어주는 기분 좋은 11회가 될 것이다. 아마 시청률 20% 돌파를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드라마는 16회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11회에서는 알콩달콩함이 나온다면 이어질 다음주, 12회부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을 계속 들었다놨다 할 <그녀는 예뻤다>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 by 건
사진 출처 : MBC